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간다/제주도

올레길 10코스. 화순~모슬포 / 산방산과 송악산 둘레를 걷는 길

향곡[鄕谷] 2017. 10. 19. 13:21

 

 

올레길 10코스. 화순~모슬

산방산과 송악산 둘레를 걷는 길

 

화순 금모래 해변-산방산-용머리해안 입구-사계-마라도 선착장-송악산-알뜨르 비행장-모슬포항

2017.10.16(흐린 후 한 때 비). 이동 거리 15.5㎞. 걸린 시간 5시간 20분

 

 

 

제주의 날씨는 변화가 많다. 특히 한라산은 높이에 따라 온대로부터 한대까지 다양하여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큰 일 날 수가 있다. 마른 계곡도 급박히 물이 불어나기도 하고, 몰아치는 구름이 예측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올해 초 겨울에 앞을 볼 수 없는 눈보라로 산 밑에서 올라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선 일이 있었다. 오늘은 아침에 비가 와서 아예 산행을 포기하고 올레길 걷는 것으로 바꾸었다.

 

화순에서 모슬포까지 걷는 올레길은 산방산이 내내 길잡이 역할을 한다. 산방산 앞에서 시작해서 뒤돌아보면 보이고, 송악산을 한 바퀴 돌아서면 또 보이고, 모슬포항까지 갈 때까지 산방산은 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산방산 앞 용머리해안은 올레길에서 조금 벗어났는데, 용암이 만든 멋들어진 풍경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용머리해안 입구에서 잠시 쉬었다. 두 부부가 트럭을 개조하여 전국을 다닌다며 쉬고 있었다. 여유로운 삶이다. 떠날 수 있는 것은 좋은 것이다. 송악산을 한 바퀴 돌았다. 지금은 정비를 하느라 길을 막았지만 화산구인 굼부리가 금방이라도 열려 불을 토할 듯한 모양새의 오름이다. 이곳의 절정은 눈앞에 있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보는 것이다. 자식을 보내 놓고 못내 마음을 놓지 못하는 부모 마음처럼 아련함이 이곳에 있다. 바로 앞 가파도는 청보리밭과 고인돌이 있는 아름다운 섬으로 마치 모슬포와 이어진 땅인 듯 가깝다.

 

송악산의 다른 이름은 '절울'이다. 일제의 침략 잔재인 진지동굴이 있는 이곳에 바닷물이 절벽에 부딪쳐 울음 우는 곳이다. 모슬포로 가는 길은 당산봉과 산방산이 보이는 곳까지 온통 채소를 심은 밭이다. 이곳이 일제의 알뜨르 비행장이 있던 곳이었다. 침략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는 올레길이다. 구름 속에 숨은 한라산을 아스라이 보며 그림 같은 풍경을 보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한 선인이 말하였다. "마음이 맞으면 좋은 경치를 만나고, 좋은 경치를 만나면 즐거움이 생기는 법이다." 눈을 감으면 산방산 잔상이 남는다. 오늘 길이 그러하였다. 

     

 

 

 

산방산

 

 

 

산방산. 멀리 한라산은 구름에 덮여 있다

 

 

 

송악산 가는 길. 멀리 송악산이 보인다

 

 

 

송악산에 일제가 파 놓은 진지동굴

 

 

 

산방산이 보이는 풍경 / 송악산에서

 

 

 

왼쪽으로 마라도. 오른쪽에 가파도가 보인다 / 송악산에서

 

 

 

 

송악산 아래

 

 

 

마라도

 

 

 

 

샛알오름에 있는 일제의 고사포진지 터

 

 

 

 

멀리 보이는 것은 당산봉이고, 그 왼쪽이 모슬포이다

 

 

 

산방산

 

 

 

 

알뜨르 비행장의 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