글곳간/선비마을 이야기

우리 부부를 사람답게 만든 어른 입니다.

향곡[鄕谷] 2007. 2. 16. 16:51

 



우리 부부를 사람답게 만든 어른입니다

 

 

 

퇴계 어머니가 태몽에서 공자가 대문에 들어오는 꿈을 꾸고 낳은 사람이 7남 1녀 막내인 퇴계입니다. 퇴계가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아버지 이식이 세상을 떠났기에 어머니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지요. 퇴계는 어릴 때부터형의 잘못을 자기가 한 것으로 얘기하고 학문이 남 달랐기에 어머니는 퇴계가 학문의 길로 나가기를 바랐습니다.  퇴계는 어머니의 뜻도 있고 하여 과거도 보지 않고 있다가 느지막이 과거를 보았는데,  임금이 주는 벼슬을 몇 번 반려 끝에 할 수 없이 청송부사를 맡겠다고 하였으나 청송부사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단양부사 자리를 대신 주어 7개월 동안 하였다고 합니다.  

 

벼슬자리를 그만두고 퇴계는 고향인 토계에 들어와 글을 읽었습니다. 퇴계는 부인과 사별 하고 난 뒤 이웃 어른이 좀 모자라는 자기 여식을 후취로 권유하자 거절하지도 못하고 부인으로 맞아들였다는 얘기는 다 아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하루는 제자를 자청하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전주인(全州人) 이 함영이 부부간 화목하지 못하고  결별하듯이 집을 떠나서 공부하겠다고 퇴계를 찾아왔습니다.   퇴계가 부인을 시켜 밥을 지어 대접하고자 하였는데, 밥상을 가지고 오다가 그만 부인이 치마 끝을 밟아 상을 엎질러 버렸지요, 퇴계는 아무 말 없이 엎질러진 것을 모두 닦고  부인 몫으로 남겨두었던 밥을 가져오게 하여 이 함영을 공손히 대접하였습니다. 이 함영은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하며 반성하고 너무 감복하여, 그 길로 전주 집으로 돌아가 부인과 잘 살았다 합니다.

 

나중에 퇴계가 세상을 뜨자 부부가 찾아와 대성통곡하며 우리 부부를 사람답게 만든 어른이라며 3년 동안 묘를 지키는 시묘살이를 하였습니다.   하찮은 사람도 배려하고 공경하며 겸손해하는 퇴계의 인품이 잘 나타난 일화입니다.율곡도 23세 때 처가인 경북 성주에 갔다가 오는 길에 안동에 있는 퇴계를 찾아가게 됩니다. 3일 만에 헤어지며 퇴계가 율곡을 보고 내 일생에 그대 만한 학자를 만나기 어렵다고 했지만,  율곡도 일생동안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다짐했다니 그 인품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