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37

사이비(似而非) / 비슷하면서 아닌 것

말속에 자연 7 사이비(似而非) 비슷하면서 아닌 것  《맹자》 진심 편(盡心編)에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다.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벼 싹을 어지럽힐까 염려하기 때문이다"라고 공자가 한 말을 인용한 문구가 있다. 여기서 사이비(似而非)가 나왔다. 비슷하면서 아닌 것이 사이비(似而非)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사이비를  '겉으로는 비슷하지만 본질은 아주 다른 것'이라 나온다. 공자가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 것은 참된 것과 혼동을 주기 때문이라 하고, 사이비를 도덕의 적'으로 규정하였다. 맹자는 '사이비는 사람을 현혹하게 해서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 했다.  여기서 예를 든 가라지가 있다. 논에서 벼와 피를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고, 보리밭에서 보리와 가라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공자와 맹자..

갈등(葛藤) / 칡과 등나무가 엉키듯 깊은 골

말속에 자연 6 갈등(葛藤) 칡과 등나무가 엉키듯 깊은 골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이다. 갈등은 일이나 사정이 칡넝쿨과 등나무가 얽혀 있는 것과 같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어서 풀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칡이나 등나무가 다른 나무를 감고 있어 얽혀 있는 것은 풀기 어렵다. 그런 두 나무들이 서로 엉켰으니 더 어렵다. 세상에 그런 갈등이 많다. 고부 갈등, 세대 갈등, 빈부 갈등, 정치적 갈등, 종교적 갈등 등 사람 사는 데에는 갈등이 많다.  칡(葛)은 콩과인 덩굴식물이다. 칡의 옛말 츩은 칭칭 감는다는 칠기에서 유래한 것으로도 본다. 칡이 뻗어나가고 굵어지는 것은 해마다 다르다. 생장에 필요한 거친 땅에서도 질소를 고정할 수 있어 잘 산다. 줄기는 건조하여 물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 건조한 곳에서 잘..

어사화(御賜花) / 임금이 급제자에게 내린 꽃

말속에 자연 5 어사화(御賜花) 임금이 급제자에게 내린 꽃  우리나라 과거제도는 오래되었다. 고려 때 중국의 귀화인 쌍기의 건의에 의해 고려 때 처음 시작하여 조선시대 고종 31년(1894년) 갑오경장에 의해 폐지할 때까지 이어갔다. 능력에 의해 관리를 뽑는 과거제도는 벼슬과 양반을 이어가는 발판이었다. 식년(式年: 3년마다 과거를 보는 해) 봄에 초시합격자를 대상으로 대과를 치러 33명을 뽑고, 등급을 매기는 전시를 거쳐 최종 합격 하였다. 대과인 문·무과에 합격한 것을 급제(及第)라 했다. 그중에 최우수 성적자가 장원급제(壯元及第)이다. 합격자 명단을 쓴 방(榜)에 붙지 못하면 낙방(落榜)이다. 낙제(落第)도 낙방과 같은 뜻이다. 알성급제(謁聖及第)는 임금이 문묘에 참배한 뒤 실시한 비정규적인 과거시..

결초보은(結草報恩) /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

말속에 자연 4 결초보은(結草報恩)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말이다. 살아 있는 동안은 죽음을 돌보지 않고 은혜에 보답하며, 죽으면 풀을 묶어 은혜에 보답한다는 것이다. 거기엔 이런 고사가 있다. 진(晋)나라 위무자(魏武子)란 사람이 병으로 누워 있을 때에 아들 위과(魏顆)를 불렀다. 자기가 죽거든 자기 첩을 다른 곳으로 시집보내라 했다. 그러나 죽을 임시에 정신이 혼미할 때에는 시집보내지 말고 자기와 같이 묻으라고 유언했다. 아들은 그의 부친이 병석에 누워 있을 때 말대로 위무자의 첩을 다른 곳으로 시집보내주었다. 얼마 후 진진(秦晋)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위과의 군대가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을 때 풀을 묶어 진(秦) 나라 군사가 걸려서 넘어지게 하..

삼밭에서 자라는 쑥은 삼처럼 곧게 자란다

말속에 자연 3  삼밭에서 자라는 쑥은 삼처럼 곧게 자란다  쑥이란 이름은 '쓰다(苦)'와 어근이 같은데, 약용이나 식용을 할 때 조금 쓴맛이 난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쑥쑥 잘 자라서 쑥이란 말도 있다. 쑥은 몇 종류(넓은잎외쑥, 맑은대쑥 등)를 제외하면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산다. 쑥은 잎 뒤에 하얀 털이 빽빽하다. 쑥이 메마른 땅에서 잘 자라는 이유는 잎 뒷면에 털이 있어 통기성을 떨어뜨려 수분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국화과 식물은 꽃이 화려하여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쑥은 국화과식물인데도 꽃이 화려하지 않다. 7~10월에 피는 꽃은 잎색과 비슷한 노란색으로 수수하다.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라 화려할 필요가 없다.  쑥은 자라는 속도가 빨라 무성하게 크면 ..

