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가지고 오나?
아버지 산소에서 내려오는 산길 옆에는 대추나무가 있다. 추석이 보름 정도 남았을 무렵에는 아직 대추가 퍼렇다. 어머니는 대추를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며 따서 드셨다.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한다고 대추나무엔 가시가 많아서 조심스레 가지를 잡고 덜 익은 대추를 따서 우물우물 씹었다. 강원도 어느 산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대추나무가 있는 집을 지나갔다. 어떤 아주머니가 지나가는 나를 부르면서 대추나무를 보고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며 서너 개 따 주었다. 다른 과일에 비해 유난히 대추만큼은 정을 더 베풀었던 과일이다.
대추나무는 성질이 천하태평인지 늦봄이 되어서야 가지에 싹이 돋아나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아보느라 죄 없는 가지를 꺾어보기도 한다. 그것을 모르는 우리 동네 아저씨는 대추나무가 싹이 안 난다고 마구 베어내기도 하였다. 도리깨질 할 때 대추나무 꽃이 맺힌다고 하였다. 대추나무는 늦게 나고 느릿느릿 움직인다고 양반 나무라하는데, 싹이 늦게 나도 열매가 빨리 익어 9월이면 익는다. 대추나무는 작은 연 황록색 꽃이 달리면 비바람이 불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열매를 맺고 나서야 꽃이 떨어지고 많이도 매달리기에 자손 번성의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제사에 쓰고 폐백 때 시어머니가 대추를 듬뿍 집어 신부 치마에 던져 준다.
대추나무 목재는 치밀하고 단단하여 방망이나 떡메, 도장 재료 등에 썼다. 사람이 대추 방망이 같다는 말은 단단하다는 것이다. 대추나무에는 네 가지 이득이 있다.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돈이 되고, 많이 열리고, 나무 재질이 좋아 쓸모가 많고, 귀신을 쫓는 벽사의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목재의 재료는 귀신이 싫어하는 붉은빛이 있어 귀신을 쫓는 벽사의 의미가 있다. 열매와 나뭇가지 그리고 나무 재질이 붉다. 거기다가 귀신이 싫어하는 가시까지 달려 있다. 특히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악귀를 쫓는 부적을 만들거나 행운을 가지고 오는 도장을 새기는 데 썼다. 벼락까지 맞은 대추나무는 하늘의 노여움을 지니게 되어 귀신이 얼씬거릴 수 없어 이것이 행운을 부르는 상징이 된 것이다. 대추나무는 불행을 막아주고 병마가 접근할 수 없는 상서로운 힘을 갖는다고 믿는다. 나무를 심을 공간이 있다면 대추나무 한 그루를 들여놓으면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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