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월곡리 느티나무 / 월출산 아래 마을수호목
2025 남도 탐방 ③
남부지방에서 사는 식물 (6)
영암 월곡리 느티나무
월출산 아래 마을수호목
천연기념물 제283호. 2025.2.18
느티나무는 큰 마을이면 정자나무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줄기가 굵고 수명이 길어 정자나무로 쓰고, 마을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당산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느티나무란 이름은 훈몽자회에 누튀나무로 표기하였다가, 느틔나무, 느티나무가 되었다. 누는 누렇다(黃)는 뜻이다. 같은 과인 느릅나무에 비해 노란색이 강하다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한마디로 느티나무는 '누런색을 띤 나무'란 뜻이다.
영암 월곡리 느티나무는 나주역에서 해남 쪽으로 31㎞ 정도 가면 있다. 월출산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느티나무가 있는 군서면 월곡리에 가까이 가면 월출산 아기자기한 바위산 하늘금이 보인다. 해남으로 가는 길가에 있어서 금방 눈에 들어온다. 나무는 거대하여 높이는 21m이고, 가슴 높이 둘레는 7m이다. 가지 길이는 동서가 28.5m, 남북이 29.8m로 균형 있게 자라 수형이 아름답다. 나무 가지의 굴곡이 기하학적이고 예술이다. 정월 대보름이나 명절에는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낸다. 우리가 간 시간에 기원의 제를 지내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새끼줄을 두르고 무명천을 엮은 것은 숭앙의 대상이고 마을수호목으로 삼기 때문이다.
느티나무는 옛 문서에는 등장하는 것이 적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느티나무로 만든 관이 고분에서 나오고 해인사 법보전, 화엄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 부여 무량사 극락전 기둥이 느티나무이다. 흔하고 단단하여 뒤주 궤짝 장롱 밥상 탁자 사찰의 구시 악기 불상조각에 느티나무를 쓰고, 임금을 알현할 때 드는 홀(笏)도 느티나무이다. 흔하고 단단하며 깎아놓으면 재목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느티나무는 정자나무로 부른다. 사방으로 골고루 뻗어 그늘을 만들고, 먼지를 잘 타지 않고 벌레가 적어 깨끗하고, 수관이 단정하고 빽빽하여 원만하며, 마찰과 충격에도 잘 견딜 정도로 단단하고, 위엄과 품위가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느티나무는 억센 줄기는 단단함을, 골고루 퍼진 가지는 조화로움을, 단정한 잎은 예스러움이 있다고 하여 느티나무를 귀하게 여기고 정자나무로 삼았다. 느티나무는 장수하는 나무다. 개체가 많기도 하고 크기도 하다. 오래 살자면 많은 에너지를 축적해야 하고, 그것을 담아 두자면 품이 넉넉해야 한다. 다른 나무에 이기자면 너른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느티나무는 그것을 모두 이루고도 깨끗하고 품위가 있다. 스스로 화려하지 않으나 사람들이 모인다. 우리가 느티나무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