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193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뿌리 / 한라산 둘레길 (2019.11.25)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산다. 뿌리를 내려 평생 살 자리를 확보한다. 뿌리는 땅을 향해서 자라고, 줄기는 하늘을 향해서 큰다. 뿌리는 중력의 방향으로 자라고, 줄기는 그 반대 방향으로 크기 때문이다. 나무의 키는 어느 정도 되면 멈추어 더 이상 크지 않지만, 부피 성장은 죽을 때까지 한다. 부피성장은 뿌리에서 시작한다. 봄이 되어 줄기가 활동하기 전부터 뿌리는 활동을 하고, 가을에는 줄기가 활동을 멈춘 후에도 뿌리는 계속 일을 한다. 뿌리가 활동을 멈출 때면 나무가 죽을 때이다. 뿌리는 기온이 오르면 활동량이 많아지고, 어린 나무일수록 활동량이 많다. 성장이 왕성한 나무는 활동량 중 성장에 쓰는 양이 많고, 나이가 많은 나무는 ..

까치집은 어떻게 지을까?

까치집은 어떻게 지을까? 까치는 '갗갗' 우는 새라 '갗+이"가 가치가 되었다가 까치로 부르게 되었다는 새이다. 까치는 북반구에 사는 새인데, 우리나라처럼 사람 사는 주변에 많이 사는 것은 드물다고 한다. 아마도 길조라고 해서 보호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먼 섬을 제외하고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까치가 울면 반갑다는데 낯선 사람이 오기에 울고 경계하는 의미이다. 이제 까치설이 지나면 까치가 집을 지을 때가 되었다. 음력 설날 전날이 까치설인데, 작은설이란 뜻인 아치설이 변한 것이란 얘기다. 까치는 동네에 있는 큰 나무에다가 집을 짓는다. 천적의 침입을 막는 높은 곳에 바람에 잘 흔들리지 않는 위치에 자리 잡는다. 까치집이 높이 있으면 그해는 덥고 풍년이 들고, 낮게 지으면 태풍이 온다는 말이 있다. 까치..

쥐 이름 식물 / 작아서 앙증맞다

쥐 이름 식물 작아서 앙증맞다 12 지지(地支)중 첫 번째 오는 지지는 자(子)이다. 하루는 자정(子正)에서 시작하며, 60 간지(干支)는 갑자(甲子)에서 시작한다. 자(子)는 쥐요, 자년(子年)은 쥐띠 해이다. 방향에서 자(子)는 정북(正北)이요, 자오선(子午線)은 북극(子)과 남극(午)의 양극을 이은 선이다. 누가 말하길, 기다리지도 않은 경자년(庚子年)이 찾아왔다고 한다. 세월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보내기 싫어도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알면서 그렇게 우스개로 얘기한다. 천지창조의 신화에서 쥐는 현자(賢者)를 나타내고, 우리 속담에 '꿈에 쥐가 나타나면 길조'요, '쥐띠는 밤중에 나야 잘 산다'는 말이 있다. '곡간 쥐는 쌀 고마운 줄 모른다'거나 '나라에는 도둑 있고, 집안에는 쥐가 있다'는 속..

우담바라? 풀잠자리 알

우담바라? 풀잠자리 알입니다 풀잠자리 알 (가운데 하얗게 뾰족 나온 것) / 바라산 휴양림 (경기도 의왕. 2019.8.28) 여름에 경기도 의왕에 있는 바라산 휴양림에서 진행하는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그곳에서 어느 절에서 우담바라 꽃이라 하였던 것을 보았다. 우담바라는 3천 년마다 한번 여래(如來.*)가 태어날 때나 인도에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나타날 때만 복덕으로 꽃이 핀다고 하였다. 그것이 불상에서 피었다고 떠들썩하였다. 우담바라(***)는 부처님을 의미하는 상상의 꽃으로 여긴다. 우리나라에서 얘기하는 우담바라는 불상이 아니더라도 드물게 볼 수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말하는 우담바라는 모두 풀잠자리 알이라고 한다. 식물은 곤충과 싸우면서 살지만, 곤충이 없으면 식물도 삶의 터전을 ..

2019년 '올해의 꽃'

2019년 '올해의 꽃' 식물이 살아가며 꽃을 피우기 위해서 겪는 과정이 있다. 기온의 변화에 맞추고, 낮의 길이를 느껴서 움직여야 한다. 길어진 낮의 길이를 통해서 계절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온도 변화에 움직이기에 앞서 겨울에 잘 적응해야 한다. 추운 겨울을 지나야 꽃의 분화가 일어나고 꽃이 핀다. 한 송이 꽃을 피우는 데에도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 영춘화 / 한강 잠실지구 (2019.3.9) 복사나무 / 남산 (서울. 2019.4.19) 매화말발도리 / 청계산 (서울 서초. 2019.4.24) 매미꽃 / 청계산 (서울 서초. 2019.5.3) 족도리풀 / 산음휴양림 (경기도 양평. 2019.5.4) 골담초 / 동구릉 (경기도 구리. 2019.5.8) 때죽나무 / 서울창포원 (서울 도봉구. 20..

