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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

향곡[鄕谷] 2019. 6. 16. 17:50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

 

 

 

자벌레는 자나방의 애벌레다. 녹색이나 회갈색을 띤 몸뚱이를 구부렸다가 펴며 기는 모습이 특이하다. 마치 자로 재는 듯이 기어 자벌레란 이름이 붙었다. 나비목 애벌레는 다리가 8쌍인데. 나방 애벌레도 같다. 머리 부분에 3쌍, 가슴 부분에 4쌍, 배부분에 1쌍으로 구성한 다리가 정상적이라면 그렇게 기지는 않을 것이다.

 

자벌레는 8쌍 중 3쌍이 퇴화되어 5쌍이 남아 있다. 헛다리로 기는 다리가 있어 구부정한 걸음이 되었다. 배다리 한쌍은 꼬리 쪽에 붙이고, 퇴화한 다리는 꺾어 기어서 걸음은 더 빨라진다. 자벌레의 헛다리 걸음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이것은 자벌레가 최선을 다해 걷는 걸음이요, 자벌레로 봐서는 정상 걸음이다. 이 시간도 잠시요. 자나방으로 우화(羽化)하여 훨훨 날아다닐 수 있다. 인고의 시간은 짧다.

 

자벌레는 정해진 색깔이 없다는 말도 있다. 먹는 음식 빛깔에 따라 그 색깔이 변하다고 한다. 아랫사람은 윗사람 하기에 달렸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말을 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이고, 일방적인 고집이나 지시는 대화를 끊어놓는 일이 되고 만다.

 

 

 

 

 

자벌레 / 북한산 (2017.5.9)

 

 

 

 

자벌레 / 청계산 (경기도 성남. 2012.5.5)

 

 

 

 

자벌레 / 동구릉 (경기도 구리. 2019.5.8)

 

 

 

자벌레 / 수리산 (경기도 안양. 2020.6.1)

 

 

 

 

자벌레 / 3쌍은 퇴화하여 5쌍의 다리로 걷는다

자벌레는 나무의 잎을 먹어 피해를 준다

 

 

 

 

 

배노랑물결자나방 / 석천계곡 (경북 봉화. 2019.6.24). 호두나무 잎에 앉아 있다

 

 

 

 

 

참빗살얼룩가지나방 / 금강소나무길 (경북 봉화. 2019.6.24). 자나방과 같이 자로 기는 애벌레 과정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