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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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63

소만(小滿) 지나면 못자리 걱정 없다

말속에 자연 52 소만(小滿) 지나면 못자리 걱정 없다 소만(小滿) 은 5월 21일경에 돌아오는 여름 절기로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있다. 이때가 되면 햇볕이 강하고 기온이 급격히 올라 마치 여름날씨 같다. 소만은 알곡이 조금씩 들어찬다는 의미이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차고 영글어가는 시기가 소만 무렵이다. 농가월령가에 '4월(음력)이라 맹하(孟夏. 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라고 그랬다.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를 시작하고, 보리를 베고, 김매기도 해야 하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소만 지나면 못자리 걱정 없다'라고 한다. 이때 모내기를 마치면 더 이상 그해 못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초여름이 시작되고 알곡은 영글어간다. '소만 맑으면 큰 물 걱정 없다..

홍일점(紅一點) / 무성한 초록 속에 붉은 꽃 한 송이

말속에 자연 51 홍일점 (紅一點) 무성한 초록 속에 붉은 꽃 한 송이 어릴 때 집 마당에 꽃밭이 있었다. 장독대 바로 옆에 꽃밭에는 늘 꽃이 피어 있고, 여름에 비가 오면 파초가 새로운 잎을 펼쳐서 하늘을 열었다. 겨울이 되면 꽃밭에 꽃들은 자취만 겨우 남고, 작은 석류나무 하나가 한쪽을 차지했다. 석류나무는 크지 않아 자리 차지는 하지 않는다. 나무는 굽고 비틀어졌지만 고목이라 하기에는 작은 나무였다. 석류나무는 봄이 되면 꽃이 아름다웠고, 여름에 달린 열매는 나뭇가지가 늘어질 정도로 컸다. 겨울에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르다.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무제 때 장건이 서역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 마늘, 오이, 호도, 포도, 석류를 가지고 왔다. 석류는 열매가 큰 혹(瘤)처럼 생겨서 안석..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말속에 자연 50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아버지 산소에 들렀다가 어른 손톱만 한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를 보았다. 어릴 때 읽은 청개구리 동화가 떠올랐다. 청개구리 형제는 어미가 시키면 반대로만 하다가 어미가 죽으며 냇가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하였다. 청개구리는 마지막 유언을 지키려 냇가에 무덤을 썼다. 그 뒤 비만 오면 무덤이 떠내려갈까 청개구리가 울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불효자를 풍자한 이야기다. 말을 잘 안 들으면 어른들은 '청개구리 삼신이 들었나' 그런다. 개구리는 울음소리 '개굴'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으면서 '개굴이'였다가 개구리가 되었다. 개구리에 대한 얘기는 오래되었다. 고대 부여왕 해부루가 산천에 아들 생기기를 빌었다. 바위 밑에서 금빛 개구리 모양인 아이를 얻어 후사를 ..

입하(立夏) 지나면 더위가 문턱을 넘는다

말속에 자연 49 입하(立夏) 지나면 더위가 문턱을 넘는다 입하(立夏)는 여름이 시작된다는 절기이다. 양력 5.5경으로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온다. '입하가 지나면 더위가 문턱을 넘는다'는 말이 있다. 입하 전이 봄에 가까웠다면, 입하 이후에는 낮기온이 빠르게 오르며 낮에는 더위를 느끼게 된다. 산과 들에는 실록이 점점 짙어지며 이팝나무가 꽃을 피운다. 입하에 이팝나무 꽃이 한꺼번에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절기상 여름이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봄기운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입하 무렵은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여 몹시 바쁜 시기이다. 농작물도 자라지만 해충도 번성하고 잡초까지 자라서 이것을 제거하는 행사를 권장하였던 것이 율력에 따르는 세시행사의 하나였다. '입하에 김을 매면 밥이 달다'..

곡우(穀雨),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

말속에 자연 48 곡우(穀雨),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 곡우(穀雨)는 여섯 번째 절기로 봄의 마지막 절기이다.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매년 4.20 경이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곡(穀)은 곡식만이 아니라 모든 농산물을 의미한다. 곡우에는 새싹과 새순이 돋아나고, 본격적으로 농사철에 접어든 시기이다. 겨울에 얼었던 땅이 풀리고 한기는 없어져 씨앗을 뿌릴 토양이 된다. 이때는 물을 대기 시작하는 시기로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준비한다. 곡우 때 오는 비는 농사에 필요한 비고, 이때 오는 비는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르고',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온다'는 말이 있다. 이때..

