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향기/나무

칡 / 말썽쟁이라도 쓰임새가 있다

향곡[鄕谷] 2020. 9. 11. 22:35

말썽쟁이라도 쓰임새가 있다

 

 

과명 : 콩과. 잎 지는 덩굴나무

개화 : 7~8월

크기 : 10m 이상

 

 

 

 

칡 / 다산길 (경기도 남양주. 2017.8.12)

 

 

칡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풀처럼 생긴 덩굴나무다. 칡은 다른 나무를 몸살 나게 하고 못 살게 하고,  방종한 자의 욕망처럼 다른 나무를 얽어 매고 사는 말썽쟁이다. 칡이 번성하면 숲 생태계를 위협한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칡이 타고 오르면 치명적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낫을 들고 다니며 드렁칡을 걷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오르는 칡넝쿨을 보기만 하면 밑동을 잘랐다.

 

비뚤어진 나무는 비뚤어진 대로 쓸모가 있듯,  칡은 나무에게 말썽쟁이지만 활용을 잘하면 쓰임새가 꽤 많다. 칡에서 뽑은 실로 짠 옷감인 갈포(葛布)도 있고, 칡뿌리로 만든 갈근탕(葛根湯)은 감기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칡뿌리에 들어있는 녹말을 채취한 갈분(葛粉)은 춘궁기에 훌륭한 구황식품이었다. 요즈음에도 칡밥, 칡냉면, 칡국수를 먹는 일은 흔하다.

 

어느 봄날 뒷산에서 동네 아주머니가 큰 바구니를 들고 와서 칡순을 따고 있었다. 무엇에 쓰는가 물었더니 나물도 해 먹고, 잎을 말려서 차를 끓인다고 하였다. 예전부터 칡뿌리나 칡꽃은 술을 만들어 마셨고, 칡뿌리는 술독 해소, 식중독, 고혈압에 좋다고 즙으로 마셨다. 칡꽃은 따는 시기가 장마와 겹쳐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루는 산에 새벽 운동을 하러 갔다가 고라니가 칡 밭에서 후다닥 튀어나와서 그놈도 놀랐겠지만 나도 깜짝 놀랐다. 토끼와 고라니는 칡잎과 어린순을 좋아하니 칡 밭에 경쟁자가 더 늘었다. 소도 칡잎과 덩굴을 잘 먹는다.

 

옛날에 산에서 약초나 캐던 노인이 멸문지화를 당한 갈(葛)씨 집 소년을 숨겨주고 보살피며, 약초로 사람들 병을 고쳐주며 살았다. 병을 고친 약초 하나를 갈(葛)씨 집 하나 남은 뿌리인 소년의 성을 따라 갈근(葛根)이라 하였다는 얘기가 있다. 산길을 가다가 넘어져 피가 나면 칡잎을 비벼서 붙여 지혈하기도 하는데, 칡의 영어 이름인 Arrow root가 독화살의 상처 치료에 쓰여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 걸 보면 쓰임새는 동서양이 같았나 보다.

 

산 입구에 가면 팔뚝보다 큰 칡뿌리를 잔뜩 쌓아 놓고 칡즙을 만들어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즈음은 위생상 못 미더워서 그런지 찾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칡즙은 1~2년생 뿌리가 가장 좋다고 하는데, 낙엽이 진 뒤부터 봄에 물 오르기 전에 채취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한다. 산에서 깊게 파 놓은 구덩이를 더러 볼 수 있는데, 사람이 칡뿌리를 캐고 가버린 흔적이다.  칡에 대한 수요가 있어 캐는 사람이 있지만, 칡넝쿨이 늘어나는 속도는 여전하다. 칡은 생태계에서 여전한 경계 대상 식물이다.    

 

 

 

칡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19.8.9)

 

칡 / 화야산 (경기도 가평. 2015.8.15)

 

칡 / 번암산 (강원도 화천. 2016.8.9)

 

칡 / 함왕봉 (경기도 양평. 2010.8.8)

 

칡 / 예봉산 (경기도 남양주. 2017.10.28)

 

칡 / 예봉산 ( 경기도 남양주. 2017.10.28)

 

칡 / 다산길 (경기도 남양주. 2017.11.9)

 

칡 열매 / 청량산 ( 경기도 하남. 2020.2.17)

 

칡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