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193

도토리거위벌레 / 여름에 도토리 가지를 쏘는 곤충

도토리거위벌레 여름에 도토리 가지를 쏘는 곤충 딱정벌레목 거위벌레과 토토리거위벌레가 떨어뜨린 신갈나무 잎 / 청계산(경기도 성남) 여름 더위가 시작되고 산에 오르면 산길에 도토리가 달린 신갈나무나 갈참나무 등 참나무과 나뭇가지가 곳곳에 떨어져 있다. 도토리거위벌레가 알 낳기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도토리거위벌레는 6월 말부터 깨끗한 도토리를 찾아 짝을 불러 밤에 도토리 가지를 쏜다. 1㎝도 안 되는 그 녀석들은 밤에 일을 낸다. 가지를 반만 자르고 산란관을 도토리에 박는데, 주둥이로 구멍을 뚫어 산란하고 난 뒤에 나머지 반을 잘라 가지를 떨어뜨린다. 불규칙적으로 잘린 것은 비바람이 그런 것이요, 미세한 톱으로 썰듯 정교하게 자른 것은 도토리거위벌레가 한 짓이다. 도토리거위벌레 알은 가지째 떨어진 후 도토..

덩굴식물 / 기어오르면 나무에게는 파멸이다

덩굴식물 기어오르면 나무에게는 파멸이다 집 뒤가 산이라 아침에 산을 한 바퀴 다녀온 후에 아침식사를 한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많이 보는 식물은 칡, 환삼덩굴, 개망초, 서양등골나물, 돼지풀, 산딸기 등이다. 중간중간에 참나무 종류와 물오리나무, 물푸레나무, 아까시나무, 생강나무도 있지만 땅 위에는 덩굴식물이 많다. 덩굴식물은 하늘을 향해 곧게 서는 법이 없고, 땅을 기거나 다른 식물에 기대어 사는 식물이다. 칡과 등나무와 같은 갈등(葛藤)은 풀고, 머루랑 다래랑 먹고 얼크렁 덜크렁 살자는 얘기는 모두 덩굴식물에 대한 얘기다. 덩굴식물은 대개 일정 방향으로 움직인다. 칡은 오른쪽으로 감고서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고 올라간다. 같은 방향이면 얽힐 일도 없다. 덩굴식물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

백두대간수목원 탐방

백두대간수목원 탐방 경북 봉화군 춘양면 (2019.6.25)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진 우리 땅의 중심 산줄기다. 남북 분단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강원도 진부령까지 640㎞이다. 우리가 차를 타고 넘은 백두대간에 고개는 소백산에서 태백산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있는 곳으로, 옥돌봉(1242m)에서 도리재를 지나 구룡산(1344m)까지 가는 대간길로 오지 중에 오지에 속한다. 옥돌봉에 올라서서 바라보면 파노라마가 가히 압권인 곳이다. 봉화 물야면에서 오전약수탕을 지나 춘양면에 있는 백두대간수목원을 찾아 나섰다. 백두대간수목원은 2018.5.3 개장하여 일천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수목원이라 하기에는 내용물이 아직은 적고, 어린 나무들이 많아서 여름에 뙤약볕을 이고 다닐 각오로 나..

정원이 아름다운 봉화 산골에서

정원이 아름다운 봉화 산골에서 경북 봉화군 춘양면 도심리 (2019.6.25) 봉화 산골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는데 주인이 붙잡고 꽃이 붙잡고. 꽃만 보고 떠나야 하는 것을 조곤조곤 이름까지 물었다. 이름에는 척 붙는 정이 있어서 꽃이 마음속으로 가만히 들어왔다. 괴불나무 꼬리진달래 꿀풀 기린초 황금낮달맞이꽃 눈개승마 붉은바위취 우단동자 꿩의다리 눈싸리 무궁화고광나무 빈도리 섬초롱꽃 삼색제비꽃 솔나리 술패랭이 양귀비 칠자화 큰꽃으아리 황금매자나무

무당벌레는 진딧물 청소부

무당벌레 진딧물을 먹어치우는 지구의 청소부 무당벌레는 색상이 화려해서 붙은 이름이다. 독일의 유명한 자동차인 폭스바겐 같고, 콩알을 반 쪼개 놓은 것 같이 생겼다. 예전에는 됫박벌레라 했다는데, 바가지와 같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도 표주박이란 뜻인 표충(瓢蟲)이라 한 것은 이와 비슷하다. 칠성무당벌레는 점이 7개라 그런 것인데, 점이 더 많은 종도 있다. 무당벌레가 색깔이 화려한 것은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경고의 색이다. 실제로 무당벌레는 잡으려면 노란색 분비물을 내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빨간색은 건드리면 노란 액체를 내겠다는 경고의 신호가 되는 셈이다. 곤충들이 먹어치우는 동물의 사체와 찌꺼기는 무지 많다. 곤충이 없으면 지구는 시체 밭이요 똥밭이 된다는 말이 있다. 무당벌레는 육식성으로 진딧물..

