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193

천마산의 봄 2. 천마산계곡길

2020 봄 꽃길 ③ 천마산의 봄 2. 천마산 계곡길 경기도 남양주 팔현리 (2020.4.8) 한북정맥에서 주맥은 둘로 갈라져 동으로는 서리산과 축령산으로 가고, 서로는 철마산에서 천마산으로 내려온다. 산행을 하려면 마석에서 내려서 올랐는데, 요즈음엔 천마산역이 생겨서 접근로가 가까워졌다. 주로 묵현리나 호평동에서 산행을 많이 했으나, 이번은 들꽃을 탐행하러 팔현리로 갔다. 옛날 이름은 영묘하다고 하여 고령산(古靈山)이었다가 천마산(天摩山)으로 바뀌었다. 대동여지도에 적기는 말 마(馬)였는데, 언제 갈 마(摩)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산이 비켜 있고 숲이 우거져 그랬으리라 짐작해본다. 팔현리 다래 산장이 승용차가 갈 수 있는 끄트머리다. 지능선이 모이는 계곡에 들어서면 길이 좁아지고, 산길로..

봄에 나는 풀

봄에 나는 풀 어린잎과 큰 잎 비교하기 날씨가 풀려도 4월 초 날씨는 아침으로는 여전히 쌀쌀하다. 겨울부터 초봄에 밖으로 나가보면 바닥에 바짝 엎드려 사는 풀잎이 있다. 그것을 뿌리잎이라 하는데, 한자로는 근생엽(根生葉), 영어로는 로제트 라 한다. 로제트는 장미와 비슷하다고 해서 쓰는 말이다. 그렇게 겨울을 나는 풀들에는 냉이, 달맞이꽃, 개망초, 민들레 등이 있다. 뿌리잎을 내는 이유는 경쟁자들이 나오기 전에 빨리 꽃을 피워 결실을 맺기 위해서다. 납작 엎드린 풀잎을 자세히 보면 잎에 털이 붙어 있다. 우리가 털옷을 입고 겨울을 보내듯, 풀에 있는 털은 서리가 내리면 털이 얼어서 안이 어는 것을 방지하여 추위를 막는다. 바짝 엎드리기는 하지만 땅에 아주 붙지는 않아서 그 사이로 햇볕도 받는다. 뿌리잎..

축령산 꽃길

2020 봄 꽃길 ② 축령산 서리산-축령산-잣향기푸른숲 경기도 가평군 상면 (2020.4.1) 요즈음 도로가 이곳저곳에 많이 났지만 축령산을 대중교통으로 들어가긴 아직도 후미진 산골길이다. 축령산은 남으로는 남양주 수동, 북으로는 가평군 상면을 경계로 하고 있어서, 뒤로 간다면 산을 돌아가야 해서 접근로가 더 멀다. 그래도 잣향기푸른숲 쪽으로 일찍 피는 봄꽃이 있을 것 같아서 차를 가지고 청평을 돌아 산 뒤쪽으로 돌아서 갔다. 산길은 잣향기푸른숲에서 서리산을 올라, 능선을 거쳐 축령산으로 갔다가 원점회귀하는 것으로 잡았다. 잣향기푸른숲을 거쳐서 서리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단순하다. 잣나무가 많고 철쭉이 많지만, 철쭉이 피기까지는 한참 멀었다. 버드나무가 꽃을 피우고, 키 작은 풀들은 앉은부채나 노랑제비꽃이..

봄을 구분하는 기준

봄을 구분하는 기준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3월에서 5월까지를 봄으로 부르는데, 기온으로 봐서는 춘분이 지나면 봄기운을 느끼게 된다. 절기상으로는 입춘(立春. 2월 4일)에서 곡우(穀雨. 4월 20일)를 지나 입하(立夏. 5월 5일경) 전까지를 봄이라 한다. 절기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예전의 자연과 생활상에 맞춘 것이지만 계절을 추측하는데 유용하게 쓴다. 천문학상으로는 밤과 낮이 같은 춘분(春分. 3월 21일)에서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 6.21)까지를 봄이라고 말한다. 대체로 맞는 편이지만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이것 말고 기상청에서 말하는 기상학상 봄이 있다. 1979년 서울대 지리학과 이병설 교수가 제안한 기상학상 봄의 기준이다. ..

산에서 행복해지는 방법

산에서 행복해지는 방법 산에 가면 행복하다. 새소리를 듣거나, 막 돋아나는 연초록빛 잎을 보거나, 나무에서 떨어진 가랑잎을 밟거나, 펑펑 온 눈을 밟거나, 산길을 걸으면 마음이 맑고 편안하다. 산에 들면 일상의 잡념이 멈춰서는 정신의 숙면처이다. 산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은 참으로 많다. 도토리를 몇 알 땅에 심고 온다. 큰 나무를 가슴 가득 안아본다. 바위나 땅에 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가만히 귀 기울여 새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다. 눈을 감고 물소리를 듣는다. 나뭇잎을 쓰다듬어 향기를 맡아본다. 바람에 스치는 꽃향기를 맡는다. 꽃에 드나드는 벌 나비들 춤을 감상한다 겨울눈에서 나오는 새싹을 본다. 산을 막았다 여는 구름 속에 서 있는다. 풍경 좋은 산길에서 좋은 경치를 본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을 쳐..

