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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안이 쓴 양화소록(養花小錄) / 꽃을 키우는 뜻

향곡[鄕谷] 2021. 8. 21. 22:40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養花小錄)

꽃을 키우는 뜻

 

 

 

 

 

강희안(姜希顔. 1418~1465)은 조선 초기 선비이다. 강희안의 어머니는 세종 왕비였던 소헌왕후 심 씨와 자매였으니, 세종은 이모부요 세조는 이종사촌 형이다. 단종 복위 운동 때는 세조가 강희안이 반역을 도모하였느냐고 성삼문에게 묻자, 어진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강력하게 부인하여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강희안은 한글 28자에 대한 해석과 용비어천가 주석을 붙이는데 같이 하였고, 동국정운(東國正韻) 편찬에 참여한 집현전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선비화가이고, 시, 글씨, 그림에 모두 뛰어나 삼절(三絶)이라 불렀다. 그가 그린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는 조선 문인화의 대표 작품으로 옛 그림 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림이다.

 

양화소록(養花小錄)은 강희안이 쓴 책이다. 양화(養花)는 꽃을 가꾼다는 것이고, 소록(小錄)은 작은 책이란 뜻이다. 직접 꽃과 나무를 기르면서 알게된 꽃과 나무의 특성, 품종, 재배법을 정리한 우리나라 최초 원예서이다. 책에 나오는 수종은 많지 않지만 원예에 대하여 처음으로 썼다는데 가치가 있고, 진정한 가치는 꽃과 나무에 대해 품격과 상징성을 서술하면서 자연의 이치와 천하를 다스리는 뜻을 담았다는 데에 있다. 양화소록 서문에 그가 강조한 양생법(養生法)이 나온다. 지각과 운동도 하지 않는 한낱 식물도 그 본성에 맞추어 배양하는 이치와 거두어들이는 법에 맞추어 키운다면 싱싱하게 꽃을 피울 수 있다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그와 같다고 하였다. 강희안이 말하는 꽃을 키우는 뜻은 사물에 깃들어 이치를 살피는 것이 선비의 공부법인지라 꽃을 기르면서 그 이치를 살피고 이로써 마음을 수양한다고 했다.

 

그는 꽃을 가꾸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우 강희맹이 남긴 글에 따르면, 형 강희안은 출근한 시간과 부모님께 안부를 묻는 때를 제외하면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벗에게 좋은 나무를 선물하기도 하고, 좋은 꽃이 피면 벗을 불렀다. 매화가 피면 매화 아래서 술을 따르며 시를 짓고, 국화 곁에서 술을 마시고, 작은 수레를 타고 단풍 구경에 나서곤 했다. 그런 그를 보고 꽃을 가꾸는 선비가 늘었다고 한다. 그는 식물에서 인간이 본받아야 할 품성을 몇 가지 적었다. 소나무에서는 장부와 같은 지조를, 국화에서는 은일(隱逸)한 모습을, 매화에서는 품격을, 석장포에서는 고한(孤寒)의 절개를, 괴석(怪石)에서는 확고부동한 덕을 찾고 있다. 이와 같은 꽃과 나무를 그 본성대로 길러서 눈에 담아 두고 마음으로 본받을 수 있다면 수신과 치국에도 문제가 없다고 하였다.  

 

그는 명성과 이익이 무엇이더냐며, 달빛 향기에 취해 연못가를 거닐며 노래를 읊조리는 마음이 세상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가 그린 고사관수도는 적벽을 배경으로 바위에 엎드려 물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그의 심회를 그렇게 표현하였다. 모든 나무와 꽃은 귀하며, 주변에 있는 나무와 꽃 등 사물로 마음을 닦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희안의 우아한 기상이 그런 마음에서 나왔다. 양화소록은 오늘날 전문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조선 선비의 뜻과 우아한 기상을 담고 있어 가치가 있다. 주변 사물에서부터 본받아야 할 가치를 찾고, 자신을 돌아봐야겠다.  

 

 

양화소록에 나오는 나무와 풀 그리고 괴석

노송, 만년송, 오반죽, 국화, 매화, 난혜, 서향화, 연화, 석류화, 치자화, 사계화, 산다화, 자미화, 일본철쭉화, 귤나무, 석장포(이상 16종), 괴석

 

- 만년송 : 이끼가 덮인 채 암석 사이에 붙어 있는 것을 최상으로 친다.

- 대 : 안개 덮인 가지가 달빛 아래 춤추는 것이 풍취가 있다

- 국화 : 군자에 비견한다. 계절이 바뀌어 초목이 시들게 될 때 홀로 찬란하게 피어나 바람과 이슬을 꿋꿋하게 견디며 산인(山人)과 일사(逸士)의 절개에 견줄 만하다. 뿌리는 물을 싫어하며 물을 직접 주어서는 안 되고, 국화를 재배할 때는 묵은 포기를 다시 심어서는 안 된다.

- 연꽃 : 향기는 멀어질수록 더욱 맑으며 아름답고 깨끗하게 자란다. 오동나무 기름을 싫어하여 오동나무 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그 부근 연꽃이 모두 죽는다.

- 사계화 : 사계절 마지막 달마다 피어 사계화라 부른다. 장미라 요즈음은 부른다. 서양 장미가 들어오기 전에 장미가 있었다.

- 산다화 : 보통 동백이라 한다. 눈 속에 붉은 꽃이 피는 동백(冬栢), 봄에 흰꽃이 피는 춘백(春栢)이 있다.

- 자미화 : 백일홍이라 하며 배롱나무라 부른다. 우리나라 궁궐에서는 이 나무를 볼 수 없었다고 적고 있다. 비단 같은 꽃이 노을빛에 곱게 물들어 환하고 아름답게 피어 있으면, 사람의 혼을 뺄 정도로 풍격(風格)이 최고다.

- 일본철쭉화 : 영산홍이라 이르는 것으로 세종 재위 23년(1441년) 일본에서 바친 꽃이다.

- 귤나무 : 임금으로부터 몇 개를 얻어 씨를 심었더니 남국에서 자라온 것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양화소록 서문

 

 

양화소록 본문 첫부문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 강희안

 

 

 

양화소록 / 눌와 출판사 간

 

 

 

소나무 / 주왕산 (경북 청송)

 

 

 

산국 / 남한산성

 

 

 

매화 / 경기도 성남

 

 

 

연꽃 / 마현마을 (경기도 남양주)

 

 

 

귤나무 / 서귀포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