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세상 이야기 58

여름 별미 콩국수

여름 별미 콩국수 국수는 절에서 만들었던 음식이었다. 문헌에 나오는 국수의 기원을 보면 '고려도경'과 '고려사' 책에서 고려시대에 절에서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고 나온다. 절에서 만들었다는 것은 일상화하지는 않았다는 것이고, 상품으로 팔았다는 것은 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중기에 국수틀을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국수틀이 있다는 것은 비로소 대중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콩국수는 1911년 발행한 '시의전서'에 처음 나오니 문헌으로 보는 콩국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여름 무더위에 집에서 콩국수를 만들었다. 무더위에 뜨끈한 칼국수을 먹으며 이열치열로 여름을 이기는 것도 괜찮은데, 그래도 콩국수가 여름 별미다. 집에서 국수를 만드는 것은 반죽을 하고 안반에 치대고 홍두깨로 밀어서 콩가..

코로나가 덮은 세상 1년

코로나가 덮은 세상 1년 2020.1.20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오고 1년이 되었다. 코로나는 2020년 사망 원인에 처음 등장한 단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줄여서 '코로나19'로, 더 짧게는 '코로나'라고 부른다. 2020년은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 코로나가 대유행한 해이다. 코로나 대유행을 '코로나 팬데믹'이라 한다. 1년 동안 코로나가 덮은 세상은 많이도 변했다. 마스크 쓰기와 , 손 씻기, 거리 두기가 방역의 시작이요 기초이다. 마스크는 처음에는 배급을 하여 신분증을 보이고 공정 가격 1500원짜리 공적 마스크를 1주에 2개를 구입하였다. 매주 줄을 서서 꼬박꼬박 마스크를 사는 것이 당시의 일상이었다. 마스크 수요가 많아 처음에는 구입이 어려웠다. 거동이 어렵거나 돈이 없..

한겨울에 즐거운 일

한겨울에 즐거운 일 청계산 (경기 성남. 2008.1.12) 연말연시에 연하장을 보내거나 문자를 보내며 새해 건강과 다복을 빌며 늘 즐거운 일이 가득하기를 빈다. 지난 해를 보내고 새해에 덕담을 나누며 그것을 기원하는 일은 좋은 풍습이다. 그러면 한겨울에 소소한 행복과 운치를 맛볼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어릴 때는 즐거운 일이 많다. 즐거운 일이란 대부분 노는 일이다. 얼음이 꽁꽁 언 논에 가서 썰매를 타고 팽이를 치던 일이 즐거웠고, 친척 형들이 불빛을 비치며 초가지붕 밑에서 참새를 잡는 것을 따라다니던 일이 즐거웠고, 다 놀고 들어와 소죽을 끓이던 솥뚜껑을 뒤집어 그 위에 물을 데워 세수하던 일조차 즐거웠다. 눈 쌓인 김장독을 열어 살얼음 언 무김치 깨물어 아삭한 맛이 좋았고, 아무도 걷지 않..

일출 / 시와 풍경

일출 조향미의 시 '일출'과 섬 일출 풍경 일출 조향미 두근두근 상기된 하늘 바다는 마침내 둥글고 빛나는 알 하나를 낳았네 저 광대무변 깊은 우주 태초 이래 어김없는 새벽마다 이 붉은 알은 태어나고 태어나 삼라만상 찬란히 부화하였구나! 【 사진 】 향곡 굴업도 개머리능선 일출 (인천 옹진. 2013.10.30) 남원 큰엉 일출 ( 제주 서귀포. 2013.9.20) 백령도 용기포 일출 (인천 옹진. 2008.11.3) 서귀포 섶섬 일출 (제주. 2013.11.14) 추자도 모진이해안 일출 (제주. 2018.11.6) 진도 굴포 일출 (전남. 2018.11.20)

