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 숲은 늘 새롭다
남한산성 36
남한산성
숲은 늘 새롭다
남위례역 - 옥천약수터 - 웃논골 - 위례계곡 - 남문매표소 - 남문 - 산성리
이동거리 6.1㎞. 이동시간 2:55. 휴식시간 1:03. 계 3:58
2025.6.16. 흐리고 비 온 후 맑음. 강수량 20.0mm. 21.8~25.1℃
6월 중순이 넘어가는 산록은 또 새롭고 싱그럽다. 남한산성은 자주 오르고 같은 길이어도 늘 다른 숲이다. 계절이 다르니 보는 숲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이 변하니 같은 장면이 있을 수가 없다. 관심을 가지고 오르면 또 다른 숲이고, 하나를 배우면 보는 장면은 또 다르다. 무한한 변화에 발걸음이 즐겁다.
백당나무 잎을 벌레가 갉아먹고 하얀 솜털 같은 것이 붙어 있다. 잎벌류의 애벌레다. 잎벌의 영어이름은 'sawfly'. '톱 달린 파리'란 뜻이다. 암컷 잎벌의 산란관이 잎을 썰 수 있는 톱처럼 생겼다. 하얀 솜털은 천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위장술이다. 잎벌은 애벌레 때는 잎사귀, 어른벌레 때는 힘없는 곤충이 밥이다. 종령애벌레가 되면 흙속에 들어가 겨울을 나고 번데기 시기를 거쳐 어른벌레가 된다.
생강나무는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다. 생강나무는 암수딴그루라 열매가 있는 나무가 있고, 열매가 없는 나무가 있다. 무심코 보아왔는데, 열매가 있는 암나무가 적다. 대개 나무는 다 열매가 달리겠거니 하고 지나친다. 오늘 산길에 대부분 나무가 암수 한 그루인데, 생강나무 산뽕나무 고욤나무 노간주나무 버드나무 미루나무 정도가 암수딴그루이다. 암수딴그루는 유전적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례계곡으로 오른다. 그곳에 있던 산괭이눈은 안 보이고 큰괭이밥 꽃은 졌다. 여름을 장식할 고마리가 도열하여 지천이다. 개별꽃 잎이 유난히 크다. 개미취처럼 뿌리잎인 모양이다. 산뽕나무 오디를 따먹었다. 산뽕나무 오디는 털 같은 것이 뾰족 나와 있어 뽕나무와 구별한다. 입에 털어 넣어도 문제 될 것 없이 달기만 하다. 계곡에는 주엽나무가 몇 그루 있다. 주엽나무의 특징인 줄기에 난 뾰족한 가시는 많이 없어졌다. 조각자나무 열매 콩깍지는 길쭉하게 뻗었고, 주엽나무 콩깍지는 꼬부라져서 구별할 수 있다. 높은 곳에서 주엽나무 초록꽃이 떨어져 길에 수북하다.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빗줄기가 굵어진다. 여름 하늘에 소낙비는 늘 있는 일이지만, 산성 밑을 돌아 서문과 남옹성을 돌려던 계획은 포기하였다. 큰제비고깔 꽃이 피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또 다른 꽃을 만날지 모를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참빗살나무 열매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밤나무 꽃은 비에 젖어 오늘은 모두 숙이고 있다. 꽃가루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숙여야 한다. 수어장대 쪽으로 구름이 산을 타고 넘는 걸 보니 금방 그칠 비다. 비 오는 세월엔 돌도 자란다는데 금세 초목이 물을 머금고 커진 것 같다. 능소화 덩굴에 맺힌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창가에 앉아 먼산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