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화전놀이
봄향 가득한 꽃전 · 잎전
삼월삼짇날은 지금은 잊힌 명절이다. 예전에는 설날, 단오 못지않은 명절이었다. 삼짇날은 음력 3.3이 되면 답청절(踏靑節)이라 하여 가까운 산이나 들로 나가 풀을 밟았다. 삼짇날은 4.4~4.5 돌아오는 청명절(淸明節)과 겹칠 때도 있다. 삼짇날 사당에 음식을 올리고 화전(花煎)을 만들었다. 화전은 꽃잎전이다. 어릴 때 큰집에 갔을 때 어른들이 들로 화전놀이 간다고 하여 솥뚜껑을 들고 따라갔다. 솥뚜껑을 돌에 얹고 불을 지펴서 진달래 화전을 만들었다.
전, 부침개, 적을 혼재해서 쓰는데, 사전에서 그 말을 찾아보았다. 전(煎)은 채소나 생선, 고기를 얇게 저며 간을 하여 밀가루와 달걀을 씌워 기름에 부친 음식을 통틀어 하는 말이고, 부침개는 기름에 부쳐서 만든 음식을 통틀어 말한다고 적었다. 적(炙)은 양념한 생선이나 고기를 대꼬챙이에 꿰어서 불에 굽거나 번철에 지진 음식을 말한다. 경상도에서는 전과 적을 같은 내용으로 쓴다. 어느 음식전문가는 전은 재료 모양이 온전하게 있는 것이고, 부침개는 썰거나 하여 형태가 없이 하여 부친 것이라 말한다. 전과 부침개는 같은 의미인데, 한자말과 우리말 차이인 것 같다.
조선시대 허균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별미를 즐겼다. 전북 부안이 좋아 아예 집까지 구하고 바로 앞에 보이는 위도를 이상국인 율도국으로 정하여서 홍길동전을 썼다. 허균은 전국의 별미를 경험으로 귀양시절인 마흔둘에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썼다. '고기 맛이 너무 좋아서 푸줏간만 보아도 입을 다신다'는 뜻이다. 그 책에는 지방별 특산물과 별미가 나온다. 한양에서 봄날에 먹는 별미로 쑥떡 송편 두견화전 이화전(梨花煎)을 들었다. 여름에는 장미전, 가을에는 국화병(菊花餠)을 먹었다.
봄에 진달래는 화전 재료 꽃 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꽃이다. 조선시대 문인이었던 송천 양응정(松川 梁應鼎)은 화전에 대한 시 〈꽃을 부쳐 먹으면서〉을 썼다. '작은 개울가에 돌을 받쳐 솥뚜껑을 걸고 / 흰 쌀가루 맑은 기름으로 진달래를 부치네 / 대젓가락으로 찍어 먹으니 향이 입에 가득하여 / 한 해 봄이 온 뜻이 뱃속에 흠뻑 전해지네' 라 했다. 화전을 먹는 즐거움이 그대로 나타나서 입맛을 다시게 한다.
꽃과 어린잎, 새순을 따다가 전을 부칠 수 있다. 꽃전, 잎전, 새순전, 그리고 식물 전체를 갈거나 썰어서 부치는 전도 있다. 꽃전으로는 진달래 꽃다지 제비꽃 종지나물 찔레꽃을 쓸 수 있다. 잎전으로는 별꽃 쇠별꽃 제비꽃 종지나물 파드득나물 바디나물 궁궁이 생강나무 고추나무 산초나무 어린잎을 쓰면 된다. 새순으로 부치는 전으로는 초피나무 땅두릅 두릅나무를 쓸 수 있다. 갈거나 잘게 썰어서 만드는 것으로는 묏미나리 어수리 참나물 덩굴꽃마리 참꽃마리 달래 산부추 소리쟁이 명아주 미나리가 있다. 꽃을 튀김으로 하는 것으로는 아까시나무 개망초 망초 고마리 달맞이꽃 청미래덩굴이 있다. 꽃전 잎전으로 부친 나물전은 봄의 향취를 입에 가득하게 한다. 봄이 오면 그러한 봄향을 만들어 보자.
○ 꽃전을 해 먹을 수 있는 식물
-- 진달래, 꽃다지, 제비꽃, 종지나물, 찔레꽃
○ 잎전을 해 먹을 수 있는 식물
-- 파드득나물, 바디나물, 궁궁이, 쇠별꽃, 별꽃, 제비꽃, 종지나물, 생강나무, 고추나무, 산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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