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과 나비는 언제 나오나?
3월 중순 근교 세정사계곡에 들꽃을 보러 갔다. 올해는 기온이 낮아 들꽃이 나오는 것이 늦다. 작년에는 봄이 일찍 와서 꽃이 한꺼번에 피었는데, 그때는 벌과 나비가 꽃가루받이를 감당하기는 너무 한꺼번에 핀 꽃이 많았다. 꽃이 미리 피거나 한꺼번에 피면 꽃가루받이에 차질이 생긴다. 벌과 나비는 농작물 생산과 생태계 균형 유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곤충이다. 곤충의 개체수는 여름에 남은 곤충의 개체수가 다음 해 개체 수를 좌우한다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
나비는 영하의 겨울을 앞두고 지낼 곳을 미리 찾아다니며 정해놓지는 않는다. 눈과 바람이 심해지면 피할 수 있는 바위나 나무 틈을 찾아 죽은 듯이 날개를 접고 견딘다. 나비는 알-유충-번데기-성충 어느 한 단계에서 겨울잠을 자는데, 이른 봄에 모습을 드러내는 나비들은 대부분 번데기나 어른벌레(성충)로 겨울을 난다. 애호랑나비도 겨울에 낙엽 아래서 번데기로 지내다가 날씨가 풀리면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펼친다. 애호랑나비는 진달래가 필 때 나왔다가 진달래가 지면 자취를 감춘다. 이때 나타나는 나비들이 네발나비 등 여럿 있다.
겨울이 지나면 식물 다음으로 깨어나는 것이 곤충류다. 나비는 어른벌레라도 금방 나오지 않는다. 나비는 기온이 어느 정도 높아야 밖으로 나오고, 체온이 올라야 날 수 있다. 4월 초순이 지나면 평균기온이 15℃가 넘는다. 그때가 되어야 나비는 출동을 하기 위해 햇볕을 쬐어 몸을 데운다. 나비는 13℃ 이하로 떨어지면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아 포식자로부터 공격받기 쉽다. 추운 날은 몸을 떨거나 비행 근육을 움직여야 한다. 나비 사진을 찍으러 몇 번 같은 곳에 갔는데 시간에 따라 나비가 나오는 숫자가 달랐다.
노랑나비나 배추흰나비는 3월에서 11월까지 볼 수 있다. 마을 주변 다른 나비들과 풀밭에서 사는 나비들을 4월에 나타나 10월까지 볼 수 있다. 낙엽수림에서 사는 나비들은 5월부터 9월까지 볼 수 있다. 모시나비는 5-6월에만 볼 수 있고, 귤빛부전나비 참세줄나비 왕팔랑나비는 5월 하순에서 7월 초까지만 나타난다. 여름에는 꽃이 쉬는 계절인데, 꽃을 찾는 나비도 쉰다. 대개 나비들은 세상에 나와 20여 일이나 길어야 한 달 반 사이에 꿀을 빨고 짝을 짓고 알을 낳고 나비로서 일생을 마친다. 같은 종류 나비를 봄 여름이나 가을에 볼 수 있는 것은 한해에 세대가 몇 번 생겨나는 경우다.
나비는 꽃에서 꿀을 먹는 곤충이고, 벌은 꿀과 꽃가루를 모으는 곤충이다. 벌도 해가 뜨고 몸을 데워야 일을 한다. 정찰벌이 나가서 꿀을 가져와 동료에게 맛을 보이고 동의를 하면 정찰벌이 춤을 추며 앞장서고 다른 벌들이 따라간다. 거리에 따라 춤 모양이 다르다. 방향은 지형지물과 태양 각도를 보고 이동한다. 벌은 15℃ 아래에는 잘 날아다니지 않는다. 비가 올 때도 날지 않는다. 늦은 아침에 일을 시작해서 초저녁에 일을 멈춘다. 정시 출퇴근하는 월급쟁이 같다.
곤충들은 냉혈동물이기에 생리적으로 따뜻하고 밝은 것을 좋아한다. 그늘진 숲보다는 일사량이 풍부한 빈터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나비가 나서면 우선 앉을 곳을 정해서 날개를 비스듬히 하거나 펼쳐서 온몸에 햇빛부터 쬔다. 벌은 미세한 털로 바람을 구분하여 비행을 준비한다. 꽃은 계절에 맞추어 색깔로 곤충을 유혹한다. 식물은 애벌레들이 먹을 부드러운 잎을 준비하며, 꽃은 제일 아래쪽에 꿀을 제일 많이 넣어둔다. 벌과 나비도 그것을 알아서 꿀을 아래쪽부터 차례로 찾아본다.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꽃으로 또 날아간다. 순리대로 빈틈없이 돌아가는 생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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