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2025/04 5

새들은 어디서 지내고 어디서 잘까?

새들은 어디서 지내고 어디서 잘까? 봄이 되니 새들이 많아졌다. 새들은 새벽부터 나와서 노래를 한다. 깊은 산속에 들면 새들 노랫소리는 더 청량하다. 새는 울대가 다양하여 소리가 다양하다. 새들이 소리를 내는 것은 짝짓기 상대방을 찾고 영역을 표시하는 경쟁의 목소리이다. '멧새들은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에서 지내다가 보오얀 봄길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유치환의 시〈춘신(春信)〉에 나오는 글이다. 새들은 어디서 자고 어디서 지낼까? 새들의 서식처는 키가 작은 나무들이 사는 곳이 대부분이다. 키 작은 숲은 바람을 잠재울 수 있어 보금자리를 만들기도 쉽다. 작은 덤불 속 숲에서는 목욕하기도 좋다. 대부분의 새는 수풀이나 나무 위에서 지내고 잔다. 새들은 나무 깊은 곳으로 찾아들고 빈집, 새..

무릉도원(武陵桃源) / 복사꽃이 피는 별천지

말속에 자연 47 무릉도원(武陵桃源)복사꽃이 피는 별천지 복사나무는 봄을 대표하는 꽃나무 중 하나이다. 산에는 생강나무와 진달래가 첫 꽃소식을 알린다. 매화가 질 즈음 살구꽃이 피고, 살구꽃이 한창일 때 앵두나무 꽃이 피고, 살구나무 꽃이 다 지자 복사꽃이 화려하다. 복사는 복숭아를 줄인 말이다. 복사나무는 중국 서북부 고산지대가 원산으로 삼국사기 백제 온조왕 때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전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한다. 살구꽃이 은은한 연분홍이라면 복사꽃은 화려한 진분홍이다. 꽃잎이 아름다운 데다가 수술머리에 금빛까지 반짝여 그 화려함을 더한다. 그래서 미인을 보고 복사꽃처럼 어여쁜 여인이라 하였다. 시경에는 시집가는 젊은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복사꽃에 비유하였다. 복사나무와 오얏나무인..

저것 봐 하늘빛 환하게 닦아내는 목련꽃 봐 / 정완영 시 '목련꽃 봐'

명시에서 찾는 장면 5  저것 봐 하늘빛 환하게 닦아내는 목련꽃 봐 - 정완영 시 '목련꽃 봐'에서              목련꽃 봐                                                      정 완 영  석 삼동 굳게 닫힌 대문 밀고 들어서서목마른 길 나그네 물 한 그릇 받아들듯저것 봐 목 축이는 법 일러주는 목련꽃 봐     안 죽고 살았더니 좋은 봄이 다시 와서 뽀얗게 먼지 낀 창 입김 불어 닦아내듯저것 봐 하늘빛 환하게 닦아내는 목련꽃 봐    높게 매달린 목련꽃은 소매를 너풀거리며 춤을 추는 것 같다. 꽃이 피어 있는 시간이 짧아 봄이면 잠깐 볼 수 있는 모습이다.고개를 들고 나무 끝에 매달린 목련꽃을 올려다 보면하늘을 환하게 닦아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목련..

청라(菁蘿)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곳

말속에 자연 46 청라(菁蘿)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곳   청명(淸明)이 지나자 봄기운이 물씬 난다. 노산 이은상이 지은  '봄의 교향악이 물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라는 〈동무생각〉 노랫말이 절로 나온다. 그 청라(菁蘿)에 '청(菁)'은 우리가 먹는 '무'이고  '라(蘿)'는 장다리꽃이다. 즉 청라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언덕을 말한다. 무는 한자로 나복(蘿蔔)이고 당청(唐菁)으로도 쓴다. 나복이 변화하여 나박이 되어 나박김치란 말이 나왔다.   장다리꽃은 배추나 무의 장다리에서 나온 꽃이다. 키가 큰 사람을 키다리라고 하는데, 배추나 무에서 나온 꽃줄기가 길어서 장다리라 한다. 장다리꽃은 배추나 무 씨를 만들어내는 꽃이다. 씨앗을 만들어내기 위해 키우는 것으로 씨받이꽃이다. 가을에 무나 ..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말속에 자연 45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청명(淸明)은 24 절기 중에서 다섯 번째 절기다.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청명이 있다. 청명은 바야흐로 봄기운이 올라 날이 맑아지는 때이다. 청명은 매년 4.4이나 4.5로 한식(寒食) 하루 전이거나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란 말이 있다. 청명이 농사에 관련한 절기라면, 한식은 중국 진(晉) 나라 문공을 섬기던 개자추(介子推)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한 유래가 있다. 청명은 바쁜 농번기의 시작이라 따로 세시행사는 없다. 다만 동국세시기에 보면 고려조 이후 관청에서 버드나무나 느릅나무로 불을 일으켜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하여 거꾸로 꽂아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자라고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