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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향곡[鄕谷] 2024. 12. 16. 13:12

 

말속에 자연 35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冬至)는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절기이다. 양력으로 12월 22일이나 23일이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고 낮이 가장 짧다. 동지 해는 짧아 노루꼬리 만하다고 했다. 이때부터 낮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여 태양은 기운을 회복한다.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시기여서 새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신라와 고려시대까지는 동지가 설이었다. 그래서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생겼다. 

 

팥죽은 동지 음식이다. 귀신이 싫어하는 팥죽을 먹어 액운을 물리친다고 하였다. 예전에는 귀신을 물리친다고 팥죽을 뿌리기도 했다. 조선 〈영조실록〉에서 '영조는 귀신을 쫓는다고 문지방에다 팥죽을 뿌리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니 그만두라고 하였으며, 아직도 계속하고 있어서 이후에는 철저히 단속하여 잘못된 풍속을 바라 잡으라' 하였다. 귀신을 쫓겠다며 임금의 명도 듣지 않으니 임금이 역정을 내었다. 백성으로 봐서는 임금보다 귀신이 더 가까이 있고 더 무서웠을 법하다.

 

기원전 6세기에 중국에서 간행한 〈형초세시기〉에 역귀를 물리치기 위해 팥죽을 먹었다는 유래가 나온다. 황하를 다스리는 신이 공공씨(共公氏)였다. 그 아들이 동짓날 죽어 전염병을 퍼뜨리는 역귀가 되었다. 그 역귀가 팥을 싫어하기에 동지에 팥죽을 쑤어 귀신을 물리친다고 했다. 홍수가 나면 전염병이 돌고 팥죽을 끓여 먹고 영양보충을 하여 전염병을 이겨내라는 의미가 있었다. 

 

콩은 단백질이 많고, 팥은 탄수화물이 풍부하다. 팥으로 죽을 만들면 녹말 성분이 많아 걸쭉하다. 팥은 텁텁한 단맛이라 텁텁한 것을 없애려고 설탕을 넣는다. 팥으로 만든 국화빵이나 붕어빵이나 팥빙수가 그렇다. 팥은 양기를 보충하여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영양보충원이다. 시장에 다녀보면 적두(赤豆)라고 써놓고 파는 것이 팥이다. 동짓날 팥죽은 한 해 동안 병에 걸리지 않고 살게 해 달라는 소원음식이요 보양음식이다.

 

 

 

적두라 쓴 것이 팥이다 / 온양온천5일장 (2017.12.29)

 

 

팥앙금 내린 물

 

 

새알

 

 

팥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