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충고와 스승의 아량
조선조 한훤당 김굉필은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희천으로 유배되었다가 조광조와 사제의 연을 맺게 되었다.
하루는 한훤당 김굉필에게 꿩을 주고 간 사람이 있었다. 고달픈 유배생활에 몸보신이나 하라고 준 선물이었다. 한훤당은 꿩을 보자 어머니 생각이 나서 털과 내장을 정리한 고기를 햇볕에 말렸다. 그러나 솔개가 날아와 그만 그 꿩고기를 채어가고 말았다. 한훤당은 화가 나서 주의해서 지키라고 당부했던 계집종을 모지게 꾸짖었다. 스승의 노여움이 가라 앉은 후 제자인 조광조가 말하였다.
"선생님. 선생님께오서 노모를 봉양한다는 정성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께서는 어진 이를 보면 그와 같게 되기를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이를 보면 마음 속으로 스스로 반성한다고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오서 효성이 지극하다 하더라도 군자는 언제나 말을 가려서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어질지 못한 말씀을 하신다면 저희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그 순간 한훤당은 30살이나 어린 제자의 손을 잡고 '내가 마침 후회하고 있었는데 너의 말이 이와 같으니 내가 심히 부끄럽구나. 이제야 알겠구나. 네가 나의 스승이지 내가 너의 스승이 못되는구나"라 하였다.어린 제자의 충고를 서슴없이 받아들이는 한훤당의 아량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선비라 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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