배꽃이 피는 봄이 오면

배꽃이 피는 봄이 오면 고려시대 시인 이조년의 다정가(多情歌)는 배꽃의 청정함과 운치가 살아있는 시조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 춘심(一枝 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하노라". 달빛에 배꽃이 피는 하얀 밤, 소쩍새까지 울어대니 애상의 봄밤이다. 달빛과 배꽃의 시각에 소쩍새 청각까지 이입하였다. 올해는 배꽃이 피는 순백의 꽃차례가 지나갔지만, 다시 내년을 기약해본다. 배꽃을 만나보고 소쩍새 울음소리까지 기다리려 한다. 철이 바뀌면 다음 계절이 오고, 때가 되면 봄이 온다. 그때는 달빛 비치는 배꽃 아래서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려 한다. 배나무 / 심학산 (경기도 파주. 2011.5.7) 배나무 / 심학산 (경기도 파주. ..

광대노린재와 회양목명나방 / 회양목을 좋아하는 곤충

광대노린재와 회양목명나방 회양목을 좋아하는 곤충 곤충이나 새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식물이 있다. 그래서 그 곤충을 구경하자면 그 식물을 유심히 관찰하면 된다. 광대노린재는 등나무, 참나무. 층층나무도 좋아하는데 특히 회양목을 좋아한다. 식물의 즙을 빨아먹고 산다. 광대노린재는 광대가 얼굴에 물감으로 무늬를 그린 듯하여 붙은 이름이다. 모양을 내고 보석처럼 색깔이 화려하다. 광대노린재는 낙엽 밑에서 월동하였다가 4~5월이면 어른벌레로 나타난다. 봉화산 유아 숲 체험장에 갈 일이 있어서 현장 선생님들과 체험 학습물인 노린재 먹이로 떡갈나무 여린 잎을 구하러 다녔다. 다녀오는 길에 회양목에서 광대노린재를 또 만났다. 회양목을 참으로 좋아하는 곤충이다. 회양목은 사시장철 있으니 먹을 걱정이 없겠다. 참으로 복도 ..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 자벌레는 자나방의 애벌레다. 녹색이나 회갈색을 띤 몸뚱이를 구부렸다가 펴며 기는 모습이 특이하다. 마치 자로 재는 듯이 기어 자벌레란 이름이 붙었다. 나비목 애벌레는 다리가 8쌍인데. 나방 애벌레도 같다. 머리 부분에 3쌍, 가슴 부분에 4쌍, 배부분에 1쌍으로 구성한 다리가 정상적이라면 그렇게 기지는 않을 것이다. 자벌레는 8쌍 중 3쌍이 퇴화되어 5쌍이 남아 있다. 헛다리로 기는 다리가 있어 구부정한 걸음이 되었다. 배다리 한쌍은 꼬리 쪽에 붙이고, 퇴화한 다리는 꺾어 기어서 걸음은 더 빨라진다.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이것은 자벌레가 최선을 다해 걷는 걸음이요, 자벌레로 봐서는 정상 걸음이다. 이 시간도 잠시요. 자나방으로 우화(羽化)하여 훨훨 날아다닐 수..

로제트식물에는 겨울나기 전략이 있다

로제트식물에는 겨울나기 전략이 있다 식물 중에는 민들레처럼 줄기를 곧바로 세우지 않고 땅에 바짝 붙어서 바닥에서 방석을 펼치듯 크는 식물들이 있다. 이렇게 방사선 잎을 펼치는 식물을 로제트식물(rosette plant)이라 부른다. 로제트란 말은 편평하게 장미꽃 모양으로 잎을 펼쳐서 자란다고 붙은 이름이다. 민들레, 냉이, 달맞이꽃, 꽃마리, 질경이, 뽀리뱅이가 그런 류의 식물이다. 일반적으로 두해살이 풀이 겨울을 나기 위해 로제트 잎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로제트식물들은 대부분 키가 작고, 이른 봄에 희거나 노란색 꽃을 피운다. 땅에 바짝 붙어 있는 것은 추운 겨울에 바람을 피하고 햇볕을 더 받기 위해 서다. 땅에 바짝 붙어 있으면 수분의 증발도 줄이고 지열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봄에 나와 싹을 틔..

연리목 3. 한 몸으로 만나는 나무

연리목 3 한 몸으로 만나는 나무 두 나무가 맞닿아 하나로 합쳐질 경우 우리는 연리지(連理枝)라 부른다.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나무가 생장하면서 수형이나 바람 등 외부 영향으로 서로 가지가 맞닿아 접촉 부분이 벗겨지고 종(種)이나 유전학적으로 비슷한 경우 서로 가지를 파고들어들어 한 몸으로 거듭나게 된다. 나무줄기가 만나면 연리목(連理木), 나무뿌리가 만나면 연리근(連理根)이라 우리는 부른다. 나무는 같은 종끼리는 서로 햇볕을 받게 하려고 잎사귀도 서로 열어준다는데, 맞닿아 자라는 일은 참으로 드물다. 연리지가 발견되는 일은 참으로 귀해서 삼국사기 등 역사책에 기록했을 정도였다.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로 연리지를 사용한다. 부부가 연리지에서 빌면 금실이 좋아지고, 연인이 찾아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