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39
정월 대보름, '부럼 깨물자'
정월 대보름은 음력 1월 보름날이다. 정월 대보름은 전통 명절로 예전에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가 축제였다. 대보름까지 세배를 다녔으니, 원거리에 계시는 어른을 찾아다니며 세배도 이때까지 하였다.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설에는 못 오더라도 보름까지는 와야 한다는 뜻이다. 대보름까지는 돌아와서 농사 준비를 도우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보름은 새해를 맞이하고 한해를 준비하는 명절이다.
정월 대보름 아침에 일어나면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을 마신다. 부럼은 밤 호두 잣 은행 등 딱딱한 견과류와 땅콩을 이르는데, '부럼 깨물자' 그러면서 깨문다. 부럼을 깨무는 것은 부스럼이나 종기가 나지 않고 이가 튼튼하도록 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도 건강하게 지내자며 다짐을 한다. 실제 견과류는 영양이 풍부하다. 귀밝이술은 귀가 밝아지고 귓병을 막고, 한 해 동안 좋은 소식을 듣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있다. 대보름 전날에는 찰밥이나 오곡밥을 묵나물과 함께 먹었다. 찰밥은 신라 소지왕을 해치려는 음모를 알려준 까마귀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는 유래가 있다. 오곡밥은 다섯 가지 곡식으로 한 밥인데 동국세시기에는 찹쌀 수수 차조 팥 콩으로 나온다. 묵나물은 가지 토란 고사리 호박 등 미리 말려서 준비한 나물이다. 대보름에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은 농사일을 앞두고 영양을 보충하는 의미가 있다. 대보름 음식은 개한테는 주지 않았다. 개가 살찌면 파리가 꼬이기 때문이라 그런다는데, 사람들이 보름날 제대로 못 먹으면 '보름날 개 팔자'라 하고, '개 보름 쇠듯' 한다고 했다.
정월 대보름은 달이 가장 큰 날이기에 달맞이가 주요 행사이다.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달은 밝아야 좋다'는 속담이 있다. 설에는 눈이 많이 오고, 대보름은 달이 환해야 풍년이 든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고, 보름달을 보고 흉풍년을 점쳤다. 달빛이 희면 그 해에 비가 많이 오고, 달빛이 붉으면 가물 것이라고 믿었다. 달빛이 진하면 풍년이 들고, 달빛이 흐르면 흉년이 든다고도 여겼다. 다리 밟기(踏橋)를 하여 다리가 튼튼해져서 병이 없기를 바랐고, 쥐불놀이와 달집 태우기를 하며 풍년을 빌었다. 깡통 돌리기와 팥두렁을 태우는 쥐불놀이도 그렇지만 짚에 솔가지를 넣어 태우는 달집 태우기는 화재 염려가 있어서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정월 대보름에는 기복이나 액막이를 하였다. 첫닭이 울면 우물로 가서 맑은 물을 떠서 성주에 올리고 가내 평안과 건강을 빌었다. 대추나무나 감나무 가지에 돌을 끼워 과일나무 시집보내기도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나 마을 사람에게 가서 더위도 팔았다. 사람을 불러서 나오면 '내 더위 사가라' 그러는 것인데, 이젠 보기 힘들다. 액막이연이 있다. 연을 날리다가 줄을 끊어 액을 날려 보내는 것이다. 농악을 울리며 동네 곳곳을 다니며 지신(地神) 밟기를 하고, 모여서 동제(洞祭)를 지내는 것은 남아 있다. 줄다리기, 강강수월래, 차전놀이, 고싸움, 석전(石戰) 등 많은 인원이 같이 하는 놀이도 있다. 정월대보름에 하는 행사가 연중행사 중 가장 많이 남아 있다.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빌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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