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45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청명(淸明)은 24 절기 중에서 다섯 번째 절기다.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청명이 있다. 청명은 바야흐로 봄기운이 올라 날이 맑아지는 때이다. 청명은 매년 4.4이나 4.5로 한식(寒食) 하루 전이거나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란 말이 있다. 청명이 농사에 관련한 절기라면, 한식은 중국 진(晉) 나라 문공을 섬기던 개자추(介子推)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한 유래가 있다.
청명은 바쁜 농번기의 시작이라 따로 세시행사는 없다. 다만 동국세시기에 보면 고려조 이후 관청에서 버드나무나 느릅나무로 불을 일으켜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하여 거꾸로 꽂아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자라고 빛을 아주 좋아한다. 느릅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질기고 강하며 건조하거나 습한 곳 모두 잘 견딘다. 생명력이 있는 나무로 불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활력을 주고 도움을 주려는 풍습이다.
이 시기는 날씨가 좋아지고 초봄에 풀이 나고 꽃이 피기 시작한다. 청명(淸明) 전후에 살구꽃이 핀다. 살구꽃이 필 때면 따스한 봄이 찾아온다. 그래서 청명 때 부는 바람을 행화풍(杏花風)이라 하고, 그때 내리는 비는 행화우(杏花雨)라 한다. 청명에 비 내리면 풍년이 들고, 봄비 잦으면 마을집 지어미 손이 크다고 했다. 비 내려 땅을 윤기 있게 하여 농사를 돕는다.
청명에 농가에서는 가래질을 하여 논밭갈이를 한다. 논밭을 갈고 파종을 하며 본격 봄농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살구꽃이 피면 백곡(百穀)을 심는다"는 말이 있다. 청명에는 무엇을 심어도 싹이 날 만큼 천지에 생명력이 가득한 시기다. 그래서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라고 그랬다. 이날에는 '내 나무'라 하여 아이가 혼인할 때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고 조상의 묘를 돌아보았다. 예나 이제나 나무 심는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청명 무렵에는 쑥이 날 때라 쑥을 뜯어 청명국과 청명떡을 해 먹었다. 청명국인 쑥국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서 봄철 건강에 도움을 준다. 쑥국 3년이면 속병을 다 고친다고 하였다. 쑥떡인 청명떡은 향긋한 쑥 냄새가 나서 입맛을 돋운다. 이 시기는 눈길이 닿는 데마다 초록이 하루가 다르다. 농번기를 준비하며 몸은 바빠도 주변으로 눈길을 돌리면 머리가 맑아진다. 바야흐로 청명(淸明)이요, 청명(靑明)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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