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상방리 호랑가시나무 / 임진왜란 후 심은 가장 큰 호랑가시나무
2025 남도 탐방 ②
남부지방에서 사는 식물 (5)
나주 상방리 호랑가시나무
임진왜란 후 심은 가장 큰 호랑가시나무
천연기념물 제516호. 2025.2.18
호랑가시나무 잎은 오각형 또는 육각형인데 모서리마다 가시가 튀어나와 있다. 잎은 두툼하고 가시는 단단하고 날카롭다. 호랑가시나무는 잎에 난 가시가 호랑이 발톱처럼 날카로워서 붙인 이름이다. 등을 긁기 좋다고 하여 '등긁기나무'라고도 한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언덕을 오르던 예수에게 씌운 가시관이 호랑가시나무 잎이었다고 한다.
나주에 있는 천연기념물인 호랑가시나무를 보러 공상면 상방리로 갔다. 나주역에서는 15㎞ 이고, 금사정 동백나무에서는 6㎞ 떨어져 있다. 상구마을회관 앞에 잘 생긴 호랑가시나무가 서 있다.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을 도와 공을 세운 이 마을 출신 오득린 장군(1564-1637)이 마을에 정착하며 심었다고 하니 400년 정도 된 나무이다.
기적비를 옆에 세워 생육 환경이 옹색하고 주변 환경은 좋지 않으나 수세는 좋은 편이다. 높이는 5.5m로 제법 크고, 뿌리 근처 줄기 둘레는 1.7m이다. 가지가 반구형으로 퍼져 아름답다. 보는 방향에 따라 수형은 조금 다르다. 지세를 보호하기 위해서 심은 나무인데, 암수 나무를 심어 마을의 화목을 위한 뜻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지 효자비가 부근에 같이 서 있는 것이 마을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호랑가시나무 주변에는 팽나무가 여러 그루 있고, 바로 옆 담 너머 집에서는 금목서와 섬잣나무를 정원수로 가꾸고 있었다. 금목서는 꽃이 주황색에 가까운 등황색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거의 없다. 섬잣나무는 잎은 5개인데 소나무보다 잎이 짧다. 호랑가시나무 뒤편에는 겨울철새인 개똥지빠뀌가 나뭇가지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 겨울에 먹이를 찾아 이 동네를 찾은 모양이다.
호랑가시나무는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가시를 가졌는데, 어촌에서는 액운을 쫓는데 썼다. 정어리 머리를 꿸 때 호랑가시나무로 찔러 액운을 쫓는 것인데, 귀신이 들어오면 정어리 눈처럼 꿸 줄 알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호랑가시나무는 사철 반질반질 윤기가 난다. 나무는 꺾꽂이로 키울 수 있으나 남부지방 북쪽에서는 월동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호랑가시나무가 분포하는 북한계지는 변산반도이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볼 수 있는 귀한 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