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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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45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말속에 자연 35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冬至)는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는 절기이다. 양력으로 12월 22일이나 23일이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고 낮이 가장 짧다. 동지 해는 짧아 노루꼬리 만하다고 했다. 이때부터 낮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여 태양은 기운을 회복한다.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시기여서 새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신라와 고려시대까지는 동지가 설이었다. 그래서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생겼다.  팥죽은 동지 음식이다. 귀신이 싫어하는 팥죽을 먹어 액운을 물리친다고 하였다. 예전에는 귀신을 물리친다고 팥죽을 뿌리기도 했다. 조선 〈영조실록〉에서 '영조는 귀신을 쫓는다고 문지방에다 팥죽을 뿌리는..

대설(大雪)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든다

말속에 자연 34 대설(大雪)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든다.      대설(大雪)은 양력 12월 7일 경이다. 24 절기 중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고 알려진 절기이다. 우리나라는 이 시기를 겨울로 여겨 입동(立冬) 소설(小雪)과 더불어 한겨울로 접어드는 중요한 절기로 본다. 음력 11월이면 농부들은 농사일이 끝나는 농한기로 농사의 한 해를 마무리한다. 산새들도 울지 않으며, 동물들도 땅속에 숨어들어 겨울잠을 자는 자연의 변화가 일어난다.  '대설에 눈이 많이 내리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또 '눈은 보리의 이불'이라는 속담이 있다. 눈이 보리를 덮으면 보온재 역할을 해서 추위로부터 보리를 보호하여 동해(冬害)를 입는 것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 ..

소설(小雪)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 / 겨울에 무 먹고 여름에 생강 먹고

말속에 자연 33 소설(小雪)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겨울에 무 먹고 여름에 생강 먹고   '소설(小雪)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다. 소설(小雪)은 양력 11월 23일경인데 그때부터 추위가 온다는 말이다. '소설이 지나면 얼음이 얼고, 대설이 지나면 눈이 쌓인다'는 말도 있다. 대설(大雪)은 양력 12월 7일 경이다. 본격적인 겨울은 대설 무렵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보았다. 아직도 늦가을이네 하던 날씨가 소설이 되자 갑자기 낮아졌다. 사람들은 입동(立冬. 양력 11월 7일경)이 지나면 김장을 하기 시작하는데 소설이 되기 전에 김장을 서둘렀다.  '가을 무 꽁지가 길면 겨울이 춥다'는 말이 있다. 무가 꼬리를 길게 하는 것은 추위에 대비하기 위한 무의 생존 본능이다. 식물도 미래에 닥쳐올 날..

입동(立冬) 지나면 동지(冬至) 온다

말속에 자연 32  입동(立冬) 지나면 동지(冬至) 온다  입동(立冬) 이란 말만 들어도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입(立)은 시작하다는 뜻이고 동(冬)은 겨울이니 겨울이 시작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입동은 양력 11.7 경이다. 입동이 되었다고 하여 추위가 금방 오는 것은 아니다. 첫추위는 소설(小雪. 양력 11.23 경)이 되어야 찾아온다. 추위가 다가오면 생명이 있는 모두는 겨울 동안 살아갈 준비를 한다. 입동이 되면 동물들은 동면에 들어가고 새들은 깃털을 늘려 몸을 따뜻하게 한다. 식물은 잎이 마르며 몸을 갈무리한다.  입동 전후에는 김장을 한다. 임동 전후 5일에 김장을 하면 김치가 맛있다고 한다. 입동 무렵 서늘한 기온이 김치 발효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는 아버지..

상강(霜降)이 오면 고추도 얼어 죽는다

말속에 자연 31 상강(霜降)이 오면 고추도 얼어 죽는다   첫서리는 추위의 시작이다. 올해는 9월 하순(2024.9.24)에 대청봉에서 첫서리를 관측하였다. 이는 작년(2023.10.29)보다 한 달가량 이르다. 상강(霜降)은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다. 절기로 상강은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로 양력 10.23 경이다. 공기 중에 떠 있던 수증기가 새벽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얼어서 물체나 땅에 얼어붙어 서리가 생긴다. 서리가 내린다는 것보다 서리가 생긴다는 말이 사실은 정확하다. 안개나 이슬이나 서리는 모두 공기 중에 수증기가 변한 것이다. 안개는 대기 중에 떠 있는 작은 물방물이다. 밤 사이에 지표면에 공기가 차가워지면 공기 중에 수증기가 뭉쳐 발생한다.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 아침과 저녁에 나..

