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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위례오솔길에 있던 이태리포플러

향곡[鄕谷] 2025. 1. 10. 12:11

 

위례오솔길에 있던 이태리포플러

- 청량산 위례오솔길에 서 있던 나무

 

 

 

남한산성 본성이 있는 산이 청량산이다. 위례 뒷산인 청량산 아래에 즐겨 걷는 오솔길을 나는 위례오솔길이라 이름 붙였다. 인적이 드문 그 오솔길에는 들꽃이 많고 아름답다. 그곳은 외진 곳으로 여름에는 개망초, 고마리가 지천이고 가을에는 꽃향유, 개미취가 만발하는 곳이다. 그 들꽃 화원에 엄청 큰 이태리포플러가 우뚝 서 있다. 위례오솔길에서는 가장 큰 나무이다.

 

이태리포플러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들어온 포플러 종류라는 뜻의 이름인데 캐나다가 원산이다. 양버들과 미루나무의 잡종이다. 미루나무, 양버들, 이태리포플러는 학명을 모두 Populus로 쓰고 있다. 포플러(Poplar)는 어느 한 종류의 나무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포플러스(Populus) 속 나무, 즉 사시나무속 나무를 총칭하는 말이다. 세 포플러는 모두 산림녹화를 위해 들여온 속성수이다. 수명이 짧아 100년이 한계로 오래 살지 못한다. 

 

위례오솔길을 걸은 지도 6년째이다. 이태리포플러는 수형은 곧게 자라는데 양버들에 비해 가지가 옆으로 퍼지면서 자란다. 잎 폭보다 길이가 긴 점이 다르다. 나무 옆에 가면 바람에 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눈을 올려서 쳐다본다. 포플러는 그렇게 바람에 흔들리며 우리 곁에 소리로 다가온다. 새해 위례 오솔길을 걷다가 보니 갑자기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공간이 텅 비어 하늘이 넓어졌다. 이태리포플러가 넘어졌다. 해가 갈수록 기울더니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하였다.

 

어린 시기에 빨리 자라는 나무는 수명이 짧고, 늦게 자라는 나무는 수명이 길다. 참나무가 자람이 늦지만 500년을 산다. 어린 아이들도 일찍 걷기 시작하면 잘 넘어지고, 걸음마를 늦게 시작하면 잘 안 넘어진다는 말이 있다. 오래 사는 나무는 가지가 부러지면 에너지를 보충하며 새로운 가지를 만들며 산다. 사람들도 다치거나 병이 들어도 웬만한 것은 고치며 살아간다. 잎이 줄어들며 노쇠한 나무와 빨리 자라서 여문 나무는 한번 기울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 욕심을 부려서 앞서 가면 멀리 갈 수가 없다. 어쩌겠느냐 나무야. 텅 빈 그 자리에 가면 그 나무가 생각날 것 같다. 

 

 

 

※ 아래 이태리포플러 사진은 같은 나무로 2020.4월부터 2025.1월까지 찍은 사진이다

 

 

 

2020.4.16

 

 

2020.9.28

 

 

2020.10.5

 

 

2020.12.18

 

 

2021.9.3

 

 

2021.9.18

 

 

2021.10.20

 

 

2022.3.1

 

 

2022.3.1

 

 

2022.4.14

 

 

2022.4.29

 

 

2022.7.15

 

 

2022.11.9

 

 

2024.4.27

 

 

2024.5.22

 

 

2024.6.17

 

 

 

202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