연리목 4. 사랑도 인연으로 만나는 것

연리목 4. 사랑도 인연으로 만나는 것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다른 나무가 자라면서 서로 마주 닿아 마치 한 나무에서 자란 것처럼 보이는 나무를 사랑나무라 한다.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나무가 생장하면서 수형이나 바람 등 외부 영향으로 가지 등이 맞닿아 접촉 부분에서 비슷한 경우 서로 가지를 파고들어 한 몸으로 거듭나게 된다. 가지가 만나면 연리지(連理枝), 나무줄기가 만나면 연리목(連理木), 나무뿌리가 만나면 연리근(連理根)이라 부른다. 사랑은 몇 겁의 인연으로 만나는 것이다. 사랑은 따뜻한 나눔이고 관심이다.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진정 사랑이다. 사랑은 연결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매일매일 지속한 정성스러운 노력이 있었기에 사랑은 이루어진다. 사..

빗자루병이 든 벚나무

빗자루병이 든 벚나무 빗자루병이 든 벚나무 / 청량산 (경기도 광주. 2020.2.13) 나무가 새싹으로 자라는 나무는 10%도 안 되고, 다시 큰 나무로 자라는 것은 1%도 안 된다고 한다. 땅에 뿌리를 박고 나와도 많은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초식 곤충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가뭄과 홍수와 산불이 일어나 죽기도 하고, 대기 오염에 의한 지구온난화 등으로 사는 환경이 열악해지는 데다가 주변 나무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거기에 병이 생기면 치명적이다. 산에 오르다가 보면 나무줄기 옆으로 잔가지가 한꺼번에 많이 난 산벚나무를 드물게 볼 수 있다. 빗자루병이라 하여 가지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가늘고 길게 뭉치로 많이 뻗어 나왔다. 빗자루 모양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은 이름으로, 곰팡이 병원균에 감염되어..

딱따구리 /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 산을 울리고

딱따구리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 산을 울리고 까막딱따구리 / 도봉산 (서울 도봉구. 2012.3.31) 딱따구리는 산에 들면 가끔 볼 수 있는 텃새다. 큰 나무에 붙어서 나무를 쪼는 모습에 학명이나 영어 이름은 '나무를 쪼는 새'란 뜻을 지녔고, 우리도 예전부터 탁목(啄 쫄 탁,木 나무 목)이라 하여 같은 의미를 가졌는데, 지금은 나무를 쪼는 소리를 이름으로 삼았다. 다리는 짧지만 힘이 세고 발톱이 날카로워 나무줄기를 붙잡고서 나무를 쪼는데 머리가 부서질까 싶을 정도이다. 그래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서 부리도 머리도 끄떡없다. 번식기에 큰 나무에 구멍을 뚫어 새 살림을 차리게 되는데, 나무를 쪼는 소리는 산이 울릴 정도로 요란하다. 산에 다니며 몇 종류 딱따구리를 보았다. 보기 드물다는 까막딱따구리와 큰..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는 숲에서 재잘재잘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는 숲에서 재잘재잘 분류 : 참새목 딱새과 붉은머리오목눈이속 이동성 : 텃새 다른 이름 : 뱁새 산란기 : 4~7월 붉은머리오목눈이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0.2.14) 겨울이 끝나가니 산에 새들이 많아졌다. 사계절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새들인 텃새들도 겨울에는 조금 더 따뜻한 곳에 있다가 온다는데 이제 새들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참새와 까치는 인가에서 많이 볼 수 있고, 인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박새, 멧새, 딱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등을 볼 수 있다. 새들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무리를 지어 행동하던 것을 멈추고 저마다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새들의 노래는 자기 세력임을 알리고 짝을 부르기 위해서다. 집 바로 뒤가 산이라 새들의 노래를 즐겨 들을 수 있다. 가장 먼..

새들은 늘 바쁘다

새들은 늘 바쁘다 - 남한산성 (2020.2.17) 붉은머리오목눈이. 우리가 뱁새라 하는 새이다 눈이 많이 내린 날 다음 날 또 산으로 올라갔다. 우수가 다가오는데 눈은 내리고 날이 추워졌다. 나무 겨울눈에서 꽃이나 잎이 나올 때인데 잘 견딜지 모르겠다. 큰 나무가 있는 숲을 지나서 덤불이 있는 계곡으로 들어섰더니 풀숲에 새들이 많다. 덤불은 새들의 서식처이자 먹이의 공급처다. 먹이도 많고 피하기도 좋다. 바람도 잦기에 보금자리를 만들기도 좋다. 낙엽 속에 뒹굴며 목욕을 하기도 한다. 멀리서 보니 새들은 풀섶에 달린 풀씨를 따먹느라 바쁘다. 새들은 여름에는 곤충을 먹고, 겨울에는 남은 열매나 풀씨를 먹는다. 새들의 영양식이다. 눈이 많이 왔는데 풀씨들은 눈 위에 드러나 있다. 가까이 다가서니 짹짹거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