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265

바위를 뚫고 사는 나무

바위를 뚫고 사는 나무 나무줄기는 하늘을 향하고 뿌리는 땅으로 향한다. 줄기는 밝은 곳에서 살며, 뿌리는 어두운 곳에서 산다. 그것이 줄기와 뿌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나무는 뿌리를 내리면 스스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며 평생을 산다. 그곳이 어디든 터를 정한 나무는 뿌리를 고정하고 환경에 맞추어 살아간다. 산에서 나무가 암벽을 비집고 들어간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어떻게 나무가 바위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껍질이 생기지 않은 어린 나무뿌리 끝에는 흙을 파고들 때 상처가 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뿌리골무가 있다. 뿌리골무가 바위를 가르고 들어가는 역할을 한다. 이 연약한 조직은 생장점을 감싸 안고 끈끈한 점액질을 분비한다. 점액질에는 거친 흙을 부드럽게 만들고, 다..

속이 비어도 사는 나무

속이 비어도 사는 나무 나무도 해가 가면 나이를 먹는다. 원줄기에는 나무의 나이와 같은 수의 나이테가 있다. 나이를 먹은 것을 그렇게 속으로 표시를 해놓는다. 오래전에 만든 나이테는 가장 안쪽에 있고, 가장 최근에 만든 나이테는 껍질 가까이에 있다. 가장 안쪽에 있던 나이테도 과거에는 지금 바깥쪽에 나이테가 했던 일을 하였다. 안쪽은 심재이고 바깥쪽은 변재이다. 바깥쪽에 나이테가 있는 곳에 변재가 일을 하지 못하면 나무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큰 산에 가면 나무 안쪽인 심재가 빈 나무를 가끔 볼 수 있다. 심재는 나이가 들면 딱딱해지는데, 부식화되는 백재(白材)가 되는 것이 있다. 백재는 질이 나쁘고 단단하지 못해서 쉽게 썩는다. 그런 나무는 줄기 속이 비는 공동화 현상(空洞化 現象)이 나타난다. 내부 ..

회초리 나무 / 싸리와 물푸레나무

회초리 나무 싸리와 물푸레나무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숙제를 안 한 학생은 앞으로 나오라 하였다. 종아리를 걷으라 하고 먼지떨이로 쓰는 대나무 회초리를 들었다. 그런데 한 친구는 담임이 아버지였다. 선생님이 아들을 보더니 갑자기 화가 났다. 다른 학생보다 더 많이 더 세게 때렸다. 매를 맞은 친구는 "아버지,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하며 도망을 갔다. 교실에서 아들이 도망가고 선생님은 오라 하고 잠시 소란이 일어났다. 다소 감정이 들어간 회초리였다. 회초리로 싸리를 많이 쓴다. 싸리는 주변에 많아서 사립문이나 빗자루, 광주리 등 생활용품을 만든 나무였다. 싸리는 줄기가 곧고 단단하다. 그래서 회초리로 썼는데, 종아리에 맞으면 자국이 날 정도였다. 싸리 회초리로 맞고 장원급제한 선비는 귀향하며 싸리..

추운 날의 벗 '세한삼우(歲寒三友)'

추운 날의 벗 '세한삼우 (歲寒三友)' 소나무(松), 대나무(竹), 매화나무(梅) 연초에 날이 차다. 집 앞 소나무에도 눈이 내리고 세상이 하얗다. 추운 날의 벗, 세한삼우가 있다. 겨울 추위에도 보기 좋은 세 가지인 소나무(松), 대나무(竹), 매화나무(梅)를 이른다. 세한삼우는 중국 송나라부터 유행하였다. 매화 대신 국화를 넣어 송죽국(松竹菊)으로 삼기도 하고,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소나무 대신에 돌을 넣어 매죽석(梅竹石)을 세한삼우라 하였다. 고려나 조선시대에 셋을 한목에 소재로 삼지는 않았지만, 각각은 인내와 절개, 지조와 품격을 상징하여 글이나 그림 소재로 많이 썼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가 그린 세한도(歲寒圖)에는 소나무가 나온다. 논어에 나오는 '날씨가 차가워진 후에야 송백(松..

