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192

더위를 식히는 음식

더위를 식히는 음식   올해 더위는 엄청 덥고 길다. 더위를 잘 견딘다는 사람도 혀를 내두를 판이다.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기압대가 떠날 줄 몰라서 그렇다고 한다.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속담이 이 더위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집에 있는 사람도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도 마냥 에어컨에 갇혀 살다가는 냉방병에 귀앓이도 조심해야 한다. 부채를 들고 느티나무 아래나 물가로 가서 책이나 읽을 수 있다면 그런 호사가 없다.    '더위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과도하게 더운 기운이 몸 안으로 들어왔다는 의미이다. 고온에 장시간 더운 곳에 있거나, 열 이 많은 사람이 고체온에 견디지 못하면 더위를 먹게 된다. 그럴 때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서 쉬어야 한다. 다음으로 수건을 적셔서 몸에 대어서 온도를 낮추고..

쌈으로 먹는 산나물 들나물

쌈으로 먹는 산나물 들나물  십수 년 전 5월 초순 강원도에 있는 산에 갔을 때였다. 강릉 왕산면 삽당령에서 정선 임계에 있는 백복령까지 백두대간 산길을 걸었다. 그 사이에 있는 산이 두리봉(1033)과 석병산(1055)이다. 봄바람이 뺨을 스치고 온천지가 초록이었다. 별유천지가 그곳이었다. 마을사람들이 산에 올라와 나물을 하고 있었다. 식사 중인 옆을 지나는데 어느 분이 부르더니 한 잎 먹고 가란다. 산미나리에 쌈장을 얹어서 건네준다. 한입 받아먹으니 세상에 그런 맛이 없다. 신선이 먹는 음식인지 절로 넘어간다. 그 뒤로 산만 다녔지 나물을 알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려말 궁녀나 시녀로 원나라에 끌려간 우리나라 여인들은 궁중 뜰에 상추를 심어 쌈을 싸 먹으며 실향의 슬픔을 달랬다. 이를 먹어본 ..

한 잎 따서 먹는 나물 / 찔레꽃, 싱아, 큰괭이밥 …

한 잎 따서 먹는 나물찔레꽃, 싱아, 큰괭이밥, 큰까치수염, 마, 산뽕나무, 다래, 국수나무    산행을 하다가 시원한 바람 한번 불어오면 전신을 재충전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씹을 수 있는 풀잎 물고 걸어가면 걷는 힘이 달라진다. 자연의 기운을 절로 느낄 수 있다. 풀잎 하나가 힘이 될 수 있으니 신비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산길에서 한 잎 따서 입에 물고 나물은 하지 않으니 식물을 해칠 일은 아니다. 산 다니며 알게 되고 책을 읽어 알게 된 식물이다. 한 잎 뜯고 한 줄기 꺾어서 음미할 수 있는 몇 가지 식물을 정리하였다.   ○ 찔레꽃 (장미과) 꽃잎과 어린순: 만지면 가시에 찔려 찔레이다. 봄에 꽃과 잎을 나물로 한다. 꽃잎은 그냥 먹거나 꽃전을 부치고, 어린순은 데쳐서 무쳐 먹는다. 어린줄기에 ..

봄날에 화전놀이 / 봄향 가득한 꽃전 · 잎전

봄날에 화전놀이 봄향 가득한 꽃전 · 잎전  삼월삼짇날은 지금은 잊힌 명절이다. 예전에는 설날, 단오 못지않은 명절이었다. 삼짇날은 음력 3.3이 되면 답청절(踏靑節)이라 하여 가까운 산이나 들로 나가 풀을 밟았다. 삼짇날은 4.4~4.5 돌아오는 청명절(淸明節)과 겹칠 때도 있다. 삼짇날 사당에 음식을 올리고 화전(花煎)을 만들었다. 화전은 꽃잎전이다. 어릴 때 큰집에 갔을 때 어른들이 들로 화전놀이 간다고 하여 솥뚜껑을 들고 따라갔다. 솥뚜껑을 돌에 얹고 불을 지펴서 진달래 화전을 만들었다.  전, 부침개, 적을 혼재해서 쓰는데, 사전에서 그 말을 찾아보았다. 전(煎)은 채소나 생선, 고기를 얇게 저며 간을 하여 밀가루와 달걀을 씌워 기름에 부친 음식을 통틀어 하는 말이고, 부침개는 기름에 부쳐서 만..

식물은 수정이 되면 어떻게 변할까?

식물은 수정이 되면 어떻게 변할까?  식물도 자식을 얻기 위해 꽃이란 생식기관을 만든다. 꽃은 꽃받침, 꽃잎, 수술, 암술, 씨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술과 수술, 암꽃과 수꽃이 식물의 성(性)이다. 꽃은 스스로를 아름답게 만들고 향기를 내어 곤충을 부르고, 바람에 의하거나 스스로 힘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한다. 꽃밥을 떠난 꽃가루는 꽃가루받이를 하면 발아하여 꽃가루관이 된다. 꽃가루관은 암술대를 뚫고 들어가 밑씨주머니와 연결된다. 이때 정핵이 분열되며 알세포와 극핵과 결합하는 것이 수정이다. 수정 후 세포 분열하고 조직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수정을 한 식물은 외부에서 보면 그 변화를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수정이 되면 꽃은 시들고, 씨방이 자라며 열매가 된다. 사과꽃은 수정..

