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56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말속에 자연 45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청명(淸明)은 24 절기 중에서 다섯 번째 절기다.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청명이 있다. 청명은 바야흐로 봄기운이 올라 날이 맑아지는 때이다. 청명은 매년 4.4이나 4.5로 한식(寒食) 하루 전이거나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란 말이 있다. 청명이 농사에 관련한 절기라면, 한식은 중국 진(晉) 나라 문공을 섬기던 개자추(介子推)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한 유래가 있다. 청명은 바쁜 농번기의 시작이라 따로 세시행사는 없다. 다만 동국세시기에 보면 고려조 이후 관청에서 버드나무나 느릅나무로 불을 일으켜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하여 거꾸로 꽂아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자라고 빛..

살구꽃이 피면 백곡(百穀)을 심는다

말속에 자연 44 살구꽃이 피면 백곡(百穀)을 심는다  살구나무는 3월 하순에서 4월 초에 꽃이 핀다. 꽃잎에 연분홍 빛이 살짝 비치는 꽃이다. 살구나무란 이름은 옛 이름 '살고'에서 유래하여 살구로 변했다. 살고의 의미에 대해서는 열매가 노란색을 뜻하는 '살(黃)'과 '고(명사화 접미사)'의 합성어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으나 정확한 어원을 알려져 있지 않다. 살구나무는 한자로는 행(杏)으로 쓰는데, 나무에 열린 열매가 아래로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다.  살구꽃은 매화보다는 조금 늦게 핀다. 매화나무가 서재 앞에 자리 잡은 나무라면 살구나무는 살림집 울담 부근에서 볼 수 있다. 살구나무와 매화나무는 모두 장미과로 사촌지간으로,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꽃 모양도 비슷하여 구별이 쉽지 않다. 차이점은 살구나..

우리말 바람 이름 / 동풍은 샛바람, 서풍은 하늬바람

우리말 바람 이름 동풍은 샛바람, 서풍은 하늬바람   봄바람은 '화풍이 건듯 불어 녹수를 건너오니'처럼 살랑살랑 분다.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賞春曲)에 나오는 글로 꽃과 술이 어우러지는 명시이다. 화풍(和風)은 부드럽게 솔솔 부는 화창한 바람을 이르는 것으로, 봄에 부는 부드러운 바람이다. 한자로 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바람 이름이다. '갈바람에 우수수 칠십 년을 보냈다'는 추사 김정희의 '길갓집'이란 시가 있다. 갈바람은 가을에 부는 선들바람이다.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귀에 들어온다. 우리말로 나타낸 바람 이름은 시에 자주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써서 그 자취가 남아 있다.   뱃사람들은 동쪽을 새쪽, 서쪽은 하늬쪽, 남쪽은 마쪽, 북쪽은 노쪽이라 한다. 그래서 새쪽에서 불어오는 동풍(東風)은..

춘분(春分)이 지나야 본격 봄이 온다

말속에 자연 43  춘분(春分)이 지나야 본격 봄이 온다   춘분은 24 절기 중 네 번째 절기로 낮과 밤이 같은 날이다. 태양의 중심이 적도에 오는 날로 3월 20일이나 21일 경이다. 절기에 분(分)을 쓰는 것은 춘분과 추분이 있다. 분(分)은 나눈다는 의미를 가진다. 낮과 밤을 똑같이 나눈다는 것이다. 춘분은 낮과 밤이 같아서 균형을 이루는 날을 의미한다. 엄격하게는 낮이 8분 정도 길어서 낮과 밤이 같은 날은 3월 17일이나 18일이다. 태양이 지평선에 떠오른 때로부터 다 지는 때까지가 낮으로 삼기에 태양이 지평선 중간에 걸리는 것을 기준으로 춘분과 추분을 삼는 것과 차이가 난다.  춘분은 날짜의 의미를 넘어서 자연의 변화와 생명력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춘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따뜻하기에 춘분..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

말속에 자연 42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   경칩(驚蟄)은 3월 5일 전후로 오는 세 번째 절기이다. 바야흐로 초봄이 시작되는 기준으로 본다. 그렇지만 한기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겨울이 물러가고 완연한 봄이 되려면 춘분은 되어야 한다. 경칩 무렵엔 만물이 약동하여 새로운 생명이 생기며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난다. 칩(蟄)은 숨을 칩인데, 겨울잠으로 숨어 있던 동물을 이른다. 경(驚)은 놀랄 경인데 깨어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속담에 '경칩이 되면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고 한다. 산천초목이 깨어나 봄맞이를 준비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한다. 우수경칩이 지나면 누그러진다는 말이다. 경칩 전에도 산에 다니다가 보면 웅덩이에 개구리와 도롱뇽이 알을..

