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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한 잎 따서 먹는 나물 / 찔레꽃, 싱아, 큰괭이밥 …

향곡[鄕谷] 2024. 7. 5. 06:23

 

한 잎 따서 먹는 나물

찔레꽃, 싱아, 큰괭이밥, 큰까치수염, 마, 산뽕나무, 다래, 국수나무  

 

 

산행을 하다가 시원한 바람 한번 불어오면 전신을 재충전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씹을 수 있는 풀잎 물고 걸어가면 걷는 힘이 달라진다. 자연의 기운을 절로 느낄 수 있다. 풀잎 하나가 힘이 될 수 있으니 신비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산길에서 한 잎 따서 입에 물고 나물은 하지 않으니 식물을 해칠 일은 아니다. 산 다니며 알게 되고 책을 읽어 알게 된 식물이다. 한 잎 뜯고 한 줄기 꺾어서 음미할 수 있는 몇 가지 식물을 정리하였다.

 

 

 

 찔레꽃 (장미과) 꽃잎과 어린순: 만지면 가시에 찔려 찔레이다. 봄에 꽃과 잎을 나물로 한다. 꽃잎은 그냥 먹거나 꽃전을 부치고, 어린순은 데쳐서 무쳐 먹는다. 어린줄기에 새순에서 잎을 떼고 줄기째 먹거나 껍질을 벗기고 먹는다. 꽃봉오리나 꽃은 쪄서 말렸다가 차로 마신다. 

 

 

찔레꽃 / 북한산둘레길 (송추. 2022.5.20)

 

 

싱아 (마디풀과)  연한 줄기 : 싱아는 흔한 편은 아니다. 싱아는 줄기와 잎에서 신맛이 난다. 봄에 어린잎을 다른 산나물과 데쳐서 무친다. 생으로 쌈 싸 먹기도 하고, 무치거나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 연한 줄기는 찔레처럼 꺾어 먹을 수 있다. 아까시나무 꽃잎을 따먹으면서 생긴 비릿하고 들척지근한 맛이나 비위를 가라앉히자면 싱아 속 줄기를 씹는다.

 

 

싱아 / 연인산 (경기도 가평. 2024.5.2)

 

 

큰괭이밥 (괭이밥과) : 산지 계곡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괭이밥보다 크고 잎은 가위로 자른 것 같이 생겼다. 봄에 부드러운 잎을 생으로 비빔밥에 넣거나 다른 나물과 같이 무치거나 데쳐서 먹는다. 목이 마를 때 한 잎 씹으면 신맛이 있어 새콤한 것이 침이 고인다.

 

 

큰괭이밥 / 남한산성 (2021.4.3)

 

 

큰까치수염 (앵초과) 잎 : 습윤한 곳에서 살지만 습지식물은 아니다. 봄에서 초여름에 부드러운 잎과 어린순을 나물로 해서 먹는다. 예전엔 구황식물이었다. 신맛이 나서 데친 다음에 찬물로 우려내어 쌉싸래하고 떫은맛을 없애고서 무친다. 생으로 쌈을 싸 먹거나 썰어서 비빔밥에 넣어서도 먹는다. 산에서 목이 마을 때 한 잎 먹으면 침이 고인다. 들짐승도 까치수염 종류를 먹고, 충매화라서 많은 곤충들도 찾는다.  

 

 

큰까치수염 / 남한산성 (2013.6.23)

 

 

마(마과) 뿌리와 구슬눈 : 마는 잎, 뿌리, 구슬눈(주아, 살눈이라고도 한다)을 먹는데 뿌리와 구슬눈은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잎은 봄에 생으로 쌈이나 무쳐서 먹는다. 뿌리는 육질의 덩이뿌리로 가을에 캔다. 껍질을 벗겨서 참기름이나 소금에 찍어 먹기도 하고, 갈아먹거나 삶거나 구워 먹기도 하고, 말려서 갈아먹기도 한다. 여름에서 가을 즈음 줄기에 달린 구슬눈은 생으로 먹고 밥에 넣거나 간장에 조려서 먹는다. 

 

 

마(마과) / 호명산 (경기도 가평. 2019.10.4)

 

 

메꽃 (메꽃과) 뿌리줄기 : 나팔꽃처럼 생겼고 분홍색 꽃이 핀다. 메꽃은 꽃이 피어도 열매 맺은 것을 보기 어렵다. 주로 땅속줄기로 사방으로 뻗으면서 번식하고 뿌리가 잘려도 재생력이 탁월하다. 땅속뿌리줄기를 메라고 한다. 제사상에 올린 밥도 메라 하는데 같은 어원으로 보고 있다. 시루떡이나 밥을 지을 때 넣고 구워 먹기도 한다. 생으로 먹거나 밀가루를 묻혀 튀김도 한다. 어린순은 데쳐서 무치거나 볶는다. 많이 먹으면 현기증이 나고 설사를 하니 조심해야 한다. 

 

 

메꽃 / 한강 잠실지구 (2013.6.12)

 

 

산뽕나무 (뽕나무과) 열매 : 산뽕나무는 잎이 깊고 결각이 분명하며 어린 가지에 털이 거의 없고, 열매가 익을 때 끝이 뾰족하게 남는 특징이 있다. 숲 가장자리에서 많이 자란다. 나물은 봄에서 여름까지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어린순을 따고, 두 번째는 잎을 딴다. 잎은 쌈으로 먹거나 데쳐서 무칠 수 있다. 장아찌, 묵나물, 뽕잎밥, 차 등 여러 가지로 쓴다. 익은 열매는 그냥 먹거나 즙을 내서 마시고 오디 설기도 한다. 열매는 산새가 먹는 것을 보고 사람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산뽕나무 열매 / 북한산 (2024.5.16)

 

 

다래 (다래나무과) 열매 : 달아서 다래인데, 열매를 다래라 한다. 열매는 녹황색으로 익는데 씨가 까말 때 따서 말랑해지면 먹는다. 잼으로 만들 수 있고, 잎은 묵나물로 해서 먹는다. 묵나물은 데쳐서 헹구지 말고 바로 말려야 향이 더 좋다. 개다래에 비해 꽃밥이 검은색이고 잎 색이 변하지 않으며 열매가 녹황색으로 익고 꽃받침조각이 젖혀지는 점이 다르다.

 

 

다래 / 중원산 (경기도 양평. 2019.8.6)

 

 

국수나무 (장미과) 어린순 : 산지 아래쪽에서 자란다. 주로 큰 나무 밑에서 활처럼 휘어진 가느다란 줄기를 길게 늘어뜨린다. 가지는 어릴 적엔 적갈색이었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흰색이나 잿빛으로 변한다. 잎이 떨어진 후 가는 줄기나 줄기심을 보면 천상 국수를 닮았다. 봄에 어린순을 찔레처럼 꺾어 먹기도 하고, 데쳐서 된장이나 간장에 무치거나 볶는다. 된장국을 끓여도 좋다. 

 

 

국수나무 / 북한산둘레길 (화계사. 2022.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