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사계곡으로 바람꽃을 보러 가다
운길산역-세정사-새우젓고개-새재고개-도곡리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2021.3.8. 맑음. 1.5~13.9℃)
3월 초순이면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지만 매화와 산수유엔 망울이 터질 듯 맺혔다. 남양주 운길산과 예봉산이 만나는 세정사계곡으로 꽃을 보러 갔다. 바람꽃이 보고 싶었다. 아직도 겨울이 계곡 한편에 남아 있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계절에 눈 녹은 물을 마시며 피는 꽃이 바람꽃이다. 계곡엔 아직 눈이 남아 있었다. 바람꽃은 눈처럼 하얀 얼굴을 하고 봄을 전한다. 산에 눈이 점점이 뿌리며 오듯 바람꽃도 그렇게 점점이 내려앉은 꽃이다. 바람꽃은 자리 잡은 곳에서 찬찬히 봐야 볼 수 있는 꽃이다. 가녀린 너도바람꽃이 여기저기서 예쁜 꽃송이를 쏙 내밀고 있다. 어떻게 결실을 맺기에 이렇게 자리 잡을 수 있단 말인가. 산 위쪽에 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너도바람꽃이 대세인데 바람꽃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꿩의바람꽃도 몇 점 보인다. 너도바람꽃 등쌀에 넓게 자리 잡지는 못하였다.
꽃을 찾는 사람은 발걸음이 느리다. 느려야 볼 수 있는 것이 꽃이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꽃은 수평으로 피었는데 위에서 내려보면 동그랗게 핀 꽃술을 볼 수가 없다. 아예 복장을 갖추고 오체투지로 엎드려 사진에 담는 사람도 있다. 꽃이 피는 시기는 식물이 가장 아름다울 때인데, 꽃에 빠져 있으면 그 사람도 아름다워진다. 생명이 움트는 봄이다. 경칩이 지난 논에는 개구리가 알을 낳았고, 닭들은 밖으로 다니며 배를 채우고 있다. 호랑버들과 갯버들은 보드라운 꽃차례가 주렁주렁 달려서 가지가 무거울 정도이다. 고갯마루에 생강나무는 노랗게, 올괴불나무는 분홍빛 꽃송이를 내밀어 봄을 맞이한다. 개울물 소리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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