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거위벌레
여름에 도토리 가지를 쏘는 곤충
딱정벌레목 거위벌레과
토토리거위벌레가 떨어뜨린 신갈나무 잎 / 청계산(경기도 성남)
여름 더위가 시작되고 산에 오르면 산길에 도토리가 달린 신갈나무나 갈참나무 등 참나무과 나뭇가지가 곳곳에 떨어져 있다. 도토리거위벌레가 알 낳기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도토리거위벌레는 6월 말부터 깨끗한 도토리를 찾아 짝을 불러 밤에 도토리 가지를 쏜다. 1㎝도 안 되는 그 녀석들은 밤에 일을 낸다. 가지를 반만 자르고 산란관을 도토리에 박는데, 주둥이로 구멍을 뚫어 산란하고 난 뒤에 나머지 반을 잘라 가지를 떨어뜨린다. 불규칙적으로 잘린 것은 비바람이 그런 것이요, 미세한 톱으로 썰듯 정교하게 자른 것은 도토리거위벌레가 한 짓이다.
도토리거위벌레 알은 가지째 떨어진 후 도토리 속에서 방을 꾸며 산다. 알로 나서 이듬해 봄까지 애벌레로 산다. 허물을 벗고 먹고 자고 하다가 땅속에서 번데기를 만든다. 새끼를 이렇게 키운 것이 도토리거위벌레 어미다. 그래서 떨어진 도토리로 음식을 만들면 안 되는 이유도 된다. 도토리는 인간의 밥이 아니라고 곤충들이 항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밤에 알을 낳는 밤바구미나, 팥이나 콩 표면에 알을 낳는 팥바구미 콩바구미도 비슷한 경우다. 그 바구미의 밥은 밤이요 콩이요 팥이다. 알을 팥이나 콩에 놓고 분비물로 코팅을 한다. 팥에 하얀 점이 그것이다. 곤충들이 사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아침에 산길을 걸으며 도토리거위벌레가 떨어뜨린 나뭇가지를 보면서 드디어 이 녀석들이 작업을 시작한 한여름이 왔구나 생각하였다.
도토리거위벌레 알
도토리거위벌레
도토리거위벌레가 도토리에 뚫어놓은 구멍 / 청량산 (경기도 성남)
토토리거위벌레가 떨어뜨린 신갈나무 잎 / 번암산(강원도 화천)
토토리거위벌레가 떨어뜨린 신갈나무 잎 / 청량산(경기도 성남)
토토리거위벌레가 떨어뜨린 상수리나무 잎 / 청량산(경기도 성남)
토토리거위벌레가 떨어뜨린 신갈나무 잎 / 청량산(경기도 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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