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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취했느냐 곤드레 / 고려엉겅퀴

향곡[鄕谷] 2024. 8. 14. 10:23

말속에 자연 14

 

취했느냐 곤드레

곤드레는 고려엉겅퀴

 

 

곤드레는 술이나 잠에 취하여 정신이 흐릿하고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곤드레만드레'라는 말도 있는데 운율을 맞추기 위해 '만드레'를 붙인 것으로 보는데, 국어사전에는 '곤드레'와 '곤드레만드레'를 같은 뜻으로 적었다. '마셨느냐 취나물 취했느냐 곤드레'. 이 말은 나물타령에 나오는 말이다. 나물타령에 나오는 곤드레는 고려엉겅퀴로 강원도 방언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토종식물이라서 고려엉겅퀴라 이름을 붙였다. 곤드레 큰 잎은 바람이 불면 술 취한 것처럼 흔들흔들한다고 붙인 이름이다. 곤드레나물로 주로 통한다.

 

엉겅퀴는 우리말 이름인데, 옛말은 '한거싀'였다. '큰 가시'를 뜻한다. 한거싀가 엉겅퀴로 변하여 큰 가시가 있는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작은 가시는 '조방거싀'로 조뱅이가 되었다. 엉겅퀴 뿌리를 즙을 짜서 마시면 하혈을 멈추고 피를 엉키게 한다고 엉겅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엉겅퀴 종류는 약재로 이용하는데, 임신한 암컷노루는 가시가 있는데도 즐겨 먹는다. 

 

엉겅퀴 꽃은 늦봄부터 시작하여 한여름에 꽃을 피우는데, 대부분 늦여름에 시작하거나 주로 가을에 꽃을 피운다. 엉겅퀴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엉겅퀴는 깨끗한 지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양지바른 풀밭에서 산다. 뻥 뚫린 너른 곳이어서 벌나비가 찾아오기도 좋다. 거기서 술 취한 듯 일렁일렁하였으니 곤드레라 불렀을 것이다.

 

곤드레 꽃은 7~10월에 가지 끝에 무리지어 핀다. 종처럼 생긴 꽃은 털이 빼곡하다. 곤드레는 5~6월이 제철이다. 잎과 줄기는 달고 연하다. 그때는 곡식이 나지 않는 철이라 나물로 뜯어서 끼니를 해결하였다. 곤드레 외에 그런 구황식물이 많다. 99가지 나물타령을 부를 줄 알면 3년 가뭄을 이길 수 있다고 하였다. 곤드레는 말려서 묵나물로 먹는데 새잎을 그냥  먹을 수도 있다. 독이 없고 맛이 달고 구수하다. 이뇨, 해독, 소염작용이 있는 건강식품이다. 

 

애주가가 곤드레를 보았다면 '우리는 닮은 점이 있구려' 하며 한잔하고 갔을 듯하다. 그게 흥취이다. 술에 취한 것이 깬 것보다 낫다는 도연명은 어땠을까? 도연명은 술이 취할 때마다 줄 없는 거문고를 만지며 '지극한 음률은 소리가 없는 법이니' 하였다. 도연명이 곤드레를 안다면 꽃 필 때 술병을 들고 찾아와 '친구가 여기 있네' 하며 시를 읊었을 듯하다. 

 

 

 

고려엉겅퀴 / 만항재 (2021.8.1)

 

 

고려엉겅퀴(흰색) / 설악산 (2023.9.13)

 

 

고려엉겅퀴 / 연인산 (경기도 가평. 2011.9.17)

 

 

고려엉겅퀴 / 귀목봉 (경기도 가평. 2013.9.16)

 

 

고려엉겅퀴 / 남한산성 (경기도 광주. 202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