가을비 내리는 산길에서

가을비 내리는 산길에서 남한산성 (2019.11.15) 비가 그치기에 산에 올라갔다. 비 온 후 가을 잎이 더 화려해졌다. 잎은 서리가 내릴 때까지 쉬지 않고 양분을 저장한다. 저장 양분은 겨울을 나는 에너지가 되고, 봄에 잎이나 꽃이 된다. 부지런히 양분을 모으지 못한 나무는 봄에 꽃눈이 나와도 꽃을 피우지 못한다. 나무도 사람도 살갗이 거칠 때까지 일한다. 산길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고 죽는 것이 무량으로 되풀이되는 것이 생명체이고, 무량으로 되풀이하면서 사는 것이 또한 삶이다. 중간에 비가 후드득 내린다. 가을빛이 더 짙어졌다. 산정에 올라 구름을 보려 하였더니 아예 구름 속에 갇혔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르겠다. 빗소리가 내 귀를 씻고, 자욱한 안갯속 나무들은 실루엣이 아름답다. 안갯속에 있으니 ..

종이를 만드는 나무와 풀 / 닥나무, 닥풀, 파피루스

종이를 만드는 나무와 풀 닥나무, 닥풀, 파피루스 글자를 돌이나 쇳조각, 나뭇잎에 쓰던 것을 종이에 옮겨 썼으니, 종이를 발명한 것은 대혁명이다. 한지는 중국 후한시대 채륜이 서기 100년 경에 발명하였다. 전한 시대에 이미 대마와 모시로 만든 원시의 종이가 있었다. 서양에서는 나일강 주변에서 자라는 갈대와 비슷한 파피루스(Papyrus)로 질이 낮은 수준의 종이를 만들었다. 이 말이 종이란 뜻인 페이퍼(Paper)의 어원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종이를 널리 썼고 고구려 담징이 일본에 종이를 전하였으니 서양보다 이른 시기에 받아들였다. 8세기경 간행한 '무구정광대다리니경'이 우리가 종이를 쓴 증거이다. (※종이 기술을 전파한 경로는 아래 참조) 종이를 만들기 위해 등나무,뽕나무,소나무,버드나무 ..

단풍, 잎의 비밀

단풍, 잎의 비밀 잎이 가지고 있는 엽록소는 초록이다. 가을이 되면서 잎은 광합성 작용을 하지 않는다. 해도 짧아지지만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엽록소가 없어지면서 영양분을 가지로 보내고, 잎이 가지고 있었던 본래의 색깔이 나타난다. 나는 단풍의 비밀을 알려고 뒷산으로 올라갔다. 잎에는 처음부터 단풍색이 들어 있다. 봄여름 내내 숨기고 있었을 뿐이다. 식물은 생명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색깔이 있고 향기가 있다. 나무는 낙엽이 지기 전에 잎이 가지고 있던 색깔의 비밀을 내놓는다. 2019.11.7 남한산성에서 벚나무 물푸레나무 산딸기 산초나무 생강나무 팥배나무 층층나무 떡갈나무 고로쇠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느티나무 쪽동백나무 국수나무 이팝나무 개옻나무

세발버섯 / 오징어 다리인가 닭발인가

세발버섯 오징어 다리인가 닭발인가 세발버섯 / 전남 신안 안좌도 (2019.10.8) 전남 신안 섬 여행을 갔다가 이상하게 생긴 버섯을 보았다. 천사대교를 넘으면 암태도이고, 암태도에서 왼쪽으로 다리를 넘어가면 안좌도이다. 안좌도 부속섬인 박지도에서 박지당숲을 걸으면서 보았던 버섯이다. 세발버섯이라 하는데, 봄부터 가을에 알 같은 덩이 속에서 이 버섯이 나온다. 바닷가에서 먹다가 버린 오징어 발이나 닭발로 보기 쉽다. 세 갈래 발에서 끄트머리는 붙어 있거나 구부리고 있다. 이 버섯은 평소에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알에서 나와 여섯일곱 시간 정도 있다가 시들기 때문이다. 냄새는 고약하다. 냄새를 피우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식이다. 미물도 살아가는 방식이 다 있다. 세발버섯 / 전남 신안 안좌도 (2..

구황식물 / 배고픔에 찾았던 먹을거리

구황식물 배고픔에 찾았던 먹을거리 조선시대에는 2~3년에 한 번씩 기근이 들 정도로 흉년이 잦았다. 질병과 흉년이 같이 찾아와 어려움이 말도 못했다는 것은 역사책에서 많이 읽을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구황이란 말은 980여 번 나온다. 산천을 다 헤매어 구황식물을 찾았다. 구황(救荒)이란 농사는 안 되어 거친 땅에서 먹을 것을 찾는 일이다. 일제 때에도 만주에서 들여온 콩깻묵과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주린 배를 채우는 일이 많았다. 그런 구황식물이 몇 가지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와중에 목숨을 이을 풀이 천 개란 뜻인 구황천초(救況千草)란 말이 있는데, 실제 용도로 쓸 수 있는 것이 백여 가지 된다고 한다. 배고픔에 찾았던 구황식물은 잎이나 싹, 줄기를 먹는 식물, 껍질이나 뿌리를 먹는 식물, 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