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하지(夏至)가 지나면 하루가 달린다

향곡[鄕谷] 2025. 6. 19. 12:49

 

 

말속에 자연 55

 

하지(夏至)가 지나면 하루가 달린다

 

 

 

6월 21일이면 하지(夏至)이다. 하지는 여름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이 말은 태양의 위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하지 무렵에는 태양의 고도가 상승을 멈추는 변곡점이다. 북반구에서는 이 시기에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 서울 근교 북위 37~38도선에서는 평균적으로 낮의 길이가 14시간 50분 전후이다. 일찍 밝아지고 저녁에는 8시까지 훤하다. 남쪽으로 갈수록 해는 더 짧아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남쪽 끝이 여름 해가 제일 짧은 곳이다. 

 

하지에 태양이 우리나라 바로 위에서 비치지만 실제로 온도가 가장 높은 것은 절기 기준으로 봤을 때는 입추 무렵이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30년간(1991-2020) 평균기온을 보면 하지는 22.7℃, 대서는 26.0℃, 입추는 26.7℃이다. 북반구의 땅표면은 하지부터 열을 받아 점점 데워져서 더워지고, 하지 무렵 장마도 시작된다. 밤이 짧으니 더위를 식히기도 어렵다. 지구온난화로 절기의 기상 특징이 퇴색되었지만 동지, 하지, 춘분, 추분은 절기의 특성이 유지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하지 전후로 캐는 감자를 하지감자라 한다. 이때 캐는 감자는 품질이 좋아 맛있다고 한다. '하지날은 감자를 캐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가 지나면 감자알이 잘 배지 않고 싹이 줄어들어 감자를 그전에 수확하였다. 하지가 지나면 장마가 오기 때문에 비 오기 전에 수확해야 좋다. 보리는 하지가 지나면 마르기 때문에 그전에 수확한다. 

 

'하지가 지나면 하루가 달린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 이후로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서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하지가 지나면 집안의 개도 팔자를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 무렵까지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마늘 수확, 보리 수확과 타작, 늦콩 심기를 한다. 모내기 끝난 논에는 가뭄과 장마 대비 물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니 하지 이후는 이런 일손이 줄어들며 결실을 기다리는 것이니 모든 것이 나아진다는 말이다. 이제 하지가 지나면 더위가 다가오니 몸관리를 하며 더위를 이겨야 한다. 하지가 지나면 하루가 달리니 더위는 후딱 지나갈 것이다.

 

 

 

감자밭 / 경북 안동 가송리 (2011.6.12)

 

 

감자꽃 / 경북 안동 가송리 (2011.6.12)

 

 

보리밭 / 경북 안동 가송리 (2011.6.12)

 

 

모내기 한 논 / 경북 안동 도산면 (2025.6.12)

 

 

감나무 / 서울 도봉구 (2024.6.21)

 

 

복사나무 / 서울 도봉구 (2024.6.21)

 

 

물참대 / 금대봉 (강원도 태백. 2010.6.20)

 

 

큰까치수염 / 남한산성 (2013.6.23)

 

 

꽃무지와 개망초 / 경기도 성남 위례 (20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