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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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192

초식동물을 따돌리는 나무

초식동물을 따돌리는 나무 음나무, 주엽나무, 호랑가시나무, 화살나무 나무가 씨앗을 내려 하나의 나무로 살아가려면 수많은 난관이 따른다. 씨앗이 어미로부터 멀리 떨어져 이동하였어도 자리를 잡아야 하고 기다려야 한다. 자리 잡은 곳에서 조건이 맞아야 하고, 경쟁을 하여야 하고, 스스로 살아가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나무가 자리를 잡아 새싹을 내면 초식동물이 배를 채우기 위해 다가온다. 그러자면 먹지 못하도록 방어물질을 내어서 막기도 하고, 가시를 내어 방비를 하는 나무가 있다. 음나무는 부드러운 새싹이 쌉쌀하고 달콤하다. 사람도 좋아하지만 노루나 고라니 등 초식동물도 좋아한다. 음나무는 어린 줄기에 가시를 내어 잎을 보호하고, 영양분을 아껴서 나무 성장을 돕는다. 험상궂은 가시는 자라면서 차츰 줄어들고 커서..

선비들이 나무와 꽃을 사랑한 뜻

선비들이 나무와 꽃을 사랑한 뜻 회화나무, 은행나무, 매화나무, 배롱나무, 소나무, 목련, 국화, 연꽃 조선의 선비들은 나무와 꽃을 통해서 마음의 수양을 얻고자 하였다. 꽃은 단순한 완상의 대상이 아니라 그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면 앎을 이룰 수 있다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수양 방법으로 생각하였다. 조선시대 세조 때 문신 강희안(姜希顔)이 지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 보면 그러한 내용이 나와 있다. 양화소록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서이다. 그는 화초를 기르면서 알게 된 꽃과 나무의 특성, 품종, 재배법을 정리하였다. 그는 화가이기도 하고 농업서도 짓고, 훈민정음에 대한 해석과 용비어천가 주석에도 참여하였다. 그의 책을 포함하여 여러 책을 읽으며 조선의 선비들이 가까이하였던 나무와 꽃을 정리한다. ◇ ..

식물의 화학무기

식물의 화학무기 테르핀, 타닌, 타감 물질, 알칼로이드 물질, 유독물질 산길은 늘 싱그럽다. 울창한 숲길에 들면 더욱 그렇다. 나무가 우거진 곳도 그렇지만 풀을 베어낸 곳에서 싱그런 냄새가 더 많이 난다. 식물은 봄에 새잎을 낼 때는 크기를 키우기 위해 얇고 부드러운 잎을 낸다. 그러다가 얼마큼 자라면 잎 속에 전에 없던 딱딱하고 고약한 물질을 더하여 방어를 하게 된다. 이것이 테르핀(Terpene)이다. 우리가 숲 속에 들 때 코를 자극하고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향기가 테르핀이다. 민들레도 배추도 소나무에도 테르핀이 있다. 삼림에서 발생하는 테르핀 정유물질의 성분이 피톤치드(Phytoncide)이다. 피톤(Pyton)은 '식물', 치드(Cide)는 '죽이다'는 뜻을 가진 말을 합성한 것으로 항균 항산화 ..

소리로 이름을 지은 나무

소리로 이름을 지은 나무 꽝꽝나무, 닥나무, 자작나무, 팽나무, 댕강나무 사람이 나서 이름을 가지듯, 나무도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무는 두 종류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세계 공통으로 쓰는 학명이고, 하나는 나라마다 관습과 편의에 의해 짓는 국명이다. 나무가 이름을 얻는 것은 나무의 모양, 나무의 특성이나 쓰임새, 나무껍질의 색과 모양, 잎의 모양과 크기나 색깔, 꽃의 모양이나 특징, 열매의 빛깔이나 모양이나 맛, 가시의 모양이나 특징, 나무가 가진 냄새와 맛, 나무의 효능, 나무 크기, 자라는 위치 등에 따라 이름을 얻는다. 그러니 나무 이름을 보고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소리로 이름을 지은 나무들이 있다. 꽝꽝나무, 닥나무, 자작나무, 팽나무, 댕강나무가 그것이다. 이런 나무들은 나무가 스스..

양치식물 / 꽃이 없어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

양치식물 꽃이 없어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 최초 생명체는 식물이었고, 식물들은 각기 지구에서 주인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육상식물은 크게 이끼류와 관다발식물(물관과 체관이 있는 식물)로 분류한다. 다시 관다발식물은 포자로 번식하는 포자식물과 종자로 번식하는 종자식물로 구분한다. 포자식물은 다시 양치식물 등 여러 식물군이 있으나, 포자식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양치식물로 뭉뚱그려 표현한다. 양치식물은 선태식물(이끼류)과 종자식물(겉씨식물, 속씨식물) 중간에 위치한 식물이다. 선태(蘚苔)란 이끼 선(蘚) 이끼 태(苔)로 이끼의 한자말이고, 종자는 씨앗의 한자말이다. 양치(羊齒)란 양의 이빨이란 뜻으로 양치식물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양의 이빨을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양치식물은 지금은 종자식물에 밀리지만 3억 4천..

