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시(詩) 산책 32

조오현의 시 ' 내 울음소리' 외

조오현의 시 '내 울음소리' 외 한 해가 가고 다른 한 해가 왔다. 지난해 달력을 치우려고 하였더니, 아내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오린 자리 밑에 몇 편의 글이 있었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무산(霧山) 조오현 스님의 시였다. 스님은 설악산 절에서 살면서 마음에 닿는 선시 수 편을 남겼다. '아득한 성자'에서는 '하루'에 담긴 영원을 깨닫지 못한 채 하루하루 아득바득 살기만 한다면 과연 하루라도 제대로 산 것이냐고 묻고, 본인이 죽은 후 '눈먼 뻐국새의 슬픔이라도 자아낼까'라며 채찍질하였다. 부지런히 자신을 살펴보라는 말씀이다. 물거품을 보지 말고 넓은 바다를 보라는 말씀이다. 동해 / 강원도 동해 내 울음소리 한나절은 숲 속에서 새 울음소리를 듣고 반나절은 바닷가에서 해조음 소리를 듣습니다 언제쯤 내 울음소..

김종길 시 '성탄제' 외

김종길 시'성탄제' 외 김종길 시인이 어제 2017.4.1 돌아가셨다. 그는 1926년 안동시 임동면 지례에서 태어났다. 그의 시에는 유가적인 분위기에다가, 서구의 이미지가 묻어있다. 처음 발표한 시 '성탄제'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오랫동안 실려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밖에도 '하회에서','춘니', '설날 아침에', '가을' 등 귀에 익숙한 시들이 있다. 그의 시에는 가족에 대한 정이 묻어나고, 고향 냄새가 난다. 그의 시는 한해가 오가는 겨울에 읽는다면 감흥이 더 난다. 아름다운 시를 세상에 남기고 꽃이 피는 봄날 또 한 분 훌륭한 시인이 가셨다. 성탄제(聖誕祭) 어두운 방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

가을이 있는 옛시조

가을이 있는 옛시조 억새 / 북배산 (경기도 가평. 2008.10.4) 쓰르라미 새벽에 선탈했는지 그 허물 청산 속에 남겨뒀기에 초동이 주워온 걸 바라봤더니 온 세상에 가을바람 일어나더라 - 황오(1816~1863), 쓰르라미 껍질 시골집이 조그맣게 밭 사이 있어 감, 대추와 밤나무로 둘리어 있네 서릿바람 불어와 무르 익으니 말과 소의 눈에는 온통 붉은 빛 - 황오, 농가의 이런저런 일을 읊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였는가 아마도 오상고절(傲霜高節)은 너 뿐인가 하노라 - 이정보, 국화

정완영의 시조 / 깊고도 절절한 시

정완영의 시조 깊고도 절절한 시 여름이 끝나는 2016.8.27. 한국 시조의 큰 울림 정완영 시인(1919~2016)이 돌아가셨다. 그의 시조 '여름이 떠나고 말면'에서 '여름도 떠나고 말면 쓸쓸해서 나 어쩔꼬' 하시더니, 여름이 막 끝나는 즈음에 가셨다. 그가 지은 시조 '조국', '고향생각', '들녘에 서서', '애모', '추청(秋晴)', '산이 날 따라와서', '가을앓이' 등 선(禪)에 드신 듯 펼쳐내는 가락이 우리의 정서에 절절히 와 닿는다. 그의 시조를 읽으면 깊고도 애절하여 푹 빠지고 만다. 조국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