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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청라(菁蘿)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곳

향곡[鄕谷] 2025. 4. 9. 15:10

말속에 자연 46

 

청라(菁蘿)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곳

 

 

 

청명(淸明)이 지나자 봄기운이 물씬 난다. 노산 이은상이 지은  '봄의 교향악이 물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라는 〈동무생각〉 노랫말이 절로 나온다. 그 청라(菁蘿)에 '청(菁)'은 우리가 먹는 '무'이고  '라(蘿)'는 장다리꽃이다. 즉 청라 언덕은 무밭에 장다리꽃이 핀 언덕을 말한다. 무는 한자로 나복(蘿蔔)이고 당청(唐菁)으로도 쓴다. 나복이 변화하여 나박이 되어 나박김치란 말이 나왔다.  

 

장다리꽃은 배추나 무의 장다리에서 나온 꽃이다. 키가 큰 사람을 키다리라고 하는데, 배추나 무에서 나온 꽃줄기가 길어서 장다리라 한다. 장다리꽃은 배추나 무 씨를 만들어내는 꽃이다. 씨앗을 만들어내기 위해 키우는 것으로 씨받이꽃이다. 가을에 무나 배추 씨를 뿌리면 싹이 텄다가 추위가 오면 시든다. 다시 봄이 돌아오면 속잎이 돋고 새로 싹이 나서 포기가 생기고 자란다. 가을에 결구하지 않아 몸통이 자라서 꽃줄기가 솟아난 것이다. 키가 커서 작은 바람에도 일렁거린다. 꽃이 피고 결실을 맺는 것이 무와 배추 씨앗이다. 이와 같이 무와 배추 꽃줄기를 장다리라고 하고, 상추에서 돋은 줄기는 '동'이라고 한다. 

 

무의 기원은 중앙아시아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기원전이니 오래되었다. 무는 갖은 반찬의 재료가 되고, 추위에 강하여 묻어두고 먹었다. 묻어두었던 무를 꺼내 심어도 장다리가 나온다. 무에 꽃이 피면 상품으로는 팔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무는 옮겨 심어도 잔뿌리가 나서 역시 상품가치는 떨어진다. 무잎인 무청은 시래기를 만들어 겨울을 지낼 먹을거리로 좋다. 어릴 때는 무 구덩이에서 무를 꺼내오는 심부름을 자주 하였다. 무에 바람이 들지 않게 새끼로 감은 짚단으로 구멍을 잘 막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무 구덩이는 꼭 막았지? 지금도 그 말씀이 들리는 듯하다.     

 

 

 

무장다리꽃 / 제주 서귀포 (2023.3.7)

 

 

무 장다리꽃 / 충남 보령 원산도 (2020.4.6)

 

 

배추 장다리꽃 / 충남 보령 원산도 (2020.4.6)

 

 

배추 장다리꽃 / 충남 보령 원산도 (2020.4.6)

 

 

무밭 / 경기도 광주 (20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