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보는 오대산 숲
상원사-비로봉-상왕봉-임도-상원탐방센터 (2021.10.12)
오대산 절집 숲은 넓다. 세조와 인연으로 받은 산이 많아서다. 세조가 피부병을 낫고자 오대천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 문수보살을 친견한 일이 있고, 법당에 들어설 때 고양이가 붙들어 자객으로부터 목숨을 구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세조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월정사에 묘전(猫田)으로 사방 80리를 하사하였다. 그래서 오대산 절집 숲은 가장 넓은 숲을 가졌다. 우중 월정(雨中月精)이라 하여 여름에 비 오는 날 월정사에서 보는 전나무숲 풍광이 좋고, 눈 오는 풍경은 오대산 산정에서 보는 것이 최고라 하여 설중 오대(雪中五臺)라 한다. 사실 이름난 산에 큰 절이 있는 명산대찰(名山大刹)은 계절에 관계없이 모두 좋다.
깊은 가을에 오대산 숲을 찾았다. 여름에 산 입구에서 보았던 회목나무를 찾았는데, 산앵도나무와 참회나무가 더러 눈에 띌 뿐이다. 초입에 본 애기물봉선은 내가 본 새로운 물봉선 식구이다. 산행 오름길에 송이풀과 투구꽃이 많다. 투구꽃은 하늘을 향한 뾰족한 열매 끝이 5개인데 진범은 3개이다. 세잎종덩굴 열매는 바람개비처럼 펼치고 있다. 적멸보궁을 지나면 산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박달나무가 잎이 많이 떨어져 능선 조망을 잘 보이게 해 주었다. 산에 열매가 많기로는 마가목이 으뜸이고, 대부분 풀 열매이다. 여름에 올 때 보았던 금마타리, 참조 팝 나무는 꽃이 지니 자취를 찾을 수 없다. 아직도 식물을 잘 모르는 탓이다. 그 많던 박새는 열매가 비에 젖은 채 조금 남아 있다.
비로봉 부근에서 많이 자라던 인가목,참조팝나무는 꽃이 지니 나무를 분간할 수가 없다.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가는 능선길에는 고목이 많다. 주목, 신갈나무, 피나무, 거제수나무가 주종이다. 보호대를 세워둔 거대한 고목은 바닥에 떨어진 잎을 보니 피나무이다. 단풍이 물드는 철에 멀리 산은 울긋불긋한데, 산 안쪽은 단풍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귀한 풀 고사리삼, 토현삼, 여로를 만났다. 능선에는 마가목 열매가 많아 새들이 곡식창고로 삼고 있다. 새들이 깃든 숲은 살아있는 숲이다. 산길을 내려서면 임도 시오리를 걸어야 하는데, 길가에 꽃들이 많아 봄철이면 나비도 날고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임도에서는 개쑥 부쟁이, 각시취, 조희 풀, 까실 쑥 부쟁 가 있어 열매와 꽃이 진 형체를 살펴볼 수 있다. 산길은 전날 비가 내렸고 낙엽이 쌓여 길이 질퍽하고 숲을 보며 가려니 발걸음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멈춰서 보고 만져도 보며 걸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다가서면 숲은 더 가까워진다.
※ 오대산에서 본 나무와 풀
⑴ 나무 : 산앵도나무, 물박달나무, 진달래, 세잎종덩굴, 참회나무, 마가목, 전나무, 까치박달나무, 아그배나무, 미역줄나무, 매발톱나무, 거제수나무, 말채나무, 피나무, 신갈나무
⑵ 풀 : 애기물봉선, 가는잎쐐기풀, 송이풀, 노루오줌, 박쥐나물, 단풍취, 투구꽃, 진범, 산꼬리풀, 고사리삼, 박새, 고려엉겅퀴, 수리취, 파드득나물, 큰개현삼, 말나리, 질경이, 개당귀, 여로, 꿀풀, 개쑥부쟁이, 조희풀, 각시취, 이고들빼기, 까실쑥부쟁이, 숙은노루오줌,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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