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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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45

초근목피(草根木皮) /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잇다

말속에 자연 15 초근목피(草根木皮)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잇다   임진왜란(1592~1598) 전쟁의 소용돌이를 벗어난 20여 년 후 조선은 다시 재난의 시대였다. 17세기 무렵 지구는 평균기온이 낮아지며 자연재해가 몰아쳤다. 조선에서도 1620년에서 1720년 사이에  우박, 가뭄, 지진의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흉년이 들어 가히 어려운 시기였다. 특히 1670년(경술년), 1671년(신해년)에 일어난 '경신대기근'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대재앙이었다. 2년 동안 기근으로 백성들은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전염병으로 죽었다. 백성들은 풀뿌리와 나무껍질(草根木皮. 초근목피)로 연명하였다. 당시 상소문에 따르면 2년 동안 기근으로 굶어 죽은 사망자 수는 100만 명이라 하였다. 백성을 구하겠다고 자진하여..

취했느냐 곤드레 / 고려엉겅퀴

말속에 자연 14 취했느냐 곤드레곤드레는 고려엉겅퀴  곤드레는 술이나 잠에 취하여 정신이 흐릿하고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곤드레만드레'라는 말도 있는데 운율을 맞추기 위해 '만드레'를 붙인 것으로 보는데, 국어사전에는 '곤드레'와 '곤드레만드레'를 같은 뜻으로 적었다. '마셨느냐 취나물 취했느냐 곤드레'. 이 말은 나물타령에 나오는 말이다. 나물타령에 나오는 곤드레는 고려엉겅퀴로 강원도 방언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토종식물이라서 고려엉겅퀴라 이름을 붙였다. 곤드레 큰 잎은 바람이 불면 술 취한 것처럼 흔들흔들한다고 붙인 이름이다. 곤드레나물로 주로 통한다. 엉겅퀴는 우리말 이름인데, 옛말은 '한거싀'였다. '큰 가시'를 뜻한다. 한거싀가 엉겅퀴로 변하여 큰 가시가 있는 식물이라는 뜻..

면면(綿綿) / 목화솜을 타서 이어지는 실처럼

말속에 자연 13  면면(綿綿)목화솜을 타서 이어지는 실처럼   면(綿)은 솜이다. 면(綿)은 실을 나타내는 絲(사)와 피륙을 나타내는 帛(백)이 합쳐진 글자로, 무명을 원료로 한 실로 짠 천을 나타내기도 한다. 목화(木花)는 꽃을 피워 솜을 만드는 풀이다. 목화는 한자말인데 목면화(木綿花)의 줄임말이다. 인도 원산으로 한반도에서는 한해살이풀이지만 원산지에서는 관목처럼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목면화는 중국으로 도입될 때 키가 커서 나무로 보이는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 면화(綿花)라고도 한다. 나무로 본 것은 종소명이 '나무의'란 뜻이 있는 것도 그렇고, 영어로도 목화를 'Tree Cotton'이라 한다. 면화솜을 타서 실을 뽑는 장면을 보면 실이 끊어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진다. 그래서 ..

상전벽해(桑田碧海) / 뽕나무밭이 바다가 되다

말속에 자연 12 상전벽해(桑田碧海)뽕나무밭이 바다가 되다   상전벽해(桑田碧海)는 뽕나무밭이 바다가 되었다는 말이다. 상(桑)은 뽕나무이고, 상전(桑田)은 뽕나무밭이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면 그렇게 될까? 이 말은 그만큼 많이 변했다는 말이다. 도시화가 되고 개발이 되면 세상은 많이도 변한다. 상(桑)이란 글자를 보면 나무 목(木) 위에 손을 나타내는 우(又)가 여러 개 있다. 쉴 새 없이 먹어대는 누에를 키우려 밤낮으로 뽕잎을 따다 주어 손이 많이 갔던 것을 보여주는 글자이다. 누에가 있는 방에 누워 있으면 누에가 뽕잎을 먹는 소리가 사각사각 밤새도록 들린다.  누에치기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다. 고구려 동명왕과 백제 온조왕, 신라의 박혁거세가 농사와 누에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기록이 삼국사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말속에 자연 11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 (百年偕老)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라'. 결혼식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백년해로(百年偕老)를 파뿌리에 비유하였다. 해(偕)가 '함께'란 뜻이고 노(老)가 '늙는다'는 것이니 '살아서는 같이 살고 함께 늙는다'는 것이다. 사모관대에 도포를 걸친 신랑에, 신부는 족두리를 쓰고 한복을 입고 하는 구식혼례가 있었다.  혼인 전에 오가는 혼서(婚書)는 부부의 해로를 바라는 의미에서 실로 묶었다. 그리고 함을 붉은 보자기에 쌌다. 부부가 얽혀 살라는 뜻으로 겉봉에는 근봉(謹封)이라 썼다. 혼인장소에는 '두 성이 합하니 만복의 근원(二姓之合 萬福之源)'이라는 문구를 붙였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맞절을 하고, 합환주를 마시는 등 절차가 따른다...

