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지옥과 개미귀신
명주잠자리 애벌레가 파 놓은 함정
지옥은 죄지은 사람이 가는 곳이고, 귀신은 형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혼을 빼어놓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얘기한다. 지구상 생물 중에 가장 많이 사는 개미에게 지옥이 있고, 귀신이 있다. 산에 가다가 나무나 바위 밑에서 곱게 체로 친 듯한 마른 흙을 깔때기 모양으로 파놓은 구멍이 있다. 바닷가 사구 한쪽에도 그렇게 파놓은 구멍을 이따금 볼 수 있다. 그 구멍이 개미지옥이라는 함정이다. 그 구멍 바닥 밑에 명주잠자리 애벌레인 개미귀신이 숨어 있다.
명주잠자리는 잠자리가 아니다. 풀잠자리무리에 속하며 육식을 하여 잠자리란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잠자리는 날쌔고 더듬이가 털처럼 짧은데, 명주잠자리는 행동이 둔하고 더듬이가 길고 몸은 더 가늘다. 잠자리는 날개를 펼치거나 수직으로 접는데, 명주잠자리는 눕혀서 접는다. 잠자리는 물속에서 알을 낳고 자라는데, 명주잠자리는 땅에서 알을 낳고 땅속에서 자란다. 번데기 과정을 거치지 않는 잠자리와 달리 번데기 과정을 거친다. 명주잠자리는 성충보다 애벌레가 더 유명하다. 명주잠자리 애벌레가 개미귀신이다. 명주잠자리 애벌레는 개미지옥이라는 함정을 만들고, 거기에 빠지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개미귀신은 이동하지 않아 잡히는 먹이가 없으면 스스로 갇혀 굶어 죽는다. 평생을 먹을 것을 애벌레 때 다 먹는다. 덩치가 큰 녀석은 함정도 더 크게 판다. 이후 실을 분비해 번데기를 거쳐 1~2년 뒤에 성충이 된다.
개미귀신은 깔때기 모양 경사진 함정을 만들어 흙은 밖으로 버린다. 밖으로 버린 흙은 쌓여 있어서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개미귀신은 지옥터를 잡은 뒤에 바닥 흙에서 턱을 내민 채 먹잇감을 기다린다. 모래로 이루어진 함정이라서 한번 빠진 개미는 미끄러져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혹시라도 탈출하는 개미가 있으면 턱을 삽처럼 써서 모래를 던져서 개미를 떨군다. 슬쩍 모래를 함정 안으로 던져 넣으면 안에서 모래를 밖으로 던지기도 한다. 잡혀서 발버둥 치는 개미는 붙잡고 몇 번 패대기를 친다. 잡힌 개미는 즙을 빨아 먹고서 빈 껍데기를 개미지옥 밖으로 던진다. 개미귀신이 개미를 잡는 것을 보았다. 미세한 진동이 있으니 순식간에 나온다. 먹잇감이 도망갈 틈을 주지 않고 모래를 퍼부어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허둥대는 개미를 잡고 귀신처럼 혼을 빼놓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끝장을 낸다. 전광석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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