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선비마을 이야기 20

퇴계선생 수신십훈

퇴계선생 수신십훈 (退溪先生 修身十訓) 퇴계선생 수신십훈 / 퇴계선생 15대 종손이 100세 때 쓴 글씨이다 퇴계선생 수신십훈은 재작년 퇴계 종가에 들렀다가 종손으로부터 받은 자료이다. 친구들과 안동으로 가을 여행을 갔다가 퇴계 종가에 들렀다. 종손은 알고 있는 분이기에 잠시 들러 인사만 드리고 나오고자 하였더니, 두루마기를 갖추어 입고 나오시더니 수신십훈과 종손이 쓰신 글을 모두에게 주셨다. 이 글은 누구에게나 마음에 새길 내용을 담고 있어 두고서 읽을 만하다. 이 글은 호남의 임창제 문집에는 퇴계선생 수신십훈으로 되어 있으나, 퇴계 종택에서는 전하는 글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퇴계선생 수신십훈으로 밝히기를 피하고 있다. 글씨는 퇴계선생 15대 종손께서 100세 때 쓰신 것으로, 글의 내용이 수신(修身..

재물을 숨겨 두는 방법 / 정약용의 편지

재물을 숨겨 두는 방법 다산 정약용은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재물을 숨겨 두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일렀다. 〈 두 아들에게 보여 주는 가계(家誡) 〉 형체가 있는 것은 부서지기 쉽고, 형체가 없는 것은 없애기가 어렵다. 스스로 자기 재물을 쓰는 것은 형체로 쓰는 것이다.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 것은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형체를 형체로 누리면 다 닳아 없어지기에 이르나, 형체 없는 것을 마음으로 누리면 변하거나 없어지는 법이 없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베풂만한 것이 없다. 도둑이 뺏어갈까 염려하지도 않고, 불에 타 없어질까 걱정하지도 않는다. 소나 말에 운반하는 수고로움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능히 죽은 뒤에까지 지니고 가서 아름다운 이름이 천년토록 전해진다. 천하에 이같은 큰 이..

넉넉하게 사는 법 / 팔여거사(八餘居士) 김정국(金正國) 이야기

넉넉하게 사는 법 - 팔여거사(八餘居士) 김정국(金正國) 이야기 인생의 봄날은 쉬 지나간다. 지나간 일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그 아쉬움을 대신하기 위해서 다시 살아보고 싶느냐고 묻는다면 그리 쉬운 대답이 나오기 어렵다. 조선초기 김안국의 동생인 김정국(1485~1541)이 황해도 관찰사를 하다가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삭탈관직되었다. 그는 이에 연연치 않고 현실을 있는대로 받아들이고 여유롭게 지냈다. 그의 자호가 팔여거사(八餘居士)이다. 친구가 팔여(八餘)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가 대답하기를, "토란국과 보리밥을 배불리 먹으니 먹는데 남음이 있고, 부들자리와 온돌에서 누우니 누움에 남음이 있고, 맑은 샘물을 마실 수 있으니 마심에 남음이 있고, 시렁에 가득한 책들로 보기에..

황희 정승 아들 술버릇 고치기

황희 정승 아들 술버릇 고치기 조선 세종 때 명재상 황희(黃喜)는 아들이 넷이 있었다. 그중 한 아들이 술을 많이 하였다. 아무리 타일러도 아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하루는 밤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황희 정승이 마당에서 기다렸다. 옷자락이 이슬에 다 젖도록 서 있는데 술 취한 아들이 그제야 비틀거리며 마당에 들어섰다. 황희 정승은 머리를 숙여 정중하게 아들을 맞이 하였다. "어서 오십시요" 술에 취한 아들이 인사를 받고 보니 아버지였다. 정신이 버뜩 들었다. "아버님 안 주무시고 어인 일이십니까?" 황희는 아들을 정중히 맞아들이며 답하길, "세상에 자식이 아버지 말을 듣지 않으면 한집안의 식구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이는 자식이 아니라 내 집에 들어온 손님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내 집에 들어온 ..

