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43
춘분(春分)이 지나야 본격 봄이 온다
춘분은 24 절기 중 네 번째 절기로 낮과 밤이 같은 날이다. 태양의 중심이 적도에 오는 날로 3월 20일이나 21일 경이다. 절기에 분(分)을 쓰는 것은 춘분과 추분이 있다. 분(分)은 나눈다는 의미를 가진다. 낮과 밤을 똑같이 나눈다는 것이다. 춘분은 낮과 밤이 같아서 균형을 이루는 날을 의미한다. 엄격하게는 낮이 8분 정도 길어서 낮과 밤이 같은 날은 3월 17일이나 18일이다. 태양이 지평선에 떠오른 때로부터 다 지는 때까지가 낮으로 삼기에 태양이 지평선 중간에 걸리는 것을 기준으로 춘분과 추분을 삼는 것과 차이가 난다.
춘분은 날짜의 의미를 넘어서 자연의 변화와 생명력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춘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따뜻하기에 춘분부터 봄이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덥고 추운 것은 춘분과 추분까지다'란 속담이 있다. 그래도 날씨변화란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꽃샘추위가 이때에 오기도 하여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며 봄이 왔다가 방심하다가 꽃샘추위를 맞았다고 푸념한다. 그만큼 음력 이월바람이 세차서 '이월바람에 검은 쇠뿔이 오그라든다'라고 하고, '정이월에 장독 터진다'라고 한다. '정말 꽃샘추위는 꾸어다 해도 한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도 대체로 춘분 이후 20여 일은 봄기운이 조금씩 스며든다. 땅이 녹고 춘분 이후 동풍이 불면 보리가 풍년이 든다고 한다. 춘분날 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며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논과 밭을 애벌갈이(初耕)를 한다. 이와 같이 춘분은 씨앗을 파종하고 농사를 준비하는 기준점으로 삼는다. 춘분 이후 양기가 늘어나는 계절이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기도 한다.
옛날 어른들은 춘분에 농점을 보아 보리 뿌리가 셋이면 풍년이라 하였다. 또 풍향이나 구름색을 보고도 풍년을 점쳤다. 구름색이 어두우면 풍년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때가 되면 들과 산에 일찍 피는 꽃들이 봄소식을 전한다. 매화와 복수초는 진작에 피었고, 올괴불나무 생강나무 개나리 꽃다지가 꽃을 피운다. 춘분은 본격 봄이 오는 변화의 시점이다. 춘분을 맞이하여 본격 봄을 준비하고, 꽃소식을 실어 좋은 기운을 전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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