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즐거운 일
청계산 (경기 성남. 2008.1.12)
연말연시에 연하장을 보내거나 문자를 보내며 새해 건강과 다복을 빌며 늘 즐거운 일이 가득하기를 빈다. 지난 해를 보내고 새해에 덕담을 나누며 그것을 기원하는 일은 좋은 풍습이다. 그러면 한겨울에 소소한 행복과 운치를 맛볼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어릴 때는 즐거운 일이 많다. 즐거운 일이란 대부분 노는 일이다. 얼음이 꽁꽁 언 논에 가서 썰매를 타고 팽이를 치던 일이 즐거웠고, 친척 형들이 불빛을 비치며 초가지붕 밑에서 참새를 잡는 것을 따라다니던 일이 즐거웠고, 다 놀고 들어와 소죽을 끓이던 솥뚜껑을 뒤집어 그 위에 물을 데워 세수하던 일조차 즐거웠다. 눈 쌓인 김장독을 열어 살얼음 언 무김치 깨물어 아삭한 맛이 좋았고, 아무도 걷지 않는 골목길 눈길을 다 쓸고 들어오면 푸근한 만족감에 즐거웠다.
겨울의 운치는 화로에 불을 피워 놓고 술을 데워 먹거나 떡이나 밤을 구워 먹으며 불을 쬐면서 바람소리를 듣는 일이다. 이종묵이 쓴 '한시마중'에 조선시대 문인들의 즐거운 겨울 이야기가 나온다. 서거정이 쓴 '태평한화(太平閑話)'에 나오는 이야기를 옮겨 놓았다. 정도전은 북풍한설 휘날릴 때 팔뚝에 매를 올려 광야를 달리며 사냥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 하였고, 이숭인은 조용한 산속에서 스님과 차를 마시며 시를 짓는 일이 가장 즐겁다 하였고, 권근은 따스한 방에 누워서 책을 읽는데 아름다운 여인이 바느질을 멈추고 밤을 구워서 입에 넣어주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 하였다. 뒤에 사람 얘기지만 퇴계는 깡깡 언 개울이나 눈 내린 산속 집에서 화로를 끼고 향을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