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48
곡우(穀雨),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
곡우(穀雨)는 여섯 번째 절기로 봄의 마지막 절기이다.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매년 4.20 경이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곡(穀)은 곡식만이 아니라 모든 농산물을 의미한다. 곡우에는 새싹과 새순이 돋아나고, 본격적으로 농사철에 접어든 시기이다. 겨울에 얼었던 땅이 풀리고 한기는 없어져 씨앗을 뿌릴 토양이 된다. 이때는 물을 대기 시작하는 시기로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준비한다.
곡우 때 오는 비는 농사에 필요한 비고, 이때 오는 비는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르고',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온다'는 말이 있다. 이때 비가 오지 않으면 농촌에서는 기우제를 지낸다. '곡우물'이란 것도 있다. 곡우 전후에 샘물을 마시면 한 해 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때 약수를 길러 부모님께 드리는 풍습도 있었다. 곡우 때는 농사나 사람이나 물이 필요한 시기이다.
곡우 때 제철 음식은 냉이 달래 두릅 씀바귀가 있다. 봄기운을 받고 올라와 한창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이다.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곡우 때 올라오는데, 이때 잡힌 고기는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있어 곡우사리라 하여 으뜸으로 쳤다고 한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는 말이 있다. 조기는 산란을 할 때와 마쳤을 때 소리를 내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곡우 무렵 영광 칠산 앞바다에서는 '부욱부욱'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도 조기 울음소리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은 조기가 몰려드는 양이 적어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곡우 때가 되면 세상은 연초록으로 물든다. 지금쯤 농사에 필요한 비가 필요한 시기인데, 다행히 올해 곡우엔 비가 내린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깰 것 같다. 봄비가 잦으면 지어미 손이 커진다는데, 하늘이 보우하사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비가 내리니 올해는 풍년이 될 것 같다. 때맞추어 오는 비에 마음이 절로 풍성해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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