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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쌈으로 먹는 산나물 들나물

향곡[鄕谷] 2024. 7. 6. 16:33

 

쌈으로 먹는 산나물 들나물

 

 

십수 년 전 5월 초순 강원도에 있는 산에 갔을 때였다. 강릉 왕산면 삽당령에서 정선 임계에 있는 백복령까지 백두대간 산길을 걸었다. 그 사이에 있는 산이 두리봉(1033)과 석병산(1055)이다. 봄바람이 뺨을 스치고 온천지가 초록이었다. 별유천지가 그곳이었다. 마을사람들이 산에 올라와 나물을 하고 있었다. 식사 중인 옆을 지나는데 어느 분이 부르더니 한 잎 먹고 가란다. 산미나리에 쌈장을 얹어서 건네준다. 한입 받아먹으니 세상에 그런 맛이 없다. 신선이 먹는 음식인지 절로 넘어간다. 그 뒤로 산만 다녔지 나물을 알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려말 궁녀나 시녀로 원나라에 끌려간 우리나라 여인들은 궁중 뜰에 상추를 심어 쌈을 싸 먹으며 실향의 슬픔을 달랬다. 이를 먹어본 몽고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이익의 〈성호사설〉에서는 상추쌈을 제일로 쳤고, 이수광의 〈지봉유설〉에서도 상추를 천금채라 한다고 했다. 〈패사〉에 수나라 사람이 천 금 같은 비싼 값으로 그 씨를 구해갔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내용이 나오는 걸 보면 쌈이 우리 전통 음식이 된 지 오래다. 잎이 넓기만 하면 다 쌈 거리가 되었다. 쌈을 먹는 다른 민족은 찾기 어렵다. 

 

쌈을 먹는 것이 좀 품위가 없어 보였던 지 책에는 쌈을 품위 있게 먹는 법이 나온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덕무가 쓴 〈사소절(士小節)〉이 있다. 상추를 싸 먹을 때 직접 손을 대서는 안된다고 했다. 밥을 떠서 그 위에 상추를 놓고 밥을 젓가락으로 싸서 먹은 다음에 된장을 떠먹는다고 했다. 양반들은 일 할 때도 뒷짐 지고 있는데, 밥 먹는 데도 손을 그렇게 써서는 안 되는 모양이다. 다산 정약용은 적은 밥을 상추로 싸 먹어 입과 눈을 속여서 정신적 포만감을 느낀다고 했다. 다산이 상추쌈을 싸 먹을 때 손을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진다. 

 

쌈으로 먹을 수 있는 나물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뜯는 나물은 어린잎이나 어린순이어야 한다. 억세거나 약한 독성이 있으면 데쳐서 쌈을 싸서 먹었다. 달래처럼 뿌리째 먹기도 하고, 작은 나물은 다른 것에 넣어서 먹는다. 그날 뜯은 나물을 섞어 먹는 것이 좋다. 한두 가지를 너무 오래 먹으면 부작용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나물은 비슷한 것이 많고, 적지만 독성이 있는 것도 있다. 나물을 잘 모르면 현장에 가서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다. 

 

 

그냥 먹는 쌈 -- * 표시가 없는 것은 어린잎 

싱아, 는쟁이냉이(뿌리잎), 미나리냉이(싹과 어린순), 고추냉이(잎과 꽃봉오리),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 파드득나물(잎과 어린순), 참반디, 참나물, 바디나물(어린잎과 순), 참당귀, 묏미나리, 기름나물, 큰까치수염(어린순과 어린잎), 잔대(어린순), 모시대(잎과 어린순), 까실쑥부쟁이(부드러운 잎과 어린순), 단풍취, 참취(부드러운 잎과 어린순), 곤달비, 박쥐나물, 우산나물, 서덜취(어린잎과 순), 달래(뿌리째), 마, 유채(어린순), 갓(부드러운 잎과 어린순), 물냉이, 제비꽃, 종지나물, 미나리(잎과 줄기), 까치수염(부드러운 잎과 어린순), 소엽, 민들레, 씀바귀 - 흰씀바귀 - 노랑선씀바귀(잎과 어린순), 왕고들빼기, 산뽕나무, 칡(새순과 어린잎), 초피나무, 갯방풍, 갯고들빼기, 갯씀바귀

 

데쳐서 먹는 쌈 

큰뱀무, 꼭두서니(어린순), 등골나물(어린순), 둥굴레(어린순), 밀나물(어린순), 질경이, 머위(잎자루째), 뽀리뱅이(뿌리잎), 누리장나무, 청미래덩굴

