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우수(雨水) 뒤 얼음같이

향곡[鄕谷] 2025. 2. 15. 19:36

 

말속에 자연 41

 

우수(雨水) 뒤 얼음같이

 

 

 

우수(雨水)는 입춘(立春) 다음에 오는 새해 두 번째 절기다. 날짜로는 양력 2월 19일 경이다. 우수는 얼음이 녹고 싹이 트는 때이다. 우수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물이 많아진다는 의미를 가졌다. 땅을 갈아야 할 시기에 물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수 무렵부터 날씨가 서서히 따뜻해지고 만물은 소생할 준비를 한다. 얼었던 대동강 물이 풀려 물고기가 올라오고, 기러기는 추운 곳을 찾아 날아가며, 초목은 싹이 트기 시작한다.      

 

우수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강에 얼음은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 그래서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고 한다. 제아무리 추워도 우수 경칩이 지나면 누그러진다는 것을 뜻하는 속담이다. '우수 뒤 얼음같이'란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나 사물이 조금씩 녹아 사라짐을 비유하는 말이다. 바람이 건듯 불면 봄은 그렇게 건너온다. 

 

봄을 나타내는 한자 춘(春)은 햇볕을 받아 풀이 돋아나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이다. 봄이 들어선다는 입춘보다는 우수에는 한층 봄기운이 돈다. 우수가 다가오면 꽃 소식이 남쪽에서 들려온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蘇生)한다. 소생은 깨어나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때도 추위는 다 가시지 않는다. 우수가 지나며 포근했던 날씨가 경칩 무렵이 되면 다시 쌀쌀해진다. 그래서 '우수에 풀렸던 대동강이 경칩에 다시 붙는다'라고 한다. 

 

절기상으로 봄은 입춘부터 입하 전까지이다. 절기와 기후는 약 한 달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이는 절기를 만들 때 실제의 기후보다는 해의 길이를 참조했기 때문이다. 음력으로 봄을 월별로 따로 나누어 부른다. 정월은 앞서 시작하는 봄이라 맹춘(孟春)이고, 2월은 그다음에 오는 봄이라 중춘(仲春)이고, 3월은 끄트머리에 있는 봄이라 계춘(季春) 또는 만춘(滿春)이라 한다. 입춘과 우수는 맹춘에 해당한다.  

 

2월 중순이 되면 농기구를 손질하고,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워 해충을 없애고, 분뇨를 퍼내 퇴비를 섞어 거름을 만들었다. 씨앗을 고르며 상태도 살핀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 식물은 움트고 동물은 눈을 뜨기 시작한다. 눈 녹아 개울물은 모여서 불어난다. 작은 물이 모일 때는 작지만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 세월과 같다. 겨우내 잠자던 생명체들은 눈을 뜨고, 우리는 한해의 삶을 또 준비해야 한다. 

 

 

 

 

우수에 얼음은 녹고 / 중원산 (경기도 양평. 2011.2.19)

 

 

 

마대산 / 강원도 영월 (2009.2.14)

 

 

 

함왕봉 사나사계곡 / 경기도 양평 (2023.2.12)

 

 

 

국망봉 / 경기도 포천 (2014.2.22)

 

 

 

우수 무렵 생강나무 겨울눈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1.2.14)

 

 

 

개구리알 / 북한산계곡 (2024.2.19)

 

 

 

우수가 지나며 나무에 싹이 트고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1.2.25)

 

 

 

우수에 비가 내리고 / 북한산 (2024.2.19)

 

 

 

우수에 눈도 내린다 / 경기도 성남 (2024.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