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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초식동물을 따돌리는 나무

향곡[鄕谷] 2021. 7. 6. 13:28

 

초식동물을 따돌리는 나무

음나무, 주엽나무, 호랑가시나무, 화살나무

 

 

 

나무가 씨앗을 내려 하나의 나무로 살아가려면 수많은 난관이 따른다. 씨앗이 어미로부터 멀리 떨어져 이동하였어도 자리를 잡아야 하고 기다려야 한다. 자리 잡은 곳에서 조건이 맞아야 하고, 경쟁을 하여야 하고, 스스로 살아가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나무가 자리를 잡아 새싹을 내면 초식동물이 배를 채우기 위해 다가온다. 그러자면 먹지 못하도록 방어물질을 내어서 막기도 하고, 가시를 내어 방비를 하는 나무가 있다.

 

음나무는 부드러운 새싹이 쌉쌀하고 달콤하다. 사람도 좋아하지만 노루나 고라니 등 초식동물도 좋아한다. 음나무는 어린 줄기에 가시를 내어 잎을 보호하고, 영양분을 아껴서 나무 성장을 돕는다. 험상궂은 가시는 자라면서 차츰 줄어들고 커서는 완전히 없어진다.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 필요할 때만 가시를 내미는 방비책이 놀랍기만 하다.  

 

나무줄기에 가시를 내는 나무에는 주엽나무도 있다. 나뭇잎이나 어린 줄기가 맛이 있어 초식동물이 좋아한다. 음나무가 껍질이 변하여 내는 가시라면 주엽나무는 잔가지나 줄기에서 가시를 내어 방비를 한다. 큰 동물이 닿지 못할 만큼 높은 곳까지 가시를 내다가, 어느 정도 키가 크고 줄기가 굵어지면 가시가 없어진다. 가시를 내는데 쓰던 힘을  다른 곳을 키우는데 쓴다.

 

잎을 변형시켜 대비하는 호랑가시나무가 있다. 두툼한 잎은 오각형이나 육각형으로 생겼는데, 모서리마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달렸다. 호랑이가 등이 가려우면 와서 이 잎에다 문질렀다고 하여 호랑가시나무라 했다는 것이다. 가시가 억세어 호랑이 발톱처럼 생겼다. 잎이 튼튼한 초식동물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달려들 수가 없다. 호랑가시나무도 키가 커지면 잎은 끄트머리에 가시 하나만 남긴 채 갸름한 모양을 한다.

 

줄기나 가지에서 가시를 내는 음나무나 주엽나무가 있고, 잎에 가시를 내는 호랑가시나무와 달리, 나뭇가지를 굵게 보이게 하는 화살나무가 있다. 마치 위기에 처하면 몸을 부풀리는 복어나 날개를 부풀려 방어 자세를 취하는 닭처럼 말이다. 화살나무는 어린 가지에 화살깃을 닮은 회갈색 코르크 날개깃을 달고 있다. 이 날개를 예전에는 귀전우(鬼箭羽)라 해 '귀신의 화살깃'이라 했다. 날개깃을 굵게 해서 초식동물이 미리 포기하도록 하려는 것 같다. 사실 날개깃 코르크에는 당분이 전혀 없어서 초식동물은 구태여 시간을 들여 화살나무를 붙들고 먹으려 들지 않는다.  

 

이렇게 음나무, 주엽나무, 호랑가시나무, 화살나무는 초식동물에 피해를 입지 않게 진화하여 오늘까지 살 수 있었다. 세월이 가면서 식물은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궁리하여 찾아내고 터득하여 방비를 한다. 사람도 식물도 주어진 환경에서 변화하며 살아가려면 삶에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며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음나무 / 덕적도 (인천 옹진. 2014.4.29)

 

음나무 / 충북 제천 (2020.9.13)

 

줄기에 가시가 무디어진 음나무 / 제주 삼다수숲길 (2020.4.29)

 

가시가 없어진 음나무 줄기 / 설악산 (2016.8.4)

 

주엽나무 / 경기도 하남 (2020.3.8)

 

주엽나무 / 경기도 하남 (2021.7.2)

 

호랑가시나무 / 변산 (전북 부안. 2021.5.26)

 

호랑가시나무 / 천리포수목원 (충남 태안. 2013.11.3)

 

호랑가시나무 / 백양사 (전북 정읍. 2019.10.31)

 

화살나무 / 서울 송파구 (2021.3.31)

 

화살나무 / 나무고아원 (경기도 하남. 2021.5.5)

 

화살나무 / 헌인릉 (서울 강남구. 2019.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