오동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을 안다

말속에 자연 30 오동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을 안다  4월에 연보랏빛 오동나무 꽃이 필 때면 꽃향기가 기가 막히게 향기롭다. 오동나무란 이름은 한자 오동(梧桐)에서 유래했다. 오동(梧桐)의 오(梧)는 5개 씨앗이 열매 안에 유두모양으로 붙어 있어서, 동(桐)은 꽃 속이 빈 것이 통(筒)과 같아서 쓴 것이다. 가을에 나무는 잎이 마르면서 모습을 바꾼다. 오동나무에서는 큰 오동잎이 사그락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진다. '오동잎 한 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온 것을 안다(一葉落知天下秋)'는 말이 있다. 한자로는 줄여서 일엽지추(一葉知秋)라 한다. 사물의 징조를 보고 그 기울어지는 것을 짐작하는 비유이기도 하다. 오동잎은 워낙 커서 잎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잘 띄고, 소리도 크다. 낙엽 지는 소리에 가..

한로(寒露)가 되면 제비가 남쪽으로 날아간다

말속에 자연 29 한로(寒露)가 되면 제비가 남쪽으로 날아간다   한로(寒露)는 차가운 이슬이 맺힌다는 시기로 양력 10월 8일 경이다. 한로가 되면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자연은 빠르게 가을로 접어든다. 이때쯤이면 본격적으로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타작을 한다. 산과 들에도 단풍이 점차 짙어간다. 한로는 여름철새는 가고 겨울철새가 돌아오는 시기이다. '한로가 되면 제비는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말이 있다. 삼월삼짓인 양력 4월 초 청명(淸明)에 온 제비가 음력 9월 9일 경인 10월 초 한로에 가니 반년을 살다가 떠난다.  제비가 우는 소리를 처음 표현한 고어는 '졉-졉-'으로 '졉+이'가 제비가 되었다. 제비는 봄이면 잊지 않고 돌아오는 귀소본능이 있다. 제비는 기쁜 소식만 전하고 곡식을 먹지 않고 해충만 잡..

못된 소나무가 솔방울만 많다 / 떠나야 할 때를 아는 나무

말속에 자연 28 못된 소나무가 솔방울만 많다떠나야 할 때를 아는 나무  나무 중에서 소나무만큼 우리와 인연이 있는 나무도 드물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엮는 솔가지 잎에서 시작하여 소나무 관속에 들어가 솔밭에 묻히니 말이다. 어릴 때 땔감을 마련하러 뒷산에 올라갔다. 주로 솔잎이나 참나무잎을 긁어서 담아 온다. 어떻게 늘 푸르다는 솔잎이 긁어와도 늘 쌓인다. 늦가을이 되면 참나무 잎은 그 해 봄에 난 것이 모두 떨어지는데, 솔잎은 올해 난 것과 지난해 난 것은 그대로 붙어 있고, 지지난 해 난 것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잎갈이를 하고도 남아 있는 것이 많기에 늘 푸르게 보인다.  추석이 되어 송편을 만들 때면 솔잎을 따온다. 송편을 찔 때 밑에 깔기 위해서다. 솔향도 좋지만 항균력과 방부력이 뛰어..

백로(白露)가 지나면 기러기 날아와 가을을 전한다

말속에 자연 27 백로(白露) 가 지나면 기러기 날아와 가을을 전한다   백로(白露)는 양력 9.8경으로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서 풀잎에 이슬이 보일 정도로 기온이 차가워진다. 새벽 산길을 걷다가 보면 풀잎에 송골송골 맺힌 이슬이 보인다. 대체로 백로를 깃점으로 가을이 시작된다. 백로는 벌초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추수를 앞두고 숨을 고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백로에서 추분 사이에 기러기가 날아오며, 제비는 남쪽으로 돌아간다. 이제야 더위에 혼쭐이 난 정신을 되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새들은 때가 되면 저 왔던 곳으로 움직인다. 기러기는 이동할 때 대오가 정연하다. 경험이 있는 기러기가 앞장서서 V자 대열로 날아간다.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러기들은 서로 힘을 합하고, 신의가 있으며, ..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말속에 자연 26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처서(處暑)가 지났다. 처서는 양력 8.23 경으로 뜻을 새기면 '아직은 더위가 있다' 쯤으로 될 테지만 더위(暑)가 차츰 물러나기(處) 시작하는 시기다. 백로(白露)도 지나 여름이 어느 정도 끝나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온이 들기 시작한다. 아침에 가까운 산을 한 바퀴 돌면서도 확실히 달려드는 숲모기가 줄어들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이 있다. 더위가 끝나고 모기 활동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처서가 되면 풀들도 자라기를 멈춘다. 그래서 처서 이후 벌초를 한다. 모기는 1억 7천만 년 전 공룡이 번성하던 쥐라기 때 처음 등장했다. 암컷 모기는 산란기가 되면 단백질을 보충하러 사람에게 달려든다. 처음에는 동물의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