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 나무
싸리와 물푸레나무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숙제를 안 한 학생은 앞으로 나오라 하였다. 종아리를 걷으라 하고 먼지떨이로 쓰는 대나무 회초리를 들었다. 그런데 한 친구는 담임이 아버지였다. 선생님이 아들을 보더니 갑자기 화가 났다. 다른 학생보다 더 많이 더 세게 때렸다. 매를 맞은 친구는 "아버지,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하며 도망을 갔다. 교실에서 아들이 도망가고 선생님은 오라 하고 잠시 소란이 일어났다. 다소 감정이 들어간 회초리였다.
회초리로 싸리를 많이 쓴다. 싸리는 주변에 많아서 사립문이나 빗자루, 광주리 등 생활용품을 만든 나무였다. 싸리는 줄기가 곧고 단단하다. 그래서 회초리로 썼는데, 종아리에 맞으면 자국이 날 정도였다. 싸리 회초리로 맞고 장원급제한 선비는 귀향하며 싸리나무에 큰절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 소학(小學)에는 어머니 힘이 떨어진 회초리 얘기가 나온다. 중국 한나라에 효자 한백유가 있었다. 백유가 잘못이 있어 어머니가 매질을 하니 울었다. 어머니가 말하길, 전에는 매질을 하여도 네가 운 적이 없는데 오늘 우는 것이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백유가 대답하길, 오늘 어머니 힘이 저를 아프게 하지 못했다며 그 때문이라 하였다. 그 뒤 회초리를 '효자의 매' 또는 '백유의 매'라 하였다.
회초리로 쓰는 나무에 물푸레나무도 있다. 부모들은 자식을 서당에 보내놓고 물푸레나무 회초리를 선물하였다. 물푸레나무는 단단하여 살살 때려도 아파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물푸레나무는 단단함과 탄력이 종아리에 적당한 충격을 주면서 심한 상처를 남기지 않는 회초리였다. 싸리로 종아리를 맞으며 공부한 학동은 3년 만에 급제했다면, 물푸레나무 회초리로 맞으며 공부한 학동은 1년 만에 급제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푸레나무 회초리로 맞으며 장원급제한 선비들은 금의환향하며 동구 밖 물푸레나무에 절을 하고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다. 조선시대에 관아에서 죄인을 심문할 때 물푸레나무를 썼다. 너무 아프다고 왕이 다른 나무로 바꾸라고 했는데, 자백을 잘하지 않는다고 다시 물푸레나무로 바꾸었다. 물푸레나무는 단단하여 도리깨, 도끼 자루, 달구지 바퀴 등 쓰임새가 많았다. 그래서 적당히 자라면 베어 내어 오래 살기 어려웠다.
예전에는 부모가 노여워하면 마음속으로 반발하거나 원망하는 빛을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 후회하는 마음으로 벌을 받으라고 가르쳤다. 요즈음엔 훈육의 방법으로 회초리를 드는 것은 폭력이라고, 쓰지 못하게 법으로 정하고 있다. 훈육용 사랑의 매는 공식적으로는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회초리를 들 때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면 감정의 매가 된다. 회초리를 드는 것은 잘 되게 하려는 사랑이어야 하고, 이성적으로 인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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