 

그냥 먹거나 데쳐서 먹는 쌈

궁궁이(어린잎과 어린순), 어수리, 미역취(부드러운 잎과 어린순), 곰취, 이고들빼기(뿌리째), 생강나무, 참죽나무, 오갈피나무

 

이름에 '나물'이 붙은 독초 : 개발나물, 놋젓가락나물, 대나물, 동의나물, 삿갓나물, 요강나물, 윤판나물, 피나물

 

 

 

참나물 (산형과) : 나물 가운데 맛과 향이 으뜸이라고 참나물이다. 봄에 부드러운 잎을 쌈 싸 먹거나, 된장 고추장을 찍어 먹고, 무쳐도 맛있다. 물김치를 담기도 한다. 데쳐서 무치거나 부침개에 넣고, 말려서 묵나물로도 먹는다.

 

참나물 / 연인산 (2023.8.25)

 

 

참취 (국화과) : 흔히 취나물, 나물취라 한다. 취가 들어간 식물은 약초이거나 채소이다. 취나물 종류 중에서 맛과 향이 빼어나고,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어서 으뜸 나물이라고 참취다. 잎이나 줄기에 억센 털이 있어 거칠다. 하지만 봄바람이 불 때 부드러운 잎과 어린 순을 무치거나 쌈으로 먹는다. 데쳐서 간장이나 된장에 무치기도 하고, 된장국도 끓인다. 썰어서 부침개를 해 먹어도 맛있다. 묵나물로 먹어도 맛과 향이 좋다.

 

참취 / 방태산 (2018.10.4)

 

 

단풍취 (국화과) : 잎이 단풍잎을 닮아 단풍취다. 잎을 막 펴지기 전과 막 펴진 때가 나물 하기 좋다. 잎이 부드러울 때 줄기째 뜯는다. 생으로 쌈 싸 먹거나, 데쳐서 된장 간장 고추장에 무치거나, 묵나물로 먹는다. 된장국을 끓여도 맛있다. 

 

단풍취 / 연인산 (2024.5.2)

 

 

우산나물 (국화과) : 어릴 때는 우산을 접어둔 것 같고, 크면 펼친 것 같다. 우산을 막 펼쳤을 때가 나물 하기 좋다. 봄에 어린잎을 쌈으로 먹기도 하고, 데쳐서 간장이나 된장에 무친다. 된장국을 끓이거나 묵나물로도 먹는다. 삿갓나물과 비슷한데, 우산나물은 갈라진 잎 갈래가 다시 둘로 갈라지고, 톱니와 털이 있다.  

 

우산나물 / 임자도 (2022.5.17)

 

 

씀바귀 (국화과) : 입맛을 돋워 봄나물로 즐겨 먹는다. 쓴맛 때문에 쓴나물, 씬내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고급 채소로 여겼다. 잎과 어린순은 무치거나 쌈으로 먹고, 소금물에 담가두었다가 김치를 담근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 검은빛을 띤다. 데쳐서 고추장이나 초고추장에 무치고, 뿌리째 캐서 장아찌를 담기도 한다. 뿌리만 데쳐서 무쳐도 맛있다. 즙을 내기도 한다. 선씀바귀나 벌씀바귀도 같은 방식으로 먹는다.

 

씀바귀 / 경기도 성남 (2024.5.1)

 

 

민들레 (국화과) :  민들레는 사람이 사는 곳에서 많이 산다. 민들레란 이름은 뮈움(움직이다 또는 흔들리다의 옛말)과 들꽃의 합성어로 갓털이 있는 열매가 바람에 날려 멀리 퍼지는 들꽃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부드러운 잎으로 쌈이나 무침을 하고, 장아찌와 김치도 담근다. 데쳐서 무치기도 한다. 뿌리째 캐서 즙으로 마시거나 튀김을 해도 좋다. 꽃은 데쳐서 식초를 넣어 새콤하게 무치거나, 매실 진액에 무쳐도 맛있다. 서양민들레나 흰민들레도 같은 방법으로 먹는다.  

