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겪어야 봄꽃을 얻는다
겨울에는 추위가 찾아온다. 한겨울 추위가 지나면 어떤 식물은 죽고 어떤 식물은 그대로 살아간다. 식물은 태어나서 살고 죽으며 균형을 이룬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 어려운 시간이 지나 얻은 행복이 귀하듯, 겨울이 있어서 봄은 더 반갑고 귀하다. 한겨울을 겪고서 꽃이 피는 걸 보면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추위가 싫다고 이번 겨울은 덜 추웠으면 싶지만 식물은 꼭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겨울을 준비하듯 나무도 그러하다. 나무는 미리 겨울눈을 만들고 싹을 감쌀 단단한 껍질을 만든다. 추위가 스며들 틈을 막기 위해 낙엽을 떨어뜨리고, 얼지 않도록 수분 농도는 낮추고 당분 농도를 높인다. 나무는 그렇게 겨울을 대비한 몸을 만들고 봄을 준비한다. 나무 중에는 매화나무가 봄을 알리는 상징 나무다. 뜰에 매화나무를 심으면 봄을 빨리 얻을 수 있다. 매화는 이처럼 눈발이 흩날리는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운다.
겨울이 떠난지 얼마 되지 않은 땅은 아직도 찬데, 서둘러 꽃을 피우는 식물은 키가 낮은 풀들이다. 키 낮은 풀들이 서두르는 것은 경쟁 식물이 잎을 내기 전에 햇빛을 받고, 꽃가루받이를 앞서서 차지하려는 생존전략이다. 복수초는 꽃모양을 볼록렌즈처럼 하여 빛을 더 모아 받는다. 앉은부채는 꽃을 피울 때 열에너지를 방출하여 온도를 높인다. 노루귀는 가는 털로 몸을 싸고 추위를 견뎌서 꽃을 피운다.
식물은 씨앗에서 출발한다. 씨앗은 작지만 강하다. 무덤 속에서 수 세기동안 있던 씨앗도 조건이 맞을 때까지 살아 기다린다. 씨앗이 활동하려면 종에 따라 저온상태가 필요하다. 그 시기를 지나야 발아 억제물질이 분해되어 없어진다. 그런 후 씨앗은 겨울을 지나 생장이 유리해지면 싹을 틔운다.
겨울 추위를 겪어야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다. 두해살이풀이 그렇다. 민들레나 냉이 등 로제트식물이 해당된다. 로제트식물은 방사선으로 펼친 잎 모양이 장미꽃을 펼쳐 놓은 것 같다고 부르는 이름이다. 잎 모양을 그렇게 하면 햇빛을 잘 받을 수 있고, 지면에 밀착하여 지열도 얻을 수 있다. 또한 바람에 의한 수분 증발도 피할 수 있고 추위에도 광합성을 하여 당분 함량을 높여서 어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두해살이풀이 추위를 겪지 않는다면 자라기는 하지만 꽃과 열매를 맺지 못한다. 풀과 나무는 한겨울 추위가 필요하다. 추위가 사무치지 않으면 봄꽃을 어찌 얻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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