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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선비마을 이야기

퇴계의 제자 선택법

향곡[鄕谷] 2007. 2. 26. 11:34



퇴계의 제자 선택법

 

 

 

퇴계는 주역(周易) 공부를 고향 토계에서 가까운 청량산 청량정사에서 하였다. 주역을 100독이나 하였다고 한다. 퇴계가 청량정사에 머물던 무더운 어떤 여름날  서원에서 심부름 하는 사람이 올라왔다. 어떤 두 사람이 퇴계 제자가 되겠다며  찾아 왔다고 하였다. 퇴계가 그 사람들을 청량정사까지 오라고 해도 되겠지만  자신이 토계로 갈 것이니 기다리라고 하고 서원으로 찾아갔다. 거리로 치면 삼십여리는 될 것이다.    

 

두 사람은 합천에서 온 정인홍(내암 鄭仁弘)과 성주에서 온 정구(한강 鄭逑)였다. 퇴계가 올 때까지 정인홍은 땀을 흘리면서도 의관을 정제하고 곧곧하게 기다리고 있었고, 정구는 의관을 벗고 쉬고 있었다.  드디어 퇴계가 오고 인사를 나누었다. 퇴계는 정인홍에게는 힘에 겨우니 더 나은 스승을 찾아 가라고 권했고 정구를 제자로 삼았다. 정인홍을 받아들이지 않은 까닭은 常情(보통의 인정)을 결했다는 것이었다. 지도자가 상정을 결하면 세상 살면서 상정(常情)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정인홍은 조식 밑으로 가서 제자가 되었고 과거에서 장원급제 하였는데, 광해군 때 대사헌으로 있을 때 폐륜아적인 일에 앞장 섰다가 인조반정 후 사약을 받았고, 정구는 퇴계가 임종할 때 부축하였던 사람이었다.