동지에는 팥죽 / 인정을 나눌 좋은 풍습

동지에는 팥죽 인정을 나눌 좋은 풍습 동짓날 본가에 어머니를 뵈오러 내려갔더니 절에 가셨다가 막 들어왔다며 팥죽을 들고 계셨다. 새벽에 일어나 팥죽을 쑤어 이웃에 돌렸는데, 안부를 물어온 분이 팥죽을 못 먹었다고 하기에 불렀다며 팥죽을 더 쑤어야겠다고 하신다. 나도 일손을 거들었다. 팥죽은 팥앙금으로 즙을 잘 내야하는 것이 첫째이다. 팥이 반 되면 맵쌀도 반 되인데, 눌지 않게 주걱으로 계속 저어야 한다. 맵쌀이 익어갈 때면 새알을 넣는다. 새알은 찹쌀과 맵쌀을 반반씩 넣고 만든다. 새알을 한꺼번에 넣으면 엉기고, 그냥 넣으면 뜨거운 물이 튀니 주걱을 비스듬히 하고 그 위로 새알을 굴려서 넣는 것이 요령이다. 새알은 나이만큼 먹어야 한다고 했다. 새댁들은 재미로 새알을 불에 구워 그 모양을 보고 자식이 ..

더위를 피하는 법

더위를 피하는 법 연일 엄청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태양은 뜨겁고, 뜨거워진 공기는 빠져나가지 못하여 폭염은 연일 기록을 만들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로 더위로 온도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최고의 더위를 겪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각가지 더위를 피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마나님께 팥빙수를 사 가지고 간다. 패트병을 얼려서 수건에 싸서 끼고서 잔다. 이열치열로 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 대야에 찬물을 받아 발을 담근다. 북극 빙하나 폭포 동영상을 본다. 에어컨이 잘 된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을 본다. 등등. 어릴 때는 집에 우물이 있어서 등목을 하였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시원하였다. 등목을 하고 뒷마루 문을 열어 놓으면 산바람이 들어와 엄청 시원하였다. 감나무 밑..

입춘첩(立春帖)

입춘첩(立春帖) 아내가 다녀온 어느 절에서 입춘첩을 보내왔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몇 년 전에는 누가 입춘첩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붙여 거기에 탈 때마다 우리를 미소짓게 하였다. 이와 같은 글귀를 입춘첩이라 하고, 호랑이와 까치와 같은 그림을 문에 붙이는 것을 입춘방(立春榜)이라 한다. 예전에는 입춘날 특이한 향내가 나는 다섯 가지 훈채(勳采)를 보냈다고 하는데, 마늘,파,양파,부추,달래가 그것이다. 오신채(五辛菜)라 하여 절에서는 이것이 맵고 향이 강해 수행을 흐트린다 하여 금기시 하였다. 그러나 훈채는 민간에서 유래한 풍습일 것이다. 또 상중인 집에서는 붙이지 않았다. 입춘첩은 일반적으로 양쪽 문에 대구(對句)를 써서 붙인다. 입춘대길(立椿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은..

향곡산방 서재 현판

향곡산방(鄕谷山房) 서재 현판 며칠 전에 친구가 내 서재에 걸 현판을 가지고 왔다. 자작나무를 구해서 현판을 만들고, 돌에 낙관 3개를 새겼다. 직접 글씨도 쓰고 칼로 파내고 새겨 정성을 많이 들인 작품이다. 그런데, 얼마 전 집을 좁은 데로 옮겨 서재는 없어지고 책은 이곳저곳 흩어서 쌓아 놓았다. 지금은 마루가 내 서재다. 현판이 생기니, 아내가 다시 서재를 마련해야겠다고 그런다. 재작년 이사 오기 전에 서재에서 하룻밤을 잔 동생이 서재에 현판이 있어야겠다며, 동생이 잘 알고 있는 현초선생에게 부탁하여 서재에 걸어 둘 글씨를 가지고 왔다. 현판을 건다는 생각을 하니 좀 어줍잖은 생각도 든다. 게으름을 피웠다간 누가 될라. 향곡산방(鄕谷山房) 현판,낙관,글씨 / 정유 중춘 상헌 옥야 박인우 서각이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