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192

2021년 '올해의 꽃'

2021년 '올해의 꽃' 나무와 풀은 꽃을 피워 후손을 만들고, 곤충과 뭇 짐승은 먹을 것을 찾아 생명을 이어간다. 꽃은 생존수단이요, 생물계의 화려한 의식이다. 나무와 풀은 머무는 자리가 있고, 꽃은 피는 시기가 있으니, 그런 장소에서 꽃은 어우러져야 볼 수 있는 것이다. 꽃 피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만남이요 그런 꽃잔치에 찾아 나서는 일은 행복한 여정이다. ▲ 너도바람꽃(미나리아재비과) : '너도'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비슷하다는 의미이다. 변산바람꽃과 비슷한데, 포엽이 깃꼴로 자잘하게 갈라지고, 꽃잎의 끝이 2갈래로 갈라져 꿀샘으로 되는 점이 다르다. 3~4월에 제주를 제외한 전역 산지 계곡에서 자란다. ▲ 노루귀(미나리아재비과) : 긴 털로 덮인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붙은 이..

가을에 보는 오대산 숲

가을에 보는 오대산 숲 상원사-비로봉-상왕봉-임도-상원탐방센터 (2021.10.12) 오대산 절집 숲은 넓다. 세조와 인연으로 받은 산이 많아서다. 세조가 피부병을 낫고자 오대천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 문수보살을 친견한 일이 있고, 법당에 들어설 때 고양이가 붙들어 자객으로부터 목숨을 구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세조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월정사에 묘전(猫田)으로 사방 80리를 하사하였다. 그래서 오대산 절집 숲은 가장 넓은 숲을 가졌다. 우중 월정(雨中月精)이라 하여 여름에 비 오는 날 월정사에서 보는 전나무숲 풍광이 좋고, 눈 오는 풍경은 오대산 산정에서 보는 것이 최고라 하여 설중 오대(雪中五臺)라 한다. 사실 이름난 산에 큰 절이 있는 명산대찰(名山大刹)은 계절에 관계없이 모두 좋다. 깊은 가..

기생식물 / 겨우살이, 새삼, 야고

기생식물 / 겨우살이, 새삼, 야고 광합성을 못하여 다른 식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하여 사는 식물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의 양분을 흡수하여 살아가는 것을 기생(寄生)이라 한다. 그렇게 기생하여 사는 식물이 기생식물이고, 기생식물에 양분을 뺏기는 식물은 숙주(宿主)식물이다. 기생식물은 광합성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면 반기생(半寄生) 식물, 광합성을 전혀 못하여 완전히 숙주식물에 의지하여 사는 식물은 전기생(全寄生) 식물이다. 기생식물은 기생하는 위치를 어디 두느냐에 따라 뿌리 기생과 줄기 기생이 있다. 죽은 생명인 말라죽은 식물, 죽은 곤충이나 사체, 배설물에 붙어서 영양분을 먹고사는 부생(腐生)식물도 있다. 식물 세계도 살아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다. 육상식물과 기생식물의 차이점은 엽록체가 있어 광합성으로 ..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씨앗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씨앗   식물은 열매를 맺어 알맞은 장소로 이동하는 전략을 짜서 씨앗이 번식하도록 도운다. 식물은 어미 밑에서 자라면 그늘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 나름의 묘수를 내어 멀리 보내려 애쓰고 있다. 씨앗이 이동하는 방법으로는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것 , 물을 따라 흘러가는 것, 어디에 달라붙어 이동하는 것이 있고, 때로는 스스로 힘으로 터져서 자리를 잡는 것이 있으며, 과육으로 유혹하여 동물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다.  식물이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볍거나 날개가 있어야 한다. 버드나무과 식물은 씨앗에 털이 모여 타래를 이루고 바람을 이용한다. 버드나무, 사시나무가 그런 나무이다. 씨앗에 날개를 달고 멀리 비행하는 나무도 있다. 단풍나무과(단풍나무, 신나무, 청시닥나무), 물풀레나무과..