오곡(五穀)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말속에 자연 2 오곡(五穀)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오곡엔 두 가지 뜻이 있다  곡식 중에 고대로부터 중요하게 여긴 5대 작물을 오곡이라 한다. 오곡은 중국 주례(周禮)에 처음 등장하였다. 주례에서는 벼, 기장, 피, 보리, 콩을 오곡으로 기록하였다. 오곡은 시대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쌀, 보리, 콩, 조, 기장을 오곡이라 한다. 기장은 요즈음 생산량이 적어 대신 팥을 넣기도 한다. 단순히 오곡이 무르익었다고 할 때 오곡은 온갖 곡식이고,  오곡백과(五穀百果)는 온갖 곡식과 과일이다. 오곡밥이라 할 때 오곡은 〈동국세시기〉에 찹쌀, 팥, 수수, 차조, 콩으로 실었다. 앞서 쓴  '옛말 속 자연 1'에서 숙맥(菽麥. 콩과 보리)을 얘기하였기에 여기서는 나머지 곡식에 대해서 쓴다.   벼는 ..

숙맥(菽麥) /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말속에 자연 1  숙맥 (菽麥)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식생 공부를 하면 자연과 관련 있는 속담, 고사성어, 관용어구가 가끔 나온다. 그래서 옛말에 있는 자연을 정리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것을 잘 아는 것도 아닌 내가 이것을 정리한다는 것이 어쭙잖은 생각이 들었다. 어떤 동식물을 만나서는 구분에 어려움을 겪던 내가 아니던가. 옛말에 콩(菽. 숙)과 보리(麥. 맥)도 구분 못하는 무식한 사람을 숙맥(菽麥)이라 했다. '콩을 보고 팥이라 그런다'는 말과 같다. 숙맥은 사리 분별을 못하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을 모르니 숙맥이란 말이 생겼을 것이다.  콩에 대한 속담은 참으로 많다. 남의 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보고 '콩을 가..

자연에서 찾은 속담 5. 산과 물, 비와 바람 …

자연에서 찾은 속담 5산과 물, 비와 바람 …  운명은 바꿀 수 없겠지만 말로서 때론 비켜갈 수 있다. 길은 갈 탓이요, 말은 할 탓이라 하지 않던가. 같은 말도 깊이가 다르면 사람살이도 풍성해진다. 모든 사람살이는 흘러가는 구름이요 물과 바람이다. 때로는 맹렬하지만 때론 유순하다. 그렇게 모두 흘러간다. 자연 속에서 찾은 속담도 그와 같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아끼는 것이지만 스스로를 아끼는 방법임을 살면서 배운다. 좀 더 여유롭게 사는 방법이 빈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 조금씩 알게 된다. 운명을 비켜가는 것이 나의 자세에서 있다는 것을 선인들이 만든 속담에서 배운다.   ★ 산□ 산에 가야 꿩을 잡고, 바다에 가야 고기를 잡는다 : 일을 하려면 먼저 그 목적지에 가야 ..

자연에서 찾은 속담 4. 야생동물

자연에서 찾은 속담 4.야생동물  조상의 숨결이 피부에 와닿는 속담은 들을수록 무릎을 치게 하는 묘미가 있다. 사고의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가져온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동물 중에서도 그런 속담이 많다. 개, 닭, 소 등은 속담에 많이 등장하지만 야생동물이 아니라 제외하였다. 속담에 등장하는 야생동물에는 꿩, 까마귀, 호랑이가 제일 많다.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가 많은 동물이다. 속담에 나오는 동물을 보면 까마귀는 건망증이 많고 추하다고 하였고, 꿩은 잘 놀라고 성질이 급한 것으로, 호랑이는 무서움과 명예의 상징으로 나타내고 있다. 사물 하나하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세밀한 관찰력이 놀랍다. 우리가 동물의 습관이나 성질을 모르더라도 속담을 통해서 그것을 짐작할 수가 있어 고맙기도 하다.   ★..

자연에서 찾은 속담 3. 농작물

자연에서 찾은 속담 3농작물   속담이란 우리 생활과 연관한 말이기에 사람이 생활하면서 가까이 있는 것에서 찾는 것이 당연하다. 식물에서는 나무가 일반적이라면, 풀에서는 농사를 짓는 농작물이 가장 가까운 대상이다.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이야 더없이 친근하겠지만, 조금만 땅뙈기만 있어도 상치나 고추를 심으려 할 만큼 농작물은 우리와 가까운 식물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매일 먹는 식품에 농작물이 빠질 수가 없다.   ★벼, 곡식, 씨, 좁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곡식 이삭은 잘 될수록 고개를 숙인다 : 사람은 지식이나 배움이 많을수록 겸손해진다는 말□ 좋은 씨 심으면 좋은 열매 열린다 :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 좁쌀 한 섬을 두고 흉년 들기를 기다린다 : 변변치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