 

민들레 / 경북 영주 (2010.5.2)

 

 

왕고들빼기 (국화과) : 고들뻬기 중에서 가장 커서 왕고들빼기다. 고들빼기는 쓰다. 고들빼기란 말은 '아주 쓴 뿌리 나물'이란 뜻인 '고돌채'에서 왔다. 중국이름 산와거(山萵苣)'는 '야생에서 나는 상추'란 뜻이다. 잎이 커서 쌈으로 먹으면 맛있다. 고기와 쌈 싸 먹으면 누린내를 없애준다. 생으로나 데쳐서 무치고, 초고추장이나 쌈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김치를 담을 수 있다. 꽃줄기는 튀김을 할 수 있다. 봄부터 먹지만 위쪽 잎은 가을까지 먹을 수 있다.

 

왕고들빼기 / 서울 성남 (2020.7.9)

 

 

곰취 (국화과) : 곰취라는 이름은 잎이 곰의 발자국을 닮았고 나물(취)로 먹는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봄에서 초여름에 연한 잎을 잎자루째 뜯어 쌈으로 먹거나 장아찌를 담근다. 데쳐서 무치거나 쌈 싸 먹어도 향긋하다.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곤달비와 비슷한데 곤달비보다 잎이 크고 잎 아래가 덜 벌어진다. 곰취는 한냉다습한 곳에서 산다. 메마르지 않은 북쪽을 향한 비탈면의 해발고도가 높은 청정지역이 곰취가 사는 곳이다.  요즈음에는 산촌에서 심어 가꾸기도 한다. 

 

곰취 / 오대산 (2020.7.6)

 

 

미나리 (산형과) : 미나리의 '미'는 미역과 미더덕처럼 물(水)이 변화한 말이고, '나리(百合)'는 풀의 의미로 물속에서 자라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미나리는 고인 물이나 부드럽게 흐르는 습한 땅에서 산다. 종자도 가벼워 물에 잘 뜨고 도랑을 따라 퍼진다. 절로 자라는 미나리를 돌미나리라 한다. 돌미나리는 향이 진하고 잎줄기 아래쪽에 자줏빛이 돈다. 연한 잎과 줄기는 쌈이나 초무침, 무침을 한다. 데쳐서 무쳐도 맛있다. 물김치에 넣고 갈아서 즙을 내기도 한다. 생선찌개에 넣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으며, 부침개를 해도 향긋하고 맛있다. 

 

미나리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0.9.15)

 

 

머위 (국화과) : 머위라는 이름은 옛이름 '머휘'에서 유래한 것으로, 습기 찬(물가)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머구, 머굿대라고도 한다. 연한 잎을 잎자루째 뜯어서 데쳐서 무치거나 쌈으로 먹는다. 자라면 잎자루 껍질을 벗기고 삶은 다음 초고추장에 무치거나 볶는다. 들깨가루를 넣어 만든 찜도 별미다. 벗긴 껍질은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를 담고, 꽃봉오리는 데쳐서 무치거나 튀김을 한다.

 

머위 / 원산도 (충남 보령. 2020.4.6)

 

 

○ 큰뱀무 (장미과) : 봄에 뿌리잎과 어린순을 데쳐서 우려낸 뒤 무친다. 잎이 넓어 쌈으로도 먹는다. 무친 나물을 비빔밥에 넣거나 된장국을 끓여서 먹는다. 뿌리는 생으로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든다. 큰뱀무는 뱀무보다 높고 한냉 한 지역에 산다. 길 따라 풀밭 가장자리에 분포하는 것은 열매에 갈고리 가시가 있어 동물에 붙어 이동하기 때문이다.

 

큰뱀무 / 남한산성 (2020.7.12)

 

 

칡 (콩과) : 봄에서 여름에 새순과 어린잎을 쌈으로 먹거나 튀김을 하면 맛있다. 어린잎을 썰어서 칡 밥을 짓고, 보드라운 잎을 따서 장아찌를 담가도 된다. 뿌리를 갈근(葛根)이라 해서 차로 마시거나 감기나 폐 질환에 약으로 쓴다. 칡은  칭칭 감는다는 칠기에서 유래하였다. 칡은 자연림으로 잘 보존되는 곳에서는 살지 않고, 조림지나 벌채지 등 인간의 간섭이 있는 곳에서 산다. 칡은 절개지에서 토사로 침식되고 붕괴되는 것을 방지하는 유용한 식생이기도 하다.

 

칡 / 사나사계곡 (경기도 양평. 2010.8.8)

 

 

[참고서적]①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 이영득 지음. 황소자리 ② 한국식물생태보감 1,2 김종원 지음. 자연과 생태 ③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 조민제 외 6. 심플라이프. 

[사진] 향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