우수(雨水) 뒤 얼음같이

말속에 자연 41 우수(雨水) 뒤 얼음같이   우수(雨水)는 입춘(立春) 다음에 오는 새해 두 번째 절기다. 날짜로는 양력 2월 19일 경이다. 우수는 얼음이 녹고 싹이 트는 때이다. 우수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물이 많아진다는 의미를 가졌다. 땅을 갈아야 할 시기에 물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수 무렵부터 날씨가 서서히 따뜻해지고 만물은 소생할 준비를 한다. 얼었던 대동강 물이 풀려 물고기가 올라오고, 기러기는 추운 곳을 찾아 날아가며, 초목은 싹이 트기 시작한다.       우수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강에 얼음은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 그래서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고 한다. 제아무리 추워도 우수 경칩이 지나면 누그러진다는 것을 뜻하는 속담이다. '우수 뒤 얼음같이'란 속담이 있다..

심심풀이 땅콩

말속에 자연 40  심심풀이 땅콩   땅콩은 땅과 콩이 어우러진 말인데, 콩처럼 생긴 과실이 땅속에서 생겼다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남미를 탐사하던 유럽인들이 안데스산맥 동쪽에서 4천 년 전부터 재배하던 땅콩을 발견하였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것을 알고 가져와서 재배하였다. 지금은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가 생산과 소비에서 1,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 정조 때 중국에 사신으로 간 이덕무가 소개하였으나 지금의 땅콩은 1836년 중국에서 들여왔다.  정월 대보름에 견과류와 더불어 땅콩을 부럼으로 깨문다. 전래의 부럼은 밤, 호두, 잣, 은행이었다. 최남선이 1930년대에 쓴 글을 보면 요즈음 땅콩을 부럼으로 쓰기도 한다고 썼다. 우리가 실제 땅콩을 먹기 시작한 ..

정월 대보름, '부럼 깨물자'

말속에 자연 39  정월 대보름, '부럼 깨물자'   정월 대보름은 음력 1월 보름날이다. 정월 대보름은 전통 명절로 예전에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가 축제였다. 대보름까지 세배를 다녔으니, 원거리에 계시는 어른을 찾아다니며 세배도 이때까지 하였다.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설에는 못 오더라도 보름까지는 와야 한다는 뜻이다. 대보름까지는 돌아와서 농사 준비를 도우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보름은 새해를 맞이하고 한해를 준비하는 명절이다. 정월 대보름 아침에 일어나면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을 마신다. 부럼은 밤 호두 잣 은행 등 딱딱한 견과류와 땅콩을 이르는데, '부럼 깨물자' 그러면서 깨문다. 부럼을 깨무는 것은 부스럼이나 종기가 나지 않고 이가 튼튼하도록 바라는..

입춘(立春), 봄추위가 장독을 깬다

말속에 자연 38 입춘(立春), 봄추위가 장독을 깬다   입춘(立春)은 봄이 들어선다는 절기이다. 양력 2월 4일경으로 1년 24 절기에서 첫 번째 절기다.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려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깨어난다. 하지만 아직 겨울은 덜 가고 추위는 남아 있다. 음력으로는 정월이어서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이기도 하고, 입춘을 기준으로 띠가 바뀌고, 농경사회에서는 농사를 준비하는 상징성이 있어서 입춘이 중요한 절기였다.     입춘이 되면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첩(立春帖)을 붙였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은 '입춘을 맞아 크게 길하다'는 뜻으로, 한해 시작이 순조롭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글이다. 건양다경(建陽多慶)은 '밝은 태양의 기운을 받아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좋은 일과 ..

대한(大寒)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

말속에 자연 37 대한(大寒)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   대한(大寒)은 큰 추위란 뜻을 가진 절기다. 양력으로는 1월 20일경으로 소한(小寒) 보름 뒤에 온다. 사람들은 대한보다 소한이 추울 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거나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란 말을  한다. '소한이 대한 집에 몸 녹이러 간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얼마나 추울까 싶어 최근 10년간(2015~2024년) 기상청 자료로 비교하였다. 소한이 추운 경우도 있었으나 대한이 추운 경우가 조금 많았다.   대한은 한해 24 절기를 매듭짓는 절기이다. 그래서 대한 밤을 해넘이라고도 말한다. 어려운 시기가 넘어간다는 말도 된다. 이 시기는 농한기라 일을 안 하니 점심을 건너뛰거나 죽으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