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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축제,문화행사

간송미술관 풍속인물화대전을 보고

향곡[鄕谷] 2011. 10. 29. 20:57

 

 

간송미술관 풍속인물화대전(風俗人物畵大展)을 보고

(2011.10.28)

 

 

간송 전형필(澗松 全鎣弼 1906~1962)은 일제압제기와 한국전쟁 때 우리 문화를 지켜온 분이시다. 휘문고보 미술선생 고희동으로부터 시대를 지키는 선비의 삶을 듣도록 얘기를 듣었고, 민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고종사촌형 월탄 박종화의 조언을 마음에 담고 있다가, 33인의 한 분이신 오세창선생의 조언으로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노력을 수 없이 하였다. 일본으로 팔려가는 문화재를 찾는데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투자하였다. 간송이란 호를 지어준 오세창선생의 말씀대로 정치적 우여곡절에 휩쓸리지 않고 조상의 얼과 혼을 지키는데 온 힘을 쏟았다.

 

6.25전란으로 유물을 상당히 잃었지만 그동안 지켜온 것을 지금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에서 간직하고 있다. 병환으로 1962년 57세에 세상을 뜬 것이 안타깝다. 재정난에 빠진 보성고보를 인수하고, 지금은 국보이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혜례본을 6.25전란 때 품속에 넣고 다닌 정성은 눈물겹기만 하다. 주제를 정하여 5월과 10월이면 보름씩 일반에게 소장품을 전시를 하고 있다. 어떤 연세 든 분이 전시 공간은 좁고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한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았다. 간송의 정성을 안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이제 간송박물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을 열어 볼 수 있는 것만도 고마운 것이다.

 

2시간 20분 줄 서서 있다가 미술관에 들어섰다. 지금은 소나무만 박물관 주위를 지키고 있지만 기와50채 값을 주고 구한 그 때의 집은 그의 호인 산골물 간(澗) 소나무 송(松) 이름대로 물이 흐르고 윤택하였으리라. 전시회에는 조선 초기의 화가인 안견(생몰 미상)과 숙종년간의 대표적인 선비화가인 공재 윤두서(恭齋 尹斗緖), 그림을 너무도 사랑하여 선비화가가 아닌 화원으로 오해받는 겸재 정선(謙齋 鄭敾),영조시대 인물화 1인자인 관아재 조영우(觀我齋 趙榮祐), 문인화를 조선의 서정으로 그린 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 붓으로 먹고 사는 풍류화사 칠칠이 호생관 최북(豪生館 崔北), 서민적이고 조선의 내음이 물씬나는 그림을 그린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양반의 풍류를 부드럽게 세필로 그린 혜원 신윤복(惠園 申潤福), 호방한 화풍의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 등 뛰어난 화가들의 그림을 감상하였다.

 

단원과 혜원의 그림이 가장 많았다.  단원의 그림인 마상청앵도(말위에서 꾀꼬리를 보다),과로도기도(말을 거꾸로 타고 가는 그림) 등은 붓이 지나간 흔적이 강하고 배경 생략이 많은 동양화라면, 월하정인, 미인도 등 혜원의 그림은 양반의 풍류를 여리고 부드럽게 그렸다. 사물의 구성과 배경 질감 채색 등에서 차이가 뚜렸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자세히 살펴볼 시간이 없어 아쉬운 점이 있었다. 사람 살면서 그림 한 장, 글 한 편이라도 제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개관 : 매년 5월중순에서 보름간, 10월 중순에서 보름간

※ 교통 : 지하철 4호선 6번출구에서 50여m 버스정류소에서 진행 방향 버스 타고 4 정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