2022년 '올해의 꽃'

2022년 '올해의 꽃' 우리가 꽃을 보는 것은 계절이 돌아오면 꽃은 생명의 힘을 다하여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꽃에는 이미 아름다움이 그 안에 있어 아름답지 않은 꽃은 이 세상에 없다. 우리가 꽃을 보는 것은 자연을 내 안에 채워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꽃을 보는 것은 마음에 꽃등을 켜서 마음을 향기롭게 하는 것이다. ▲ 풍도대극 (대극과) : 풍도에서 발견된 붉은대극 종류라는 뜻의 이름이다. 풍도 이외 지역에서도 발견되며 붉은대극과 통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풍도 산 능선에서 볼 수 있다. 잎이 붉게 변한 것도 있다. ▲ 풍도바람꽃 (미나리아재비과) : 풍도에서 발견한 바람꽃. 따로 구분하지 않고 변산바람꽃의 변이로 보기도 한다. 들여다보니 꽃술은 변산바람꽃과 차이가 없다...

가을에 남한산성에서 피는 들꽃 9. 메꽃과 식물 (애기나팔꽃 ..) 외

가을에 남한산성에서 피는 들꽃 9 메꽃과 식물 (애기나팔꽃 ..) 외 * 애기나팔꽃, 새삼, 박주가리, 파리풀, 까마중, 뚝갈, 꼭두서니, 고추나물, 닭의장풀, 수까치깨, 누린내풀, 선괴불주머니, 산부추, 자주쓴풀, 용담, 초롱꽃 하얀 꽃이 대종인 여름을 지나면 보라빛 꽃이 등장한다. 가을에 꽃을 보는 시간은 짧다. 그러니 부지런을 떨어야 볼 수 있는 것이 가을 꽃이다. 가을은 열매를 맺어 결실을 이루는 계절이요 소멸과 부활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니 식물들에게 가을은 바쁘다. 그래서 가을 꽃들은 모여서 피는 것이 많다. 모여서 꽃을 피우는 것은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한 가을꽃의 전략이기도 하다. 키도 비슷하여 같이 힘을 합한다. 산중에 꽃은 선명한 빛을 내어 저마다 최선을 다해서 꽃을 피운다. ▲ 애기나팔꽃..

가을에 남한산성에서 피는 들꽃 8. 장미과 식물 (짚신나물...) 외

가을에 남한산성에서 피는 들꽃 8 장미과 식물 (짚신나물 ...) 외 *오이풀, 긴오이풀, 짚신나물, 뱀딸기, 큰뱀무, 술패랭이꽃, 쇠별꽃, 물봉선, 노랑물봉선, 병아리풀, 나도송이풀, 주름잎, 이질풀, 쥐손이풀, 큰세잎쥐손이 한여름에 피던 꽃들은 다른 계절보다는 적지만 가을까지 피는 꽃들이 꽤 있다. 여름 열기가 지나고 향기가 나는 꽃들이 하늘을 배경으로 피는 가을이다. 맑은 꽃 향연이다. 가을에 피는 꽃들은 씨앗을 맺고서도 계절을 기다려 인내 끝에 피운 결과이다. ▲ 오이풀 (장미과) : 오이풀이란 이름은 식물의 잎을 따 비벼서 코에 대어보면 오이 냄새가 진하게 나고 나물로 식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긴오이풀에 비해 꽃차례와 잎의 길이가 짧은 점이 다르다. 7~9월에 꽃이 핀다. ▲ 긴오이풀 (장미과)..

가을에 남한산성에서 피는 들꽃 7. 미나리아재비과 식물. 백부자와 투구꽃 외

가을에 남한산성에서 피는 들꽃 7 미나리아재비과 식물. 백부자와 투구꽃 외 * 외대으아리, 좀꿩의다리, 백부자, 세잎승마, 진범, 투구꽃, 자주조희풀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와 연관이 있어서 아재비란 이름을 붙였다. 아재비는 아저씨를 낮추어 부르는 말인데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미나리가 자라는 저지대 다습한 지역에 함께 자라고 미나리를 채취할 때 그 속에 섞여 자라므로 얼핏 보면 미나리와 혼동되기도 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식물의 분류는 나중에 있었던 것이니 미나리는 산형과이고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아재비과이다. 그래서 살펴보니 미나리가 꽃색이 희고, 식물에 털이 없고, 독성이 없는데 비해, 미나리아재비는 꽃이 노랗고, 전초에 털이 있고 독성이 있다.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은 꽃 피는 시기가 다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