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49
입하(立夏) 지나면 더위가 문턱을 넘는다
입하(立夏)는 여름이 시작된다는 절기이다. 양력 5.5경으로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온다. '입하가 지나면 더위가 문턱을 넘는다'는 말이 있다. 입하 전이 봄에 가까웠다면, 입하 이후에는 낮기온이 빠르게 오르며 낮에는 더위를 느끼게 된다. 산과 들에는 실록이 점점 짙어지며 이팝나무가 꽃을 피운다. 입하에 이팝나무 꽃이 한꺼번에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절기상 여름이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봄기운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입하 무렵은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여 몹시 바쁜 시기이다. 농작물도 자라지만 해충도 번성하고 잡초까지 자라서 이것을 제거하는 행사를 권장하였던 것이 율력에 따르는 세시행사의 하나였다. '입하에 김을 매면 밥이 달다'는 속담이 있다. 김을 매면 농작물이 햇볕을 받아 더 잘 자라 수확량이 많아지고 밥맛이 달다는 말이 나온다. 이때는 보리가 패기 시작할 무렵으로 아침저녁은 서늘한 편이다. 이때에 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입하에 비 오면 보리농사 잘된다'는 속담이 있다.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비는 보리가 여무는데 도움이 된다.
입하 지나 모를 심는다. 그래서 입하 무렵 못자리를 만들었다.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는 속담이 있다. 모판에는 모가 한창 자라서 뿌리를 내리려 한다. 이때 바람이 불면 못자리에 뿌린 씨나락이 몰리니 물을 빼서 피해를 막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물을 잡고 관리하느라 농사에 지장이 많다. '입하 물에 써레 싣고 온다'는 속담이 있다. 입하 지나서 모내기를 시작하므로 농가에서는 논갈이를 하러 들로 써레를 싣고 온다는 뜻이다.
입하 무렵에 쑥이 한창 자란다. '입하에 쑥을 먹으면 여름감기 걱정 없다'는 말이 있다. 쑥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쑥을 먹으면 기운을 북돋아주고 여름 더위에 지치지 않게 해 준다. 감기 예방도 되고 위장 건강에도 도움이 되기에 입하 무렵에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던 풍습이 있다. 번농기에 피로한 농군들 입맛을 돋우는 훌륭한 음식이다. 어린 쑥은 쑥국을 끓이고, 자라면 쑥버무리를 하고 인절미도 해 먹고 쑥밥도 해 먹는다. 쑥은 단오가 지나면 쓴맛이 나서 잘 먹지 않으니 5월까지 쑥은 제격이다. 입하가 되면 신록의 푸르름이 바람을 타고 전해온다. 햇볕이 강해지기 시작하니 피부 건강도 관리하며 여름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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