무릉도원(武陵桃源) / 복사꽃이 피는 별천지

말속에 자연 47 무릉도원(武陵桃源)복사꽃이 피는 별천지 복사나무는 봄을 대표하는 꽃나무 중 하나이다. 산에는 생강나무와 진달래가 첫 꽃소식을 알린다. 매화가 질 즈음 살구꽃이 피고, 살구꽃이 한창일 때 앵두나무 꽃이 피고, 살구나무 꽃이 다 지자 복사꽃이 화려하다. 복숭아나무는 꽃을 중심으로 보면 복사꽃이다. 복사나무는 중국 서북부 고산지대가 원산으로 삼국사기 백제 온조왕 때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전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한다. 살구꽃이 은은한 연분홍이라면 복사꽃은 화려한 진분홍이다. 꽃잎이 아름다운 데다가 수술머리에 금빛까지 반짝여 그 화려함을 더한다. 그래서 미인을 보고 복사꽃처럼 어여쁜 여인이라 하였다. 시경에는 시집가는 젊은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복사꽃에 비유하였다. 복사나..

청라(菁蘿)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곳

말속에 자연 46 청라(菁蘿)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곳   청명(淸明)이 지나자 봄기운이 물씬 난다. 노산 이은상이 지은  '봄의 교향악이 물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라는 〈동무생각〉 노랫말이 절로 나온다. 그 청라(菁蘿)에 '청(菁)'은 우리가 먹는 '무'이고  '라(蘿)'는 장다리꽃이다. 즉 청라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언덕을 말한다. 무는 한자로 나복(蘿蔔)이고 당청(唐菁)으로도 쓴다. 나복이 변화하여 나박이 되어 나박김치란 말이 나왔다.   장다리꽃은 배추나 무의 장다리에서 나온 꽃이다. 키가 큰 사람을 키다리라고 하는데, 배추나 무에서 나온 꽃줄기가 길어서 장다리라 한다. 장다리꽃은 배추나 무 씨를 만들어내는 꽃이다. 씨앗을 만들어내기 위해 키우는 것으로 씨받이꽃이다. 가을에 무나 ..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말속에 자연 45 청명(淸明)에는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   청명(淸明)은 24 절기 중에서 다섯 번째 절기다.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청명이 있다. 청명은 바야흐로 봄기운이 올라 날이 맑아지는 때이다. 청명은 매년 4.4이나 4.5로 한식(寒食) 하루 전이거나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란 말이 있다. 청명이 농사에 관련한 절기라면, 한식은 중국 진(晉) 나라 문공을 섬기던 개자추(介子推)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한 유래가 있다. 청명은 바쁜 농번기의 시작이라 따로 세시행사는 없다. 다만 동국세시기에 보면 고려조 이후 관청에서 버드나무나 느릅나무로 불을 일으켜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하여 거꾸로 꽂아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자라고 빛..

살구꽃이 피면 백곡(百穀)을 심는다

말속에 자연 44 살구꽃이 피면 백곡(百穀)을 심는다  살구나무는 3월 하순에서 4월 초에 꽃이 핀다. 꽃잎에 연분홍 빛이 살짝 비치는 꽃이다. 살구나무란 이름은 옛 이름 '살고'에서 유래하여 살구로 변했다. 살고의 의미에 대해서는 열매가 노란색을 뜻하는 '살(黃)'과 '고(명사화 접미사)'의 합성어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으나 정확한 어원을 알려져 있지 않다. 살구나무는 한자로는 행(杏)으로 쓰는데, 나무에 열린 열매가 아래로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다.  살구꽃은 매화보다는 조금 늦게 핀다. 매화나무가 서재 앞에 자리 잡은 나무라면 살구나무는 살림집 울담 부근에서 볼 수 있다. 살구나무와 매화나무는 모두 장미과로 사촌지간으로,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꽃 모양도 비슷하여 구별이 쉽지 않다. 차이점은 살구나..

우리말 바람 이름 / 동풍은 샛바람, 서풍은 하늬바람

우리말 바람 이름 동풍은 샛바람, 서풍은 하늬바람   봄바람은 '화풍이 건듯 불어 녹수를 건너오니'처럼 살랑살랑 분다.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賞春曲)에 나오는 글로 꽃과 술이 어우러지는 명시이다. 화풍(和風)은 부드럽게 솔솔 부는 화창한 바람을 이르는 것으로, 봄에 부는 부드러운 바람이다. 한자로 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바람 이름이다. '갈바람에 우수수 칠십 년을 보냈다'는 추사 김정희의 '길갓집'이란 시가 있다. 갈바람은 가을에 부는 선들바람이다.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귀에 들어온다. 우리말로 나타낸 바람 이름은 시에 자주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써서 그 자취가 남아 있다.   뱃사람들은 동쪽을 새쪽, 서쪽은 하늬쪽, 남쪽은 마쪽, 북쪽은 노쪽이라 한다. 그래서 새쪽에서 불어오는 동풍(東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