밤에 피는 꽃 / 분꽃, 달맞이꽃, 노랑원추리, 박, 인동덩굴

밤에 피는 꽃 분꽃, 달맞이꽃, 노랑원추리, 박, 인동덩굴 밤에 다니는 동물이 있듯, 밤에 피는 꽃이 있다. 나비와 나방을 보면, 나비는 모두 낮에 움직이는 주행성이고 나방은 주행성과 야행성이 있다. 야행성 나방이 찾아가는 꽃은 밤에 향기를 내는 별 모양 흰 꽃이 많다. 분꽃, 달맞이꽃, 노랑원추리, 인동덩굴 꽃들은 모두 긴 꽃대롱을 가지고 있고, 밤에 달콤한 향기가 나는 꽃을 피워 나방을 유혹한다. 그리고 하얀 박꽃도 저녁 무렵에 넓은 꽃잎을 펼친다. 나방은 나비와 마찬가지로 대롱 모양의 입을 둥글게 감고 있다가 풀어서 꿀샘까지 깊숙이 넣어 한밤에 감미로운 맛을 음미한다. 밤에 피는 꽃들은 그렇게 한밤중 손님맞이를 한다. □ 분꽃 집집마다 장독대 옆 꽃밭에서 가꾸었던 꽃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볼 수 ..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養花小錄) / 꽃을 키우는 뜻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養花小錄) 꽃을 키우는 뜻 강희안(姜希顔. 1418~1465)은 조선 초기 선비이다. 강희안의 어머니는 세종 왕비였던 소헌왕후 심 씨와 자매였으니, 세종은 이모부요 세조는 이종사촌 형이다. 단종 복위 운동 때는 세조가 강희안이 반역을 도모하였느냐고 성삼문에게 묻자, 어진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강력하게 부인하여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강희안은 한글 28자에 대한 해석과 용비어천가 주석을 붙이는데 같이 하였고, 동국정운(東國正韻) 편찬에 참여한 집현전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선비화가이고, 시, 글씨, 그림에 모두 뛰어나 삼절(三絶)이라 불렀다. 그가 그린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는 조선 문인화의 대표 작품으로 옛 그림 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양화소록(養花小錄)은..

서울 근교산에 대벌레가 많아졌다

서울 근교산에 대벌레가 많아졌다 올해 봄 서울둘레길을 걸었다. 서대문구에 있는 봉산을 지나는데 대벌레를 잡는다고 참나무 밑동에 접착테이프를 둘러놓은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서울 근교산 중에서 수리산, 청계산, 봉산에 대벌레가 많아졌다. 겨울이 온화하고 봄이 건조해서 부화 조건이 좋아서 늘어난 것이다. 접착테이프마다 엄청 많은 새끼 대벌레가 붙어 있다. 산에 다니다가 가끔 보던 벌레였는데 이렇게 많으니 혐오감을 준다. 사람에게 해는 없다지만 나뭇잎을 먹어치우고 혐오감을 주니 산림해충이다. 대벌레는 큰 것은 10㎝ 정도 되는데, 메뚜기 무리에서 갈라져 나온 분류종으로 수컷은 몸체가 길고 가늘고 담갈색이며, 날개는 없고 다리는 6개이고 붉은 띠가 있다. 암컷은 서식환경에 따라 담갈색 흑갈색 녹색 황록색 등..

수관기피 / 나무의 거리 두기, 햇빛을 나누는 공존법

수관기피 나무의 거리 두기, 햇빛을 나누는 공존법 나무 우거진 숲 속에서 나무 위를 쳐다보면, 나무와 나무 사이에 끄트머리를 싹둑 자른 것처럼 한 뼘 정도 하늘이 보이는 공간을 볼 수 있다. 비슷한 높이로 자라는 나무라면 더 잘 볼 수 있다. 나무 꼭대기가 서로 닿지 않고 나무줄기나 잎 끄트머리가 뚜렷한 영역과 경계선까지만 성장하는 것으로 수관기피(樹冠忌避)라 한다. 수관(樹冠)은 나무줄기 위쪽 끄트머리인 우듬지를 말하는 것이고, 기피(忌避)는 피한다는 것이니, 나무 꼭대기에 있는 줄기나 잎이 서로 닿는 것을 피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수령의 나무가 같이 자랄 때 주로 발생하며, 특히 같은 수종인 경우 그러한 현상이 더 잘 나타난다. 소나무, 두릅나무, 녹나무는 그러한 현상이 더 잘 나타나는 나무이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