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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선비마을 이야기

부인을 손님처럼 공경하라

향곡[鄕谷] 2007. 3. 31. 13:52

 

 

'부인을 손님처럼 공경하라'

 

 

퇴계는 두 번이나 결혼하였으나 모두 사별하였다. 첫 번째 부인 허 씨는 퇴계가 21세에 결혼했는데 6년 만에 병으로 사별하였고, 3년 뒤 권씨부인과 재혼하였는데 사화를 겪은 충격으로 정신이 이상한 부인을 맞이하여 16년간 불행하게 살았어도 지극 정성으로 부인에게 대하였다. 퇴계는 평소에 처가향념(處家向念)을 제가(齊家)의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치고 몸소 실천하였다.

 

 지금도 퇴계 가문에서는 '첫째, 부모에게 불효한 사람과는 대화를 나누지 말 것. 둘째, 처가에 향념이 없는 사람은 교제하지 말 것. 셋째, 아내를 쫓아낸 사람과는 사업을 같이 하지 말 것이라는 가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첫째부인 허 씨 무덤을 보존하고 있고, 사별 후 장모를 극진히 봉양하였다. 둘째부인 사별 후에도 장인을 지극히 모셔 효행이 높았다. 이러한 퇴계의 마음은 손자가 장가갈 때 보낸 편지 속에 잘 나타나 있다.

 

"부부는 남녀가 처음 만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친밀한 관계를 이룬다. 또 한편 바르게 해야 하고, 가장 조심해야 하는 처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자의 도가 부부에서 발단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 예와 존경을 잊어버리고 서로 버릇없이 칭하여 마침내 모욕하고 거만하고 인격을 멸시해 버린다. 이런 일은 서로 손님처럼 공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을 다스리려면 처음부터 조심해야 한다."

  

부인을 손님처럼 공경하는 마음을 잘 나타내는 퇴계의 일화가 있다.

 

퇴계 할아버지 제삿날 식구들이 큰형 집에서 모여 제사상을 차리고 있었다. 상 위에서 배가 하나 떨어지자 권 씨 부인이 얼른 주워 치마에 감추었다. 모두 웃고 있는 가운데 큰형수가 동서를 나무랐다. 다른 방에 있던 퇴계가 건너와서 일의 전후를 알고 큰형수 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잘 가르치겠다며 할아버지도 손자며느리의 잘못을 이해하실 거라고 하였다. 부인을 따로 불러 치마 속에 배를 숨긴 이유를 물었더니 부인은 배가 먹고 싶어 그랬다고 했다. 퇴계는 숨긴 배를 꺼내게 한 후 껍질을 깎아 아내에게 먹으라고 잘라 주었다고 한다.

 

비록 모자라는 아내였지만 퇴계는 부부 도리를 실천하였고, 인간적인 대접을 하며 예와 공경으로 부인을 대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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