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50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아버지 산소에 들렀다가 어른 손톱만 한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를 보았다. 어릴 때 읽은 청개구리 동화가 떠올랐다. 청개구리 형제는 어미가 시키면 반대로만 하다가 어미가 죽으며 냇가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하였다. 청개구리는 마지막 유언을 지키려 냇가에 무덤을 썼다. 그 뒤 비만 오면 무덤이 떠내려갈까 청개구리가 울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불효자를 풍자한 이야기다. 말을 잘 안 들으면 어른들은 '청개구리 삼신이 들었나' 그런다.
개구리는 울음소리 '개굴'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으면서 '개굴이'였다가 개구리가 되었다. 개구리에 대한 얘기는 오래되었다. 고대 부여왕 해부루가 산천에 아들 생기기를 빌었다. 바위 밑에서 금빛 개구리 모양인 아이를 얻어 후사를 삼으니 금와왕(金蛙王)이다. 금개구리왕이란 뜻이다. 금와왕은 고구려 건국 시조 주몽을 낳았다.
개구리는 습한 곳에 살아 물가 근처에서 볼 수 있다. 1년에 한 번 번식을 하는데, 물가에서 수백 개에서 수천 개 알을 볼 수 있다. 1주일 이내에 올챙이가 되고, 그리고 변태를 한다. 변태를 하여 허파가 발달하고 다리가 나타나고 꼬리가 없어지며 개구리 모습이 나온다. 용왕님이 꼬리가 있는 악어를 없앤다는 소문을 듣고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 꼬리가 있던 것이 알려질까 걱정이 되어서 운다는 얘기도 있다. 초봄에 보면 얼음 같던 개구리가 금방 폴짝폴짝 뛴다. 개구리가 추위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은 몸에 부동액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액이 얼음상태에 있는 개구리 탈수를 막는다.
5월이면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법 자란 개구리 수컷은 짝을 찾기 위해 운다. 그러나 길게 울지 않는다. 길게 울다가는 천적에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구리는 살아 움직이는 벌레를 잡아먹는다. 웅덩이에서 해충이나 모기도 잡는다. 개구리가 먹이를 찾아 나설 때에도 천적에게 잡힐 수 있다. 이익이 있으면 해가 있는 법이다. 경칩이 지나면 물가로 가서 개구리를 잡는 사람들이 있다. 개구리는 법으로 잡지 못한다. 사람이 다가서면 개구리는 울음을 그친다.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장 큰 천적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개구리는 참개구리, 산개구리, 무당개구리, 청개구리, 옴개구리가 있다. 개구리는 독이 있는 것이 있다. 개구리는 예쁠수록 위험하다. 몸에서 독이 땀으로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소가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이 안된다. 그래서 위장술을 써서 주변 색과 비슷하게도 한다. 개구리는 살충제와 자외선에 취약하여 허파와 피부로 호흡하는 개구리가 살기에는 환경이 열악하다.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라고 말한다. 비가 오기 전 기압골이 낮아지고 습기가 증가한다. 피부호흡을 하는 개구리가 크게 울어 평소보다 호흡량을 늘이는 것이다. 비가 오면 환경이 좋아진다고 노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지위가 높아지거나 커가면서 미천하던 때나 길러준 은혜를 생각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내가 하던 행동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하는 말이다. '개구리도 움츠려야 뛰는 법이다'란 말도 있다. 개구리는 움직이기 위해 몸을 움츠린다. 개구리가 주저앉는 것은 멀리 뛰자는 뜻이다. 아버지가 나에게 하시던 말씀이셨다. '우물 안 개구리 바다를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은 식견이 한정되어 얘기할 대상이 좁다는 것이다. 조상들이 연적을 개구리 형상으로 만들었다. 개구리가 물가에 살기도 하지만 상서롭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농약 살포로 낙엽을 분해하는 세균, 곰팡이 등 미생물이 죽자 지렁이가 줄었다. 그러자 새, 개구리, 족제비, 두더지 등 천적동물이 줄면서 먹이 피라미드가 균형을 잃고 있다. 환경오염은 생물에 피해를 주고,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고, 결국 사람들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 산소에서 몇 번 개구리를 보았다. 개구리가 몸을 움츠렸다가 기어서 풀잎 뒤에 숨는다. 개구리가 나타나 은혜를 잊지 말라 일깨우고, 그걸 알고서 행동하라 알리려 온 것 같다. 눈앞에 나타난 청개구리에 지난 일들이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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