치유의 숲으로 가다 / 서울대공원 치유의숲

치유의 숲으로 가다 서울대공원 치유의 숲 (2021.5.17. 비. 14.2~16.7℃) 나무 한 그루에도 생로병사가 있다. 사람이 살면서도 그런 과정을 거치는데 숲에서 치유를 한다는 말은 숲이 생명을 불어넣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숲은 나무가 모여 살고 다양한 생명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담쟁이덩굴은 나무에 붙어 키가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애벌레가 먹는 나뭇잎은 애벌레의 양식이다. 애벌레는 잎을 갉아먹고, 나무는 갉아먹지 않게 하기 위해 방어물질을 발산한다. 그 방어물질을 우리가 마시는 것이니, 애벌레 몸짓 하나로 이루어지는 일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5월은 숲이 왕성한 계절이다. 무성한 숲은 자연의 힘과 자연의 신비를 담고 있다. 숲은 자신이 품고 있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러기..

3월에 피는 꽃 / 꽃은 봄을 깨우고

꽃은 봄을 깨우고 향곡 꽃은 봄을 깨우고 목을 길쭉 내밀어 저마다 궁리로 피워낸 자랑스러움이다. 언 땅에서도 꿈꾸던 간절한 바람이 이제는 둘도 없는 꽃이 되어 웃는다. 빛나는 햇살을 받아 꽃등불이 되고 하늘을 열어서 봄 풍경이 되었다. 이제는 세상에 그윽한 향기이고 싶고 날마다 보아도 그리운 꽃이고 싶다. 3월에 피는 꽃은 봄을 깨워서 피어낸 꽃이다. 생명에 대한 눈물겨운 열정이요 저마다 빼어난 방법으로 이 세상에 온 것이다. 지나온 시간은 들꽃에겐 야무진 인내로 이룬 첫 결실이다. 온 산하를 덮은 들꽃의 봄 풍경은 그 자체가 경탄이다. 이제 그 열정이 향기로 다가오고 더 큰 결실로 다가올 것이다. 산과 들을 다니며 본 3월의 꽃을 모아보았다. ※ 3월에 핀 꽃 (예봉산, 남한산성, 수리산, 화야산, 올..

비 오는 날에 산수유

비 오는 날에 산수유 산수유는 이른 봄날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대표적인 봄꽃이다. 산(山)은 산에서 자라고, 수(茱)는 열매가 빨갛다는 뜻이고, 유(萸)는 열매를 그냥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열매는 귀한 약재로 여겼다. 시인 김종길의 시 '성탄제'에서 산수유가 나온다. 할머니는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아버지는 한밤중 산길에서 눈을 헤치어 산수유 열매를 따왔다. 산수유 열매는 그렇게 목숨을 구하였던 귀한 약재였다. 삼국유사 경문왕 편에 산수유가 나온다. 국선(國仙)이었던 청년 낭(郎)은 현안왕의 사위가 되었다가 왕위를 이어받아 경문왕이 되었다. 왕의 귀는 점점 길어 나귀의 귀처럼 되어갔다. 이때 아랫사람 중 하나가 그 사실을 알고 참지 못하였다. 그는 절 뒤에 있는 대나무 밭에 들어가 ..

왜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지고 오나?

왜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지고 오나?       아버지 산소에서 내려오는 산길 옆에는 대추나무가 있다. 추석이 보름 정도 남았을 무렵에는 아직 대추가 퍼렇다. 어머니는 대추를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며 따서 드셨다.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한다고 대추나무엔 가시가 많아서 조심스레 가지를 잡고 덜 익은 대추를 따서 우물우물 씹었다. 강원도 어느 산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대추나무가 있는 집을 지나갔다. 어떤 아주머니가 지나가는 나를 부르면서 대추나무를 보고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며 서너 개 따 주었다. 다른 과일에 비해 유난히 대추만큼은 정을 더 베풀었던 과일이다. 대추나무는 성질이 천하태평인지 늦봄이 되어서야 가지에 싹이 돋아나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아보느라 죄 없는 가지를 꺾어보기도 한다.  그것을..

세정사계곡으로 바람꽃을 보러 가다

세정사계곡으로 바람꽃을 보러 가다 운길산역-세정사-새우젓고개-새재고개-도곡리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2021.3.8. 맑음. 1.5~13.9℃) 3월 초순이면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지만 매화와 산수유엔 망울이 터질 듯 맺혔다. 남양주 운길산과 예봉산이 만나는 세정사계곡으로 꽃을 보러 갔다. 바람꽃이 보고 싶었다. 아직도 겨울이 계곡 한편에 남아 있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계절에 눈 녹은 물을 마시며 피는 꽃이 바람꽃이다. 계곡엔 아직 눈이 남아 있었다. 바람꽃은 눈처럼 하얀 얼굴을 하고 봄을 전한다. 산에 눈이 점점이 뿌리며 오듯 바람꽃도 그렇게 점점이 내려앉은 꽃이다. 바람꽃은 자리 잡은 곳에서 찬찬히 봐야 볼 수 있는 꽃이다. 가녀린 너도바람꽃이 여기저기서 예쁜 꽃송이를 쏙 내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