퇴계종택 사랑채 '추월한수정(秋月寒水亭)'의 뜻

퇴계종택 사랑채 현판 '추월한수정(秋月寒水亭)'의 뜻 퇴계종택 바깥 채에 붙어 있는 현판이 '추월한수정(秋月寒水亭)'이다. 같이 동행하였던 친구(옥야 박인우)가 그 뜻을 보내왔다. 주자(朱子)의 재거감흥(齋居感興) 이십수(二十首) 가운데 제10수 恭惟千載心 삼가 천 년의 마음을 살피건대, 秋月照寒水 가을 달이 찬 강물을 비추는 듯하네 魯叟何常師 노수(魯叟, 朱子)의 스승 어찌 한 사람만 있으리요 刪述存聖軌 성현께서 전해 주신 서책이 모두 스승일세 (御纂朱子全書 卷66, 『晦庵集』 卷4) 추월한수(秋月寒水) : 가을 달처럼 티끌 한 점 없이 맑기만 하고, 차가운 강물처럼 투철하고 명징(明澄)한 현인(賢人)의 마음 경지를 뜻하는 말이다. 이 시는 마치 중용 서문을 읽는 것과 같다. 퇴계종택 퇴계종택 사랑채 ..

책 '선비답게 산다는 것' / 안대회 지음

책 '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회 지음 안대회교수가 지은 책 '선비답게 산다는 것'을 읽었다. 옛 사람을 본 것처럼 선비의 정신과 인간미가 배어난 옛 글이었다. 마음에 들거나 본받고 싶은 것 그리고 흥미로운 것을 줄여서 이곳에 적는다. (푸른역사. 299면. 2007.2.12 발행) 2010.7.15 읽음 1부. 인생과 내면 □ 스스로 쓰는 묘지명 - 스스로 자기 죽음을 애도하는 시인 자만시(自輓詩)와 자찬묘지명이 있는데, 강세황이 쓴 예술에 집념을 드러낸 묘지명이 특이하다. 얼굴은 물정에 어두운 꼴을 하고 있지만 흉금은 시원스럽다. 평생 가진 재능을 펼쳐보지 못해 세상에는 그의 깊이를 아는 자 아무도 없다. 오로지 한가로이 읊은 시나 가볍게 그린 그림에서 때때로 기이한 자태와 예스런 마음을 드러낸다. ..

주실 조 씨 가훈 '삼불차(三不借)'

주실 조 씨 가훈 '삼불 차(三不借)' 호은종택은 경북 영양군 주실마을에 있는 시인 조지훈의 생가이고, 호은은 주실 조 씨의 시조이다. 1629년 이 마을에 터를 잡았으니 380년이 되었다. 호은종택에는 380년을 이어온 가훈이 있으니 삼불차(三不借)이다. 세 가지를 불차 한다. 즉 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는 자존심이 대단한 가훈이다. 첫째는 재불차(財不借)로 재물을 다른 사람에게서 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은 공이 마련한 문전옥답을 누구도 손대지 않았고 아직도 고스란히 내려온다고 한다. 둘째는 인불차(人不借)로 사람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인데, 아들을 빌려 양자를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시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고 한다. 셋째는 문불차(文不借)로 글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자(君子)의 조건

군자(君子)의 조건 - 박재희 교수(한국예술 종합학교) 신손자병법 강의에서 논어에서 말하는 가장 바람직한 인간형이 군자(君子)이다. 공자가 살아있던 시대에 군자는 단지 임금(君)의 아들(子)이었는데, 공자는 세습된 군자의 모습을 바꿔 새로운 인간형으로 변모시켰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오로지 노력에 의해서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리더였다. 1. 부지불온(不知不온) 남의 칭찬과 비난에 연연하지 않는 독립형 인간. 군자는 평생 배워야 한다. 배우는 일이야 말로 군자의 가장 기쁜 일이다. 군자는 동지와 함께 길을 가는 자이다. 같은 뜻을 가진 자와 인생을 사는 일이야 말로 가장 행복한 일이다. 군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사람이다. 2. 주이불비(周而不比) 두루 남과 함께 하여 ..

부인을 손님처럼 공경하라

'부인을 손님처럼 공경하라' 퇴계는 두 번이나 결혼하였으나 모두 사별하였다. 첫 번째 부인 허 씨는 퇴계가 21세에 결혼했는데 6년 만에 병으로 사별하였고, 3년 뒤 권씨부인과 재혼하였는데 사화를 겪은 충격으로 정신이 이상한 부인을 맞이하여 16년간 불행하게 살았어도 지극 정성으로 부인에게 대하였다. 퇴계는 평소에 처가향념(處家向念)을 제가(齊家)의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치고 몸소 실천하였다. 지금도 퇴계 가문에서는 '첫째, 부모에게 불효한 사람과는 대화를 나누지 말 것. 둘째, 처가에 향념이 없는 사람은 교제하지 말 것. 셋째, 아내를 쫓아낸 사람과는 사업을 같이 하지 말 것이라는 가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첫째부인 허 씨 무덤을 보존하고 있고, 사별 후 장모를 극진히 봉양하였다. 둘째부인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