개미지옥과 개미귀신 / 명주잠자리 애벌레가 파 놓은 함정

개미지옥과 개미귀신명주잠자리 애벌레가 파 놓은 함정  지옥은 죄지은 사람이 가는 곳이고, 귀신은 형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혼을 빼어놓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얘기한다. 지구상 생물 중에 가장 많이 사는 개미에게 지옥이 있고, 귀신이 있다. 산에 가다가 나무나 바위 밑에서 곱게 체로 친 듯한 마른 흙을 깔때기 모양으로 파놓은 구멍이 있다. 바닷가 사구 한쪽에도 그렇게 파놓은 구멍을 이따금 볼 수 있다. 그 구멍이 개미지옥이라는 함정이다. 그 구멍 바닥 밑에 명주잠자리 애벌레인 개미귀신이 숨어 있다.  명주잠자리는 잠자리가 아니다. 풀잠자리무리에 속하며 육식을 하여 잠자리란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잠자리는 날쌔고 더듬이가 털처럼 짧은데, 명주잠자리는 행동이 둔하고 더듬이가 길고 몸은 더 가늘다. 잠자리는 ..

소나무 그늘에도 살 수 있는 식물

소나무 그늘에도 살 수 있는 식물 진달래, 철쭉, 비비추, 맥문동, 둥굴레, 원추리 … 단풍나무, 잣나무, 소나무 밑에는 다른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기 어렵다. 산에 다녀 보면 참나무류 아래서도 풀이 없고 낙엽만 수북하다. 잎에 들어 있는 성장억제물질 때문이다. 그런 나무들 주변에서 다른 종의 물질이 살지 못하도록 생장을 억제하는 작용을 '타감작용(Alleopathy)'이라 한다. 소나무는 뻗어나간 뿌리에서 싹이 올라오지 않는다. 나무를 베고 나면 더 이상 싹이 올라오지 않는 유일한 나무가 소나무이다. 나무를 베거나 설해(雪害)를 입은 소나무는 새로운 줄기를 만드는 것을 거부한다. 원래 자랐던 줄기가 없어지면 그냥 받아들이며 살아가거나 죽는다. 소나무가 번식을 하는 방법은 씨앗뿐이다. 소나무 숲은 건조한..

식물이 알려주는 계절 변화 신호

식물이 알려주는 계절 변화 신호 우리 조상들은 가까이 있는 식물의 변화를 보고 계절의 변화를 알았다. 겨울이 지나면 매서운 추위를 이기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꽃이 매화이다. 그래서 매화를 꽃의 선두주자라 하고 춘풍제일지(春風第一枝)라 한다. 매화가 필 즈음에 울밖에서는 산수유 꽃이 피고, 산자락엔 생강나무 꽃이 핀다. 살구꽃은 집 부근에서 봄을 알리는 꽃이다. 음력 2월이 되면 연분홍색 살구꽃이 핀다. 그래서 이월에 대한 별명을 행월(杏月)이라 했다. 청명에 내리는 봄비가 행화우(杏花雨)라면 배꽃 필 때 내리는 비는 이화우(梨花雨)이다. 음력 춘삼월은 복사꽃이 피어 복사꽃도 봄을 대표한다. 벚꽃이 지면 찻잎을 따기 시작한다. 곡우(穀雨. 4.19경) 이전에 따는 차를 우전차(雨前茶)라 하여 고급차로 여..

북극 한파에 캐나다거위가 날아갔다

북극 한파에 캐나다거위가 날아갔다 -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호수에서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은 미국 중동부 시카고에서 승용차를 타고 남쪽으로 2시간 반 가량 가는 곳이다. 위도가 북위 40.3도인 이곳 겨울 날씨는 습윤 대륙성기후 영향을 받아 바람이 불면 스산하다. 우리나라가 겨울 추위를 겪을 때 시베리아 바람이 불어 춥다고 하는데, 이곳은 미시간호 바람이 불어서 춥다고 말한다. 호수에는 캐나다거위 2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보통 거위는 집에서 사육을 하는데, 캐나다거위는 야생이고 텃새이다. 호수가 비좁을 정도로 몸집이 커서 키는 40㎝, 몸길이는 1m나 된다. 부근 습지 셀러리 보그에서는 캐나다거위가 안 보인다. 남획을 하고, 알을 가져가고, 서식지가 마땅찮아 ..

셀러리 보그 /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있는 습지

셀러리 보그 (Celery Bog)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라피엣에 있는 습지 미국 중동부 시카고에서 남동쪽으로 167㎞ 내려가면 인디애나주에 작은 도시 웨스트라피엣(West Lafayette)이 있다. 웨스트라피엣은 세계 유수의 명문대 퍼듀대학교가 있는 곳이다. 여러 분야에서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연구중심 대학이다. 항공학은 세계 최초로 생겨, 아폴로호를 타고 달에 처음 착륙한 우주비행사인 닐 암스트롱 등 많은 항공 전문가를 배출하고 미국항공산업을 이끌고 있다. 시카고에서 이곳까지 가는 동안 산이라고는 구경할 수 없고, 넓은 옥수수밭이 대부분이다. 웨스트라피엣은 와비쉬강을 사이에 두고 라피엣과 마주 보고 있다. 캠퍼스 안은 활기차지만 학교 밖 주거지는 한적하고 대부분 단층 나무집이다. 대학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