여뀌잎을 먹고사는 벌레는 매운맛을 모른다

말속에 자연 10 여뀌잎을 먹고사는 벌레는 매운맛을 모른다   '여뀌잎을 먹고사는 벌레는 매운맛을 모른다'. 이 글은 고전명구선(古典名句選)이란 책을 읽다가 본 대목이다. 중국 후한말기 위나라 시인인 왕찬(王粲)이 쓴 시에 나온다. 지구상에 동물이 150만이고, 그중에 곤충이 100만이다. 그 많은 곤충들은 대부분 식물을 먹는다. 이것저것 먹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먹이가 있다. 편식을 하는 셈이다. 좋아하는 먹이를 찾게 된 것은 시간이 쌓이며 적응한 먹이식물이다. 식물에 독이 있든 없든 곤충은 익숙해진 먹이를 먹는다. 곤충이 먹는다고 사람도 따라먹다가는 큰일 날 일이다.  동식물 모두 위험에 처했을 때 방어무기를 사용한다. 수많은 식물들은 특성물질을 분비함으로써 다른 식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자신의 영토를 지..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 타초경사 (打草驚蛇)

말속에 자연 9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타초경사 (打草驚蛇)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다 (打草驚蛇. 타초경사) '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는 한쪽을 징벌해서 다른 한쪽을 경계하도록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그렇게 상대방의 심리를 조정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동쪽에서 소리를 내어 서쪽에서 적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와 같은 말이다. 당나라에서 부패한 현령을 보고 백성이 부하를 고발하자 현령이 겁을 먹고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예가 그것이다. 병법에서 뱀을 찾기 위해 풀밭을 두드린다는 것은 적정을 미리 살피는 것을 말한다. 변죽을 울려서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오래전에 포천 불무산에 갔었다. 엉겅퀴가 우거진 경사가 있는..

조강지처(糟糠之妻) / 어려울 때 함께 고생한 아내

말속에 자연 8 조강지처(糟糠之妻)어려울 때 함께 고생한 아내  조강지처(糟糠之妻)란 말이 있다. 조(糟)는 술지게미를 말한다. 쌀로 술을 빚을 때 술이 익으면 남은 지게미를 베에 싸서 꼭 짠다.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가 조(糟)이다. 가축의 사료로 쓴다. 강(糠)은 쌀겨이다. 벼를 수확한 후에 겉껍질인 왕겨를 벗겨낸 쌀이 현미(玄米)이다. 현미를 정미소에 가서 정미(精米)하면 흰쌀이 된다. 정미 과정에서 나오는 껍질 부스러기가  쌀겨이다. 왕겨는 연료로 쓰거나 사과 상자 완충제로 썼다. 쌀겨도 가축사료로 썼는데, 배고픈 시절에는 죽도 쑤어 먹었다. 쌀겨는 변질이 잘 되어 실온에 오래 둘 수가 없다. 쌀겨는 쌀겨기름인 미강유(米糠油)를 만드는 데도 쓴다.  조강지처는 먹을 것이 없어서 술지게미와 쌀겨를..

사이비(似而非) / 비슷하면서 아닌 것

말속에 자연 7 사이비(似而非) 비슷하면서 아닌 것  《맹자》 진심 편(盡心編)에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다.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벼 싹을 어지럽힐까 염려하기 때문이다"라고 공자가 한 말을 인용한 문구가 있다. 여기서 사이비(似而非)가 나왔다. 비슷하면서 아닌 것이 사이비(似而非)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사이비를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본질은 아주 다른 것'이라 나온다. 공자가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 것은 참된 것과 혼동을 주기 때문이라 하고, 사이비를 도덕의 적'으로 규정하였다. 맹자는 '사이비는 사람을 현혹하게 해서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 했다.  여기서 예를 든 가라지가 있다. 논에서 벼와 피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고, 보리밭에서 보리와 가라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공자와 맹자..

갈등(葛藤) / 칡과 등나무가 엉키듯 깊은 골

말속에 자연 6 갈등(葛藤) 칡과 등나무가 엉키듯 깊은 골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이다. 갈등은 일이나 사정이 칡과 등나무가 얽힌 것과 같이 복잡하게 엉켜서 풀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칡이나 등나무가 다른 나무를 감고 있어 얽혀 있는 것도 풀기 어렵다. 그런 두 나무들이 서로 엉켰으니 더 어렵다. 세상에는 갈등이 많다. 고부 갈등, 세대 갈등, 빈부 갈등, 정치적 갈등, 종교적 갈등 등 사람 사는 데에는 갈등이 참으로 많다.  칡(葛)은 콩과인 덩굴식물이다. 칡의 옛말 츩은 칭칭 감는다는 칠기에서 유래한 것으로도 본다. 칡이 뻗어나가고 굵어지는 것은 해마다 다르다. 생장에 필요한 거친 땅에서도 질소를 고정할 수 있어 잘 산다. 줄기는 건조하여 물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